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10.29 17:09
금융당국이 대출과 보증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 짓기로 하면서 부실 우려를 안고 있는 건설사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엔지니어링 (19,600원▼ 200 -1.01%)의 ‘어닝쇼크(기대 이하의 저조한 실적)’ 이후 신용평가 업체들이 미청구 공사액이 지나치게 많거나 실적이 나빠진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내리면서 건설업계의 부실 우려가 커졌다.
‘좀비 건설사’로 낙인 찍히지 않으려는 건설업계 구조조정 바람도 거세질 전망이다.
▲ 금융당국이 연말까지 좀비기업을 구조조정 한다고 밝히자,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거나 미청구 공사액이 큰 건설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그래픽=김연수
◆ 중견 건설사들 위태
조선비즈가 28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상장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을 살펴본 결과, GS건설 (24,000원▼ 200 -0.83%)과 금호산업 (17,550원▲ 650 3.85%), 한신공영 (18,800원▲ 100 0.53%), 태영건설 (5,890원▼ 100 -1.67%), KCC건설 (8,440원▼ 10 -0.12%), 한라 (4,000원▼ 45 -1.11%), 진흥기업 (2,425원▼ 55 -2.22%), 일성건설 (11,800원▼ 800 -6.35%), 코오롱글로벌 등 총 13개 건설사의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회사가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낸다는 의미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건설사 중 올 상반기 이자보상배율이 가장 낮은 곳은 진흥기업(-3.5)이었다. 이어 금호산업(-1.87), 한라(0.06), 일성건설(0.47), 코오롱글로벌(0.6), 한신공영(0.61), 태영건설(0.91), GS건설(0.97) 순이었다. 코스닥상장사인 KCC건설의 이자보상배율은 -0.06이었다. 한국은행은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정의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이자보상배율이 급격히 떨어졌거나 장기간 1 미만인 회사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건설업은 수주 진행이 지연되는지, 금융권에서 대규모로 대출을 받았는지에 따라 수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고 해서 부실기업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상장 건설사 중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주요 기업들. /자료: 에프앤가이드
◆ 8개 해외 건설사 미청구 공사액 15조원
미청구 공사액이 큰 회사도 부실 회사로 낙인 찍힐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이나 조선업은 공사 진행률에 따라 매출이 반영되는데, 진행률을 놓고 발주처와 이견이 생기면 건설사는 이를 미청구 공사액으로 잡는다. 미청구 공사액은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한 돈이라 발주처 사정에 따라 최악에는 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회계상으로는 매출에 반영된다. 향후 이 돈을 못 받게 되면 다음 분기에 그만큼 적자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해외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인 8개 대형 건설사(대림산업·대우건설·삼성엔지니어링·SK건설·GS건설·한화건설·현대건설 (35,250원▼ 350 -0.98%)·현대엔지니어링)의 미청구 공사액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GS건설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정상 범위를 넘어서는 미청구 공사 비율을 기록했다.
한신평이 8개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액의 정상(허용) 범위를 추정한 자료를 보면 한화건설이 5000억원이며, 현대건설이 1조8000억원이다. 나머지 건설사도 대략 9000억~1조6000억원대에 몰려있다.
하지만 GS건설은 허용치보다 1조3000억원이 많은 2조8000억원의 미청구 공사액이 있고, 현대건설도 허용 범위보다 1조3000억원가량 많은 3조1700억원의 미청구 공사액을 갖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삼성엔지니어링은 미청구 공사액도 정상범위보다 각각 9000억원, 7000억원 정도 많은 1조8000억원과 2조3000억원에 달한다.
한신평이 조사한 8개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금액은 2009년 말에는 6조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6월 말에는 15조원까지 불어났다. 매출액 대비 미청구 공사액 비중도 2010년까지 15% 내외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1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올해 6월 말 현재 23.9%(2014년 매출액 기준)를 기록했다.
류종하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애널리스트는 “미청구 공사액의 잠재 위험이 큰 것으로 파악됐던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분기에 1조5000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 중 손실로 전이된 미청구 공사액은 6000억원 내외로 파악된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의 사례를 볼 때 미청구 공사액이 갖는 잠재 위험이 실제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절대 작지 않다”고 말했다.
◆ 추락하는 신용도, 커지는 불안감
건설사의 신용등급도 잇따라 강등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23일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내렸다. 나이스(NICE)신용평가도 삼성엔지니어링의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중순 SK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고, 한화건설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멀쩡해 보이던 기업이 어닝쇼크를 보인 사례가 꽤 있어 꾸준히 흑자를 달성한 기업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를 느끼고 있다”며 “분양시장이 좋다고 하지만, 어닝쇼크의 주범인 해외 실적이 부실해 다들 구조조정의 유탄을 맞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