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양판점,대형슈퍼

홈플러스매각. 7조이상 원하나.4개사모펀드만 본입찰 예정이나 .PEF는 바이아웃딜 이닌 시츄에이션딜로 고래해체. 문제는 노조등 사회적이슈

Bonjour Kwon 2015. 8. 10. 10:59

2015.08.10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편집자주] 우리 자본시장과 그 너머의 이슈를 찾습니다. 드러난 문제의 의미와 가려진 배경을 적습니다.

[[Finance Korea on&off the record](3) 사모펀드 투자전략]

 

영국 테스코는 홈플러스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은 이후 매각자로서의 필요를 분명히 했다. 다른 모든 조건에 비해 가격이 우선한다는 것이고 마지노선은 7조원으로 그 이상에서는 다다익선이라는 전제다.

 

자본주의를 잉태한 영국계라 그런지 이 글로벌 유통그룹의 의사표현은 명확하다. 매각사유가 자신들의 분식회계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니만큼 필요한 돈을 낼 상대방과만 협상하겠다는 제스처다.

 

테스코는 이 전제에 따라 지난달 말 예비입찰을 거쳐 4개의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본 입찰 자격을 부여했다. 홈플러스에 농협과 현대백화점, 오리온 등 전략적 투자자(SI)가 관심을 기울였지만 배려는 충분치 않았다.

 

경영권 M&A 거래를 앞둔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의 사고방식은 판이하다. 기간 투자가인 전자는 매매차익이 우선이지만 산업 구성원인 후자는 기업의 영속성과 사회적 평판을 고려한다. 이 바닥 장사, 하루 이틀 할 것이 아니잖은가.

 

농협과 현대백화점은 7조원이라는 인수금을 홀로 만들고 집행할 수준이 아니다. 준공공기관인 농협은 말할 게 없고 현대백화점은 1조원 이상을 M&A에 써본 일이 없다. 이들에게 홈플러스는 '배고픈 여우의 신포도'다. 현대백화점이 정지선 체제 이후 집행한 가장 큰 M&A 투자는 4000억원대 한섬 인수였는데 유통그룹 내부의 PB(중간상) 브랜드 확장을 도모한 정도다.

 

테스코 입장에선 7조원을 빠르게 마련해 가격경쟁을 벌일 대형 PEF 운용사를 필요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딜은 관전자가 아니라 운용사 입장에서 거래 성격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일반적인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딜이라 생각하면 도무지 성사가능성이 없어 보여서다.

 

PEF 운용사와 같은 재무적 투자자의 일반적인 바이아웃 거래 목표는 싸게 사서 가치를 높인 후 차익을 남겨 되파는데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전제에 위배된다.

 

일단 매각자가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값을 요구하고 그 가격으로 매입해도 시장의 성장성이 제한돼 가치를 높이기 어렵다. 여기에 만약 7조원짜리를 10조원으로 키운다 해도 규모가 너무 커져 국내 투자자가 그를 인수할 가능성이 낮다. 지난해 OB맥주의 매각가치가 5조원을 넘어서자 국내 어떤 대기업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홈플러스 원매자들은 날고기는 대형 글로벌 운용사다. 그렇다면 이들이 전제를 모를 리 없는데 경쟁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거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바이아웃이 아니라 시츄에이션 딜이라는 측면이다.

 

지난 회계연도 기준 홈플러스의 상각 전 이익(EBITDA)은 약 7600억 원이었다. 이들이 1조7000억원의 순차입금을 보유한 것과 테스코가 생각하는 마지노선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총 가치는 8조7000억원에 달한다. 테스코의 희망 EBITDA 멀티플을 역산하면 11.44배가 넘는다. 업계 1위 이마트가 시장에서 10배를 다소 웃도는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요구 프리미엄이 지나치다.

 

하지만 일반적인 M&A 계산법을 적용할 순 없다. 기업을 키워 파는 게 아니라 사자마자 해체작업을 시작해 자산가치로 셈한다면 차익 가능성이 있다. 홈플러스의 기업 가치는 현금창출력보단 산업 내 경쟁력과 자산 희소성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고래 한 마리를 통째로 넘기면 무게로 평가되지만 이를 해체해 부위별로 원하는 미식가들에 서비스하면 전자보다 나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

 

홈플러스는 전국에 대형마트 107개점과 기업형슈퍼마켓(익스프레스) 828개점, 편의점(365플러스) 300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고래를 7조원에 사들여 어항 속에 넣고 10조원짜릴 만들려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당장 해체를 실시해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원하는 이들에 넘기고 대형마트도 점포별 분할을 시작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도전이다.

 

특히 근래에 승부 의식을 부추길 요인이 생겨났다. 유통업 2대 라이벌인 롯데의 위기다. 어차피 성장이 정체된 시장이라면 승부의 요체는 경쟁자 점유율을 뺏어오는 것인데 롯데가 반일감정으로 말미암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홈플러스를 현재 후보 중 누군가 인수한다면 첫 번째로 편의점 300개를 뒤늦게 이 업종에 뛰어든 신세계에 넘길 것이다. 그리고 차후과제는 슈퍼마켓 체인을 독립매각하는 것이고 세번째는 대형마트의 요지 매장을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경쟁 매각하는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사이즈가 줄어든 대형마트 잔존치 질문이 남는다. 알토란 매장을 팔아넘기고 남은 마트군이 매력 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기우는 금물이다. 이미 이번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에 이 사업에 대한 의지를 현대백화점과 농협, 오리온에게서 확인했다. 이들에 남은 60~80여개 마트체인을 재정비해서 군불을 지핀다면 해결하지 못할 덩어리가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시나리오에 있어 한 가지 숙제는 해체작업에서 발생할 사회적 반발이다. 이미 홈플러스 전신인 홈에버와 까르푸 매매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강력한 저항이 있었다. 2만명 이상이 고용된 이 유통체인에는 정치권의 관심도 적잖다.

 

이런 배경에서 홈플러스 매각은 어쩌면 테스코의 가격적 필요를 만족시키면서 여론전을 가장 무리 없이 소화할 주체를 찾는 과정이다. 사모펀드의 본래적인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대상을 찾는 일이다. 이미 서구에서도 이 역할을 두고 '문 앞의 야만인'이라고 지칭했다. 무분별한 구조조정이라기보다는 턱없이 비대해진 유통그룹을 누군가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고 시장의 필요에 맞게 정리할 문제다.

 

홈플러스 인수는 윤리적 덕목을 요구받는 기업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위치에 있는 사모펀드의 몫이다. 정치논리 등에 관계없이 시장의 매커니즘을 원활하게 유지하여 자신들은 차익을 얻는 자본주의의 촉매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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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