2015-05-06
[인터뷰] 해외 투자개발사업 주제로 박사학위 받은 공무원 - 김중한 국토부 사무관
“기존의 도급형 수주방식으론 ‘저(低) 이윤, 고(高) 리스크’라는 해외 건설산업의 고질적인 한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투자개발형 사업이야말로 한국 건설사들이 가야 할 길입니다.”
공공ㆍ민간을 통틀어 해외 투자개발형 사업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중한 국토교통부 해외건설정책과 사무관은 “건설이 고부가가치산업이 되려면 기획, 기술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토부 민간경력직 공채 1기인 김 사무관은 금융과 건설을 아우르는 국토부의 대표적인 ‘해외통’이다.
그의 첫 직장은 우리은행(1996∼2007년)이었다. 첫 발령지인 명동지점에서 당좌업무를 했다. 1990년대 명동은 대한민국의 모든 돈이 거쳐가는 곳이었다. 명동성당 앞 명동2가 일대는 ‘어음할인’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사채시장의 메카였다. 이 곳 다방들에선 기업어음의 투자 정보가 오고갔다. 하지만 입사 이듬해 외환위기(IMF)가 닥쳤다. 그해에만 30개 종합금융사(종금)가 퇴출됐고 고려ㆍ동서증권 등이 문을 닫았다. 당시 종금사는 해외에서 단기로 금리가 싼 외채를 빌려다가 국내 기업에 7∼8년짜리 장기 시설자금을 대출해줬다. 그는 “어떤 회사의 어음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혼돈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2000년부터 본사 신탁팀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매니저로 부동산개발 분야를 경험한다. 시중자금을 토대로 1호 부동산 투자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당시 중소기업이던 영조주택이 추진하던 부동산개발사업을 오로지 사업성만 보고 부동산투자신탁 구조를 짜줬다. 서울 서초동 SR타워 건설사업에는 처음으로 건설사업관리(CM) 방식을 접목했다. 그는 “이후 증권사를 중심으로 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사업성보다 시공사의 보증에 기반한 ‘한국형 PF’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기형적인 한국형 PF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건설업계의 대규모 부실을 초래했다.
김 사무관은 2008년 돌연 증권사(HMC투자증권)로 자리를 옮겼다. 부동산 개발 현장과 더 가까운 곳에서 일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당시 증권사들은 개발자와 시공자, 투자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투자구조에 대한 고민없이 자금조달만 해주고 빠지는 일종의 브로커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은행, 증권사를 거친 그는 직접 정책을 생산하는 일에 매료됐다. 2009년 4월1일 국토부 전문계약직 사무관으로 채용돼 해외건설과(현 해외건설정책과)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첫 임무는 글로벌인프라펀드(GIF) 1호 설립이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인프라사업 지원을 위한 민관공동펀드인 GIF는 공공기관과 금융권의 동반투자를 이끌어내야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자금난에 몰린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투자유치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6개월간 모든 시중은행을 찾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그해 12월 1호 펀드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현재 GIF는 총 3500억원 규모(1호 1500억원, 2호 2000억원)로 파키스탄 수력발전소(400억원) 등에 투자하고 있다.
김 사무관은 공직 입문 후 지난 6년간 해외 투자개발사업 분야를 전담해왔다. 고부가가치 사업이지만 초기 투자비 부담과 사업 리스크 탓에 국내 건설사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시장에 정부가 타당성조사(F/S)를 지원해주는 일이다. 2009년 시작된 해외 투자개발사업 타당성조사 지원사업은 지난해까지 38건이 진행됐다. 이 가운데 4개 사업에서 우리 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10여건은 수주가 추진 중이다. 그는 이들 38개 사업에 참여한 금융투자자, 사업시행자, 감독자 등으로부터 성공과 실패 요인을 분석하는 논문을 써서 지난해 7월 박사학위 심사를 통과했다.
김 사무관은 “현재 해외 투자개발사업의 타당성조사는 3대 신용평가회사, 5대 회계법인이 주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엔지니어링사, 시공사들이 회계사, 변호사, 프로젝트 매니저(PM) 등을 채용해서 전체 사업의 비용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무조건 사업 규모를 부풀리고 크게 지어서 공사비를 많이 받아내려는 ‘시공사 마인드’로는 투자개발사업을 성공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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