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업계획 수립 고민중…투자개발형 인프라시장 개척이 관건
(서울=뉴스1) 이군호 기자 | 2015-12-18
건설업계의 내년 사업계획이 '시계제로'다. 분양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해외건설시장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저유가 쇼크에 미국 금리인상까지 겹치며 올해보다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서다.
18일 대형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올해 공격적으로 분양에 나섰던 6개 대형 건설업체들의 내년 주택공급 계획물량은 총 11만7596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올해보다 30% 이상 줄어든 수치.
건설사들이 분양물량을 줄이는 것은 주택공급 과잉 논란 속에 정부가 가계부채 조절에 들어가며 여신심사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투자심리가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이미 올 11월부터 분양시장은 급속히 냉각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대형건설업계는 해외건설시장 확대를 염두에 둔 내년 사업계획을 구상중이지만 호재보다는 악재가 더 많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악재로는 단연 저유가다. 이미 올해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지난 15일 기준 437억달러로 지난해 660억달러보다 33.6% 급감했다. 저유가로 산유국의 재정수지가 악화되며 발주를 취소하거나 연기한 것이 원인이다. 특히 중동 산유국들의 발주 취소가 늘어나면서 이 지역 수주는 큰 폭으로 줄었는데 지난해 313억달러였던 수주액이 올해 148억달러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문제는 저유가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원유 생산량을 통제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석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하락이 가속화되면 중동 산유국은 물론 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 산유국들의 발주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발 금리인상도 대표적인 악재 중 하나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덕에 신흥국으로 유입됐던 달러가 금리 인상으로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면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는 급락하고 재정수지 악화로 발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기회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극동개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투자, 이란 건설시장 개방 등이 해당된다.
김영덕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산업연구실장은 "내년 해외건설시장은 기회요인보다 위험요인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저유가 고착화에 따른 중동 산유국의 발주 급감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건설업계의 내년 실적은 아시아 인프라시장에서 얼마를 만회하느냐가 중요해보인다"며 "플랜트보다는 아시아 토목·건축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발주물량이 줄어든 시장에서 수익성을 우선으로 하는 선별수주를 하려면 수주액 급감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결국 플랜트보다는 토목·건축 등 다양한 인프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시계제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들은 최근 발주방식이 직접발주에서 금융을 연계한 투자개발형·디벨로퍼형 사업으로 전환함에 따라 이에 맞춤전략도 짜고 있다.
대림그룹은 이달 그룹내 발전·에너지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대림에너지가 이슬람개발은행 산하 인프라펀드와 합작법인을 세웠다. 대림은 합작법인을 통해 중동, 아프리카, 독립국가연합(CIS), 서남아시아 국가로 민자발전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SOC 개발사업도 추진중인데 현재 파키스탄에서 정부-민간 공동개발사업 형태로 수력발전소 건설을 추진중이고 풍력발전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우건설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 토목·건축부문을 통합해 해외인프라사업본부로 일원화하고 해외사업 심의 및 계약관리를 전담하는 글로벌관리본부를 신설했다. 두바이에 MENA(Middle East North Africa)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전담하도록 했고 해당 지역에서 수주·금융·기술지원 등 모든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해외건설시장에서 발주형태가 직접 발주에서 금융을 연계하는 투자개발형으로 전환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데 이를 사업계획에 반영하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