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시장 급락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타격을 입었던 군인공제회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했다. 여전히 시장 불확실성이 커 당장 과감한 투자는 어렵지만 올해는 주식시장을 정조준하며 재도약한다는 구상이다.
회원 17만명에 자산 8조2000억원의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10월 김진훈 이사장이 부임한 후 조직개편에 나섰고 올 초 박석환 전 캡스톤자산운용 대표(사진)를 최고운용책임자(CIO)인 투자사업이사로 선임했다.
박 이사는 금융투자는 물론 부동산 개발 및 투자 사업까지 총괄한다. 박 이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내겠다"며 향후 금융투자를 늘리고 건설·부동산 투자를 줄이는 자산운용 계획을 밝혔다.
군인공제회는 종전까지 금융과 건설 부문에 54대 46의 비율로 투자해 왔으나 앞으로는75대 25 수준으로 금융투자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올해에는 총 1조원의 신규 투자에 나서는데 이중 3500억원을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박 이사는 "저변에 군인 정신을 '자산'으로 갖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여러 연기금과 다르다"며 "과거 인수·합병(M&A)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을 선도했듯 주식시장에서도 전술·전략적인 투자로 좋은 수익을 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다른 연기금들처럼 대형주나 우량주에만 투자하면 인덱스를 조금 넘는 수익 밖에 얻지 못한다"며 "위험분산은 자칫 책임회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치열한 연구를 통해 유망한 종목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며 "
포트폴리오를 50~100개 종목으로 운용하는 쪽은 관심이 없고, 투자 규모 상 5~10개 종목도 위험한만큼 적절한 범위를 놓고 고민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올해 주식
투자 목표 수익률을 10% 이상으로 잡고 있는 박 이사는 올 1, 2분기 상장사들의 실적을 확인한 후 종목을 선정해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1, 2분기 기업들의 성적이 양호할 경우 코스피지수가 2000선 위로 꾸준히 갈 수 있겠지만, 반대로 결과가 부진하면 하방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
그간 강점을 보여 온
M&A 등 대체투자 부문에는 올해 3500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건설
·부동산 투자에도 3000억원을 배정했다.
수익형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호텔, 레저 등 실물자산에 대한 직간접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자산운용 수익률은 1.5%였다. 주식투자에서 -10.8%의 저조한 성과를 기록했지만 채권과
대체투자에서 각각 5.8%, 3.3%의 수익률을 올렸다.
박 이사는 1984년 한국투자신탁을 통해 운용업계에 입문한 후 신한투자신탁, 선에셋투자자문, 메가마이다스투자자문, 캡스톤자산운용 등을 거치는 등 20년 넘게 투자운용의 최전방에서 활약했다.
특히 캡스톤자산운용 시절 부동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군인공제회 CIO 부임 후 2개월동안 건설·부동산 현장을 직접 실사하며 부동산 및 대체투자사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박 이사는 "오는 2014년 창립 30주년을 맞는 군인공제회는 앞으로 국내투자에만 머무를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 캘퍼스나 싱가포르투자청 등 세계적인 기관투자가와 견줄만한 운용체제와 투자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도 정신무장이 돼 있다"며 "부실 사업을 만들지 않는 '무결점 플러스 알파'의 군인공제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