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6
[머니투데이 이병찬 이코노미스트] [편집자주] 변동성이 점점 커지는 금융경제 격변기에 잠시 숨고르며 슬기로운 방향을 모색합니다.
[[숨고르기]은행, 글로벌 금융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 대응해야]
최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은행거래에서 대면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11.2%(2분기 말 기준)에 불과했다. 이는 90% 가까운 은행 거래가 온라인중심의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말한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기라도 하듯 금융감독원은 100년 이상 사용하고 있는 종이통장을 2017년 9월부터는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2020년 9월에는 완전 폐지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심사중인 인터넷전문은행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설립될 예정에 있다. 신축 건물이 생기면 늘 1층에 들어서던 은행의 지점들은 2층,3층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지 오래다.
바야흐로 창구, 통장, 수표, 금고, 번호표 등으로 이미지화된 전통적인 은행 개념이 명실상부하게 해체되고 있다. 어쩌면 종이 통장이 유물이 되기 전에 은행 자체가 먼저 화석화 될지도 모른다.
지난 19일 내놓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매킨지의 글로벌뱅킹 연차보고서 분석자료에 따르면 2025년이 되면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업의 매출과 수익을 상당부분 잠식할 것이며 특히 소비자금융의 경우는 수익의 60%까지 핀테크기업들이 가져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도 수준이라면 핀테크업체가 금융의 주류이고 은행은 보조 기관의 지위로 변경되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수백년간 정립된 ‘금융’의 개념이 핀테크혁명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최근 전방위로 확산되는 핀테크 혁명의 속도와 범위를 볼 때, 기존 은행이 독점적으로 향유하는 핵심 업무의 수익 상당부분을 핀테크 기업들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인허가의 우산 아래 은행들 끼리의 안전한 경쟁은 더 이상 없다. 핀테크 기업들과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해야 할 처지다.
▷수신기능
이미 일반화되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이나 P2P금융은 저금리에 지친 은행 이용자들에 상대적인 고수익을 안겨주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사모펀드 진입장벽 완화는 고액의 자산가들로부터 상당한 자금이동을 유발시킬 것이 분명하다.
한편, 전자상거래와 연계된 유동자금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금융은 은행들이 가진 수신기능의 주도권을 상실시키고 있다.
자산증식의 주요수단인 은행의 전통적 수신기능은 점점 약화되고 단순한 예치기능이나 소액적금, 결제과정의 유동성관리 기능으로서의 수신만 생존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아있는 기능조차도 굳이 은행원이 관리해야 할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여신기능
기업들은 B2B 인터넷금융을 활용하여 직접 조달하고, 개인은 P2P 대출을 사용하는 행태가 핀테크혁명에 힘입어 일반화될 전망이다. 굳이 은행이 개입한다면 대출자금의 입출금 과정에 필요한 결제기능이나 에스크로기능 정도에 불과하다.
기업이나 가계의 대출 심사도 모든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분석기능을 빅데이터기반 핀테크업체들이 훨씬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보안기술의 고도화는 정보유출과 사적이용을 성공적으로 차단하여 은행, 핀테크기업, 고객 상호간에 분쟁을 제거한다.
담보관리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모든 부동산이 전산화 돼 있는 상태고 지난해 7월부터는 동산물품도 인턴넷 등기가 가능해졌다. 결국 여신영업을 위한 RM(relationship manager)만 남고 심사,사후관리 등 대부분 관리업무는 핀테크업체가 담당하게될 가능성이 크다.
▷자산관리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계좌이동제는 기존의 자산가들이 주거래은행에 복잡하게 얽혀서 은행간 자산이동이 어려웠던 구조를 무너뜨리는 중요한 시발점이 된다.
