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의 상장기업들이 중국과 일본 상장기업들에 비해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가장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저성장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기업이 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중·일 상장기업의 경영성과를 비교․분석한 결과, 성장성(매출액 증가율)면에서 아베 정권이 출범한 2013년 이후 일본기업이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는 반면(2013년 11.5%, 2014년 4.7%), 한국·중국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 2013년 –2.6%, 2014년 1.4%, 중국 2013년 8.8%, 2014년 6.1%). 수익성(매출액 영업이익률)면에서는 중국기업이 10% 이상 안정적 수익을 기록한 가운데, 한국기업은 2012년부터 일본기업에 추월당하며 수익성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즉, 한국은 2012년 5.2% → 2013년 5.0% → 14년 4.8%인데 반해, 일본은 같은 기간 5.8% → 6.8% → 7.2%로 상승했다.
성장성 면에서 일본기업은 2011년, 2012년 3% 이하의 저조한 매출액증가율을 기록하였지만 2013년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면서 2013년 11.5%, 2014년 4.7%로 비교적 양호한 성장을 달성했다. 반면, 한국은 일본기업과의 경쟁 심화, 중국 경제성장 둔화로 2013년 마이너스 2.6% 성장에 이어, 2014년에도 1.4% 성장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금융업을 제외할 경우 1.6% 마이너스 성장했다. 중국의 경우, 2011년까지 20% 이상 매출액 증가율을 달성하였지만 2012년부터 글로벌 경기 둔화, 질적 성장으로의 발전전략 전환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7% 대로 낮아지면서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한 자리수로 낮아졌다.
수익성 면에서 중국 상장기업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0년 이후 10% 이상 안정적 수익을 유지한 가운데, 2012년부터 한국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과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은 모두 일본기업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가하락과 엔화약세에 힘입어 일본기업들이 매출원가 감소, 외화환산이익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일본기업은 2013년과 2014년 엔저에 따른 채산성 개선을 기업 수익성 회복에 활용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향후 제품판매가격 하락을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 한국 기업과의 세계시장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금융위기 시점과 2014년의 성과를 종합 비교해 보면, 한국기업은 성장성(매출액증가율 3.2%p, 비금융업 매출액증가율 -2.1%p)과 수익성(영업이익률 –1.2%p) 모두 악화되었다. 중국기업은 성장속도가 둔화(매출액증가율 4.8%p)되고, 수익성도 정체(영업이익률 0.5%p)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일본 기업은 성장성(매출액증가율 15.0%p), 수익성(영업이익률 2.2%p) 모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2014년 한국기업은 대중 수출 감소로 내수업종(금융, 헬스케어,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중심으로 매출성장이 확대된 반면 수출주도 업종(IT, 에너지, 소재, 산업재)은 매출성장이 둔화됐다. 금융위기 이후 한·중·일 상장기업의 업종별 성장성과 수익성을 비교시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군에 포함된 업종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엔저로 일본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2013년 이후 한중일 3국 기업 중 우리기업의 경영성과가 가장 부진한 것은 전기․전자, 자동차 이외 업종의 수출 부진과 뉴 노멀(新常态) 시대로 전환하는 중국 경제 둔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글로벌시장 지배력을 갖춘 기업조차 부진에 빠져 있는 등 우리 경제가 장기적 저성장으로 가는 위험징후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이같은 위기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정식서명 예정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국회비준과 발효 △민관합동 동남아·중동·중남미 경제 한류 확산 △기존 수출시장 중심에서 투자지역, 진출방식 다각화를 통한 해외 신시장 창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내적으로는 △외국인투자 활성화를 위한 차이나머니 활용 △창조경제 등 혁신을 통한 산업고도화 실현 △규제개혁 등 우리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여건 조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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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진 성장엔진… 14개 한국 대표기업 수익률, 中보다 낮다
입력 : 2015.11.04
[글로벌 500大 기업 분석… 한국 4.52%, 中 5.49%, 美 7.44%]
글로벌 평균보다도 0.85%p ↓… 특정 업종에 편중된 것도 문제
삼성전자 이익 30% 감소, 현대車는 3년째 이익 줄어
연구개발 지원 강화하고 국내외서 M&A 활성화해야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선진국 대기업보다 수익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무력증(無力症)을 겪고 있다. 이는 본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2013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포천(Fortune)'지(誌)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3년 연속 포함된 439개 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을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포천 글로벌 500'에 3년 연속 뽑힌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포스코·현대중공업·LG전자 등 14개사다. 이 14개사의 매출액 합계는 우리나라 전 산업을 통틀어 25%에 육박한다. 766개 코스피 상장(上場)기업 매출액 합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그런데 이들 14개 기업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4.52%)은 글로벌 평균(5.37%)보다 0.85%포인트 낮았다. 미국 대기업의 평균 수익률(7.44%)은 물론 중국 기업 수익률(5.49%)에도 뒤진다.
