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4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던 미국의 헤지펀드들이 지난주 연쇄적으로 상환을 중단해 뉴욕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미국 헤지펀드인 스톤 라이온 캐피털 파트너스는 지난 11일 투자자에게 환매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는 또다른 헤지펀드인 서드 애비뉴 매니지먼트가 환매를 중단하고 펀드를 청산한 사실이 밝혀졌다.
2008년에 설립돼 현재 13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스톤 라이온은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급증하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펀드는 지난 2008년 거의 파산 상태에 빠졌던 베어스턴스 출신의 펀드 매니저에 의해 운용되고 있었다. 이 펀드는 경영이 상당히 악화되고 있는 기업들이 고금리로 발행하는 이른바 '디스트레스트(distressed)' 채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서드 애비뉴 펀드는 맨해튼 3번가에 본사를 둔 유명 헤지펀드로 주로 정크본드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 펀드는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투자자들의 환매를 서둘러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들 펀드는 제로 금리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을 겨냥해 정크본드와 디스트레스 채권을 대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었다.
자사주 매입이나 인수합병 등을 위해 다양한 등급의 민간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고 그중에는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 관련 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다.
문제는 은행의 자기자본 투자 등 고위험 업무를 규제하는 이른바 '볼커 룰'에 따라 시장 조성 역할을 하던 미국의 대형 투자 은행들이 고위험 채권의 자기자본 거래에서 퇴출당하면서 시장 유동성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유명 투자자 칼 아이컨은 이와 관련, 트위터에서 정크 본드 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중시하면서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매매가 급감한 점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 C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크 본드 시장을 '화약고'라고 지칭하면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들 2개 펀드의 운용 규모가 시장을 뒤흔들만한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상을 앞둔 시점에서 헤지펀드의 연쇄 파산을 예고하는 전조일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시장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의 칼럼니스트인 도시마 이쓰요는 정크 본드 시장이 이미 원유 급락과 대등한 리스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논평했다.
올해 헤지 펀드들의 운용 실적은 중국발 글로벌 주가 급락의 여파로 상당히 악화된 상태다. 만일 헤지펀드의 새로운 파탄 뉴스가 흘러나오면 투자자의 헤지펀드 이탈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덧붙였다.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