은행 소속의 WM(wealth manager)들이 자사의 상품 위주로 고객자산을 관리하던 체제는 금융시장 전반에 산재하는 재테크정보는 물론 사람들의 행동 및 정서적 패턴까지 데이터화하는 빅데이터기반의 핀테크회사들에게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수퍼리치들에게는 전문 WM의 밀착관리가 불가피 하지만, 10억 원 이하의 중규모 자산가(mass affluent)들을 커버 하기에는 비용과 인력 등 효율성이 낮기 때문에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로봇WM(robo-adviser)에게 자산관리기능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영업 및 운용
자기회사의 금융상품을 제대로 팔기 위해서 관련된 정보와 지식에 정통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망신 당하기 십상이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방대한 금융정보와 지식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기능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핀테크가 아니면 해결하기 어려운 금융환경이 돼 버렸다.
트레이딩과 포트폴리오관리는 이미 첨단 금융공학이 적용된 알고리즘 매매 및 자산배분전략이 일반화 돼 있다. 일반 금융상품은 표준화된 프로그램에 의해 간단하게 제조된다. 파생상품이 개입되는 복잡한 구조화 상품은 사람보다 컴퓨터가 더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영업인력이나 운용인력은 알고리즘을 짜고 프로그램을 만든 핀테크회사들의 소프트웨어를 다룰 수 있는 IT,통계,수학 전문가들로 상당부분 대체될 것이다.
▷지급,결제,송금 등
금융기관 유관 단체들이 연합하여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최초로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플랫폼 구축’을 추진중에 있다. 금융기관 내부의 금융서비스를 표준화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형태로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핀테크 서비스가 금융전산망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계획대로 공동 인프라 구축에 성공한다면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핀테크회사들이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기본적인 금융서비스(지급,결제,송금,잔액조회 등)를 제공하는 여건을 갖추게 된다. 외형상 금융기관과 핀테크회사의 서비스구분이 모호해지는 것이다.
이 같은 기본 금융서비스 유지를 위하여 매년 엄청난 전산비용과 인력이 투입되지만, 핀테크회사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에 기반하여 기존의 금융전산체제를 대체하게 되면 인력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될 것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은행(HSBC, 바클레이즈, 도이체방크 등)의 대량 감원 조치는 본격적인 은행산업 구조변화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 글로벌 저성장 경제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일시적 생존전략으로 보이지만 핀테크 혁명이 초래하는 은행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이에 수반되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서막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시작한 ‘금융권 공동 핀테크 플랫폼 구축’과 같은 프로젝트는 매우 바람직해 보이는 시도이다. 지금과 같이 급격한 금융 패러다임 변화기에 한번 실기 하거나 방향을 잘못 잡는 경우 글로벌 금융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상실하기 십상이다. 금융기관이나 핀테크기업들이 개별적인 이해관계로 대응하기 보다는 국가 금융시스템을 새로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상호 윈-윈하는 공동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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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찬 이코노미스트 leebyungc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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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i****
세상은 그렇게 슬그머니 샥 바뀐다
2015.11.06 오전 7:03 모바일에서 작성 | 신고
답글 0 5 1
libe****
독과점은 결국 다 골로가게돼잏다. 은행.공기업.군 학교 공공기관. 철강.옛날건설업 다 맛간지 오래고 다 세금으로 버티고 있을뿐이다. 지금의 젊은이들만 죽어나게돼있다. 이삼국가론ㅡ
2015.11.06 오전 6:45 모바일에서 작성 | 신고
답글 0 7 4
oran****
매일 발생하는 경상젇 거래는 온라인으로 가능하지만 신규계좌개설 신규대출신청 심사는 오프라인으로 하겠지아무리 온라인이 좋아도 몇억씩 얼굴도 안보고 서류로 해줄까?은행이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직원부터 자르겠지총업무대비 온라인업무가 많다고 은행 수명드립까지 치는건 오바
2015.11.06 오전 7:40 모바일에서 작성 | 신고
답글 0 2 1
chos****
과연 변화가 우리가 살고있는 이시대에 이득일까?무인택시.무인경비.로봇수술.은행도 온라인. 사람들은 뭐해서 먹고살지?지금도 어마어마한 실업자 투성인데 점점 일자리는 줄어들고.....늘어나는건 생계형 범죄자들 뿐일뿐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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