◇한국 대표 기업, 영업이익 매년 감소
2012년 연간 매출 200조원 시대를 열었던 삼성전자의 올해 큰 고민 중 하나는 2년 연속 매출 하락이다. 2013년 228조원의 매출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던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매출(206조원)이 하락해 올해는 200조원 미만으로 매출이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년 전 대비 30% 넘게 급감했다. 한국 산업계의 다른 대표 주자인 현대자동차도 2012년부터 영업이익이 3년째 감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GS칼텍스 등 '포천 500대'에 포함된 다른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올해 국가 기준으로 '포천 500대' 기업을 7번째로 많이 배출했다. 미국(128개사)과 비교해서는 8분의 1 정도지만 전통적인 산업 강국(强國) 독일(29개)의 절반이 넘는다. 우리나라와 GDP 규모가 비슷한 호주(8개), 스페인(8개)보다 '포천 500대' 기업을 2배 가까이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외화내빈(外華內貧)에 가깝다. 한국 대표 14개 기업의 연평균 수익률이 외국 대기업 수준을 훨씬 밑돈다. 특히 한국 대기업의 '포천 500' 등재 기간은 평균 12년으로 전체 평균(14년)보다 2년 짧은데 수익성은 더 나쁘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과)는 "한국 대표 기업들이 역사가 오랜 선진국 기업보다 돈 버는 능력이 못하다는 사실은 기업의 무기력증을 보여주는 위기 신호"라고 말했다.
특정 업종에 편중된 것도 취약점이다. '포천 글로벌 500' 기업의 50개 업종 가운데 한국 기업이 속한 분야는 20%(10개)다. 나머지 80% 업종에는 글로벌 기업다운 한국 회사가 전무(全無)한 셈이다. 휴대폰·조선(造船)에서 세계 최선두권인 삼성전자와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8개 업종의 경우 각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과 적게는 1.3배, 많게는 18.2배까지 매출 격차를 보인다. 세계 100대 기업에 포함된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액(847억달러)은 일본 도요타(2477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 최대라는 롯데쇼핑의 매출액(266억달러)은 미국 월마트(4856억달러)의 5.5% 정도다.
◇"R&D 강화하고 M&A 활성화해야"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강한 '포천 500' 기업이 더 나오려면 본원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진단한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경제학과)는 "차별화된 품질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는 등 원천 경쟁력을 세계 초일류 수준으로 확실하게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외국은 R&D 확대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늘리는데, 한국 대기업의 R&D 인건비 세액공제율은 2013년 3~6%에서 올해 2~3%로 반 토막 났다"며 "R&D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주식 매각 차익에 대한 세액 공제 같은 인센티브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업종에서 M&A(인수·합병) 활성화도 과제로 꼽힌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음료의 코카콜라, 의류의 유니클로처럼 여러 분야에서 세계 1등 한국 기업이 등장하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국내 사업 재편은 물론 선진국 기업 등을 상대로 M&A를 하면 경쟁력 강화에 도움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