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투자론

[투자의 심리학] 부동산시장에서의 행동편향(behavioral biases)적 오류ᆞ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현상을 종종 목격

Bonjour Kwon 2015. 8. 21. 07:24

2015.08.21

 

행동 편향(behavioral biases)은 주식시장뿐 아니라 다른 자산 거래 시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행동편향적 오류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왜 특별히 부동산 거래에서 행동편향적 오류가 자주 발생할까.

 

부동산은 다른 자산군에 비해 유동성 리스크의 가능성이 크고, 덜 투명하며, 정보의 효율성이 낮고, 주관적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좀 더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부동산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감성적 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에서는 가격이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고, 강세장에서 과잉 상승하고 약세장에서 과잉 하락하는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현상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두드러지는 곳이다. 모든 부동산 자산이 서로 상이하고 별도의 중앙 거래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매도자가 매입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주식시장과 비교할 때 부동산 시장은 정보의 질과 접근성이 훨씬 낮아 사람과 주관적 판단이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또한 부동산 시장에서 버블의 생성과 붕괴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도 시장의 불합리성과 비효율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부동산 거래에서 나타나는 버블의 크기나 빈도만 보자면 부동산은 주식보다 훨씬 더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자산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부동산 가격의 급등락을 펀더멘털적 변화만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행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다양한 행동편향적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신, 낙관주의, 대표성 편향(representativeness), 귀인 편향(attribution bias) 등은 부동산 시장이 강세일 때 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의 평균가격을 본질적 가치 이상으로 올리기 마련이다. 반대로 손실 회피, 앵커링(anchoring) 및 거짓 준거점(false reference points), 친근성 편향(familiarity bias)은 시장이 침체됐을 때 가격을 적정가치 아래로 끌어내린다. 이와 함께 유동성 리스크와 높은 거래비용, 그리고 원하는 타이밍에 매도를 할 수 없다는 점 등도 부동산 거래가격의 불합리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양떼 효과(herding)와 집단사고는 거래가격이 펀더멘탈을 벗어나는 현상 이외에도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하는 다른 요인들을 설명한다. 양떼 효과는 과잉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런던 프라임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부동산 투자 열기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프라임 부동산 시장으로만 몰리면서, 차순위 우량 부동산 자산과 프라임 부동산의 격차는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 선견지명이 있는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차순위 등급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높은 초기 소득을 노리고 투자했다. 이러한 모습은 부동산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 투자자산임에도 단기적 관점을 버리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양떼 효과가 손실회피 성향과 만날 때 최악의 결과가 나타나는데, 이는 부동산이 비유동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투자자들은 손실을 경험할 때 ‘세 번의 법칙’(a rule of three)’를 따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아래 차트는 1980년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영국 부동산 시장의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다.

 

영국 부동산 자본가치 월별 추이 (1987년 1월 ~ 1993년 6월)

 

 

 

(출처: 피델리티, IPD UK Annual Digest 2014)

 

위 그래프를 행태재무학적 관점에서 보면, 첫 번째 부동산 가격 하락 단계(Strike 1)에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가격하락을 단기적 변동성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두 번째 조정(Strike 2)에서는 일부 투자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판단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자산을 계속 보유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조정(Strike 3)에서는 결국 자본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했다. 바로 이 때가 거의 모든 부동산 투자자들이 동시에 매도로 몰리는 시점이다. 일부 펀드는 상업용 부동산 매도의 복잡성 때문에 환매에 제한을 두거나 심지어는 완전히 펀드를 해지하기도 한다.

 

양떼 효과 외에도 프레임 효과(framing)는 부동산 거래에서 종종 발견되는 심리적 편향이다. 투자자 및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부동산 자산을 평가하는데 잘못된 기준점을 사용한다. 그들은 인컴 소득보다 자본이득에 더 초점을 두며, 개별 자산의 특성보다 부동산이 위치한 지역이나 섹터에 더 관심을 갖는다.

 

사실 모든 부동산 자산은 서로 매우 다름에도 투자자는 종종 자산간의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들은 시장과 섹터별로 목표수익률을 설정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같은 시장이나 섹터 내에서도 개별 자산간의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이나 섹터별로 평균 수익률을 설정하는 것은 부동산 거래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앵커링(anchoring)은 부동산 거래에서 자주 나타나는 또 하나의 행동 편향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인컴 수익이 자본이득보다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큼에도 투자자들은 계속 자본이득에만 집착하는 성향을 보인다.

 

또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목표로 설정해 매도 타이밍을 놓치는 것도 앵커링의 또 다른 모습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매몰 비용(sunk cost)의 존재를 무시하고 최소한 본전은 찾으려는 욕구에 사로잡힌다. 매입가 아래에서는 절대로 매도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짐으로써 자산을 비합리적으로 수 년 동안 보유하곤 한다. 또한 과거에 시장 전체가 호황일 때의 자산가격을 회상하면서 가치가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이 또한 앵커링 오류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거래에서는 자국 편향(home bias)적 행태가 심한데, 이는 투자자들이 자신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자산에만 투자하려는 모습으로,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과 친근성 편향(familiarity bias)이 함께 결합된 형태다. 역사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자국 보험회사와 연기금의 투자 비중이 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국 편향적 성향이 두드러졌었다. 부동산 시장이 지난 20년 동안 상당히 국제화됐음에도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이 자국 편향적 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닉 아밋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전략커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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