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3 03:04 조선일보
매물 덩치 크고 정보 제한적… 개인은 리츠 등 간접투자를
이달 10일 오후 기자가 찾아간 경기 이천에 있는 한 대형 물류센터. 의류와 운동화를 실은 지게차가 지상 3층짜리 건물 안을 쉴 새 없이 누비고 있었다. 직원 50여명은 물건을 전국 각지로 보내기 위해 분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2013년 완공한 이 물류센터는 국내 S사가 골프의류·청바지·운동화 등 해외에서 수입한 100여개 브랜드를 보관·유통하고 있다.
하지만 주인은 따로 있다. 지난해 11월 214억원을 들여 이 건물을 매입한 싱가포르계 부동산 투자회사 '메이플트리'이다. '메이플트리'는 매월 임대료로 1억6000여만원을 받는다. 연 수익률이 9%쯤 된다.
- ▲ 경기도 이천 마장면에 있는 패션물류단지의 한 물류창고에서 직원들이 지게차를 이용해 제품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무용 건물보다 수익률이 높고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물류센터가 틈새 투자 종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진한 기자
최근 물류센터가 고수익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연면적 4500㎡가 넘는 보관시설을 말한다. 다국적 부동산 회사인 '존스랑라살'의 이한국 이사는 "올 들어 오피스빌딩 투자에 한계를 절감한 기관투자자와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물류센터 투자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에 이어 국내 '큰손'들도 진출
물류센터에는 국내보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먼저 뛰어들었다. GIC(싱가포르투자청) 등 외국계 기업들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물류센터 10여개에 8000억원대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선진국일수록 유통과 물류업이 성장하고 물류센터에 대한 관심도 높다"며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국내 물류센터가 돈이 된다는 걸 알아본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투자청은 2013년 말 경기 이천에 연면적 4만9800여㎡ 물류센터를 480억원에 사들여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DHL 등과 5년 임대 계약을 맺고 연 임대료로 40억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플트리'도 2013년 상반기 경기 이천에 연면적 2만7000여㎡ 규모 물류센터를 288억원에 매수해 연간 25억원 정도 임대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국내 큰손들도 움직이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발달과 '해외 직구(直購)'의 유행, 미국·중국과의 FTA 체결에 따른 수입물품 증가로 향후 물류센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을 겨냥한 것이다. 홍지은 세빌스코리아 상무는 "올 들어 '좋은 물류센터가 나오면 소개해 달라'는 국내 투자자 문의가 많다"며 "작년에 비해 투자 수요가 20~30%쯤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 나와 있는 물류센터 매물 가운데 5~6건은 국내·외 투자자들과 막바지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백영기 CBRE코리아 상무는 "물류센터는 100억원대 중소형부터 500억원 이상 대형까지 있어 다양한 투자가 가능한 것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수익률 연 7~8%대…오피스보다 높아"
물류센터 투자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오피스보다 더 높고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이다. 올 1분기 국내 오피스 빌딩 평균 임대수익률은 연 5.57%인 반면, 물류센터는 연 7.5%를 기록했다. 상가와 오피스는 세입자가 많아 언제든 분쟁이 벌어질 수 있지만 물류센터는 임차인이 1~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개인이 아닌 기업체여서 분쟁 소지도 적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물류센터는 임차인이 기업이다 보니 월세받기가 수월하고 계약 기간도 평균 5~10년이어서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면적이 1만㎡는 넘어야 물류센터로서 투자가치가 있다고 본다. 백영기 상무는 "연면적 1만㎡ 이상으로 100억원이 넘는 물류센터는 국내에 150개 정도 있는데 이중 80%가 경기도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물류센터는 매물이나 거래 통계 등이 불분명해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물류센터는 특수 부동산이어서 시장 규모가 작고 정보 공개가 잘 안 된다는 특성이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선진국처럼 펀드나 리츠(부동산투자신탁)를 통한 간접투자가 유망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