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전문투자형)

만신창이 글로벌 헤지펀드업계, 내년 재기할까 저조한 수익률에 펀드 폐쇄·지분 매각 잇따라…연평균 -2.8% 수익률

Bonjour Kwon 2015. 12. 11. 08:06

2015-12-11

 

헤지펀드업계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통화정책 베팅이 빗나가고 갑작스러운 시장 변동성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글로벌 헤지펀드업계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마이너스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연초만 해도 헤지펀드의 기대감은 높았다. 특히 수년간의 방향성 없는 시장이 끝나고 마침내 금리와 통화 움직임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매크로 헤지펀드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연준이 올해 기준 금리를 인상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은 계속해서 통화 완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통화정책 분화 기대감이 작용했던 덕분이다. 많은 헤지펀드들은 유로를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했다.

 

그러나 인정사정 없는 시장의 흔들림과 반전에 만신창이가 된 헤지펀드업계는 또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올해 통화정책 분화에 기댄 투자 아이디어가 결국은 옳았지만 극심한 변동성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연준은 9월 기준금리 인상을 연기했고 연준의 결정은 매크로 매니저들에게 적합하지 않는 시장 상황을 초래했다.

 

한 헤지펀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이 데었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시장 움직임이 매우 갑작스럽고 빠르게 진행돼 수 개월에 걸친 추세가 아니라 단 수 거래일간 이어지고 끝나버리기 때문에 추세를 좇기가 매우 어렵다"는 설명이다.

 

매크로 헤지펀드 중 일부는 결국 문을 닫았다. 운용자산 20억 달러 규모 포트레스인베스트먼트그룹의 대표 매크로 헤지펀드는 10월, 연간 17.5% 손실을 본 이후 펀드 폐쇄를 결정했다. 마이크 노보그랏츠 매니저는 올해 초 투자자들에게 "헤지펀드업계가 적자생존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고 7월에는 "잘하면 자산을 끌어들이고 못하면 자산을 잃는다"고 말한 바 있다. 펀드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낸 펀드 중 하나로 기록됐다.

 

지난주에는 블루크레스트펀드가 외부 투자자들의 돈을 모두 돌려주고 사적 투자회사로 남기를 결정했다. 최근 헤지펀드 업계의 수수료 구조가 노력을 보상하기에 충분치 않아 더 이상 외부 고객들의 돈을 운용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달았다. 2012년만 해도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한 곳이었던 블루크레스트의 대표 펀드는 지난 3년간 저조한 성과를 거두며 올해 운용자산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FT는 투자자 기반이 점점 더 보수적으로 변화해가는 가운데 헤지펀드의 부진한 성과와 과도한 수수료 압박은 거세지고 있으며 올해 다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헛다리 짚기는 업계의 명성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미국 금리 방향과 관련한 혼란과 불확실성은 주식시장 전반에 파급됐다. 명성이 자자한 스톡피커들의 대규모 베팅이 잘못되면서 이들은 생애 최악의 투자 성과를 내기도 했다. 빌 애크먼과 데이비드 아인혼도 손실을 피해가지 못했다.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는 발리언트제약 투자가 잘못되면서 지난달 말 기준 펀드 가치의 20% 이상을 잃었다. 퍼싱스퀘어는 지난해 최고의 성과를 낸 펀드 중 하나다. 데이비드 아인혼의 그린라이트캐피탈 역시 고전하고 있다. 가치 투자 포트폴리오가 막대한 손실에 직면한데다 매도 포지션에서는 이를 상쇄할 만큼 충분한 수익을 거두지 못해 연간 15% 이상 손실을 입었다.

 

FT는 고통스러운 한 해를 지낸 헤지펀드들이 내년에는 마침내 거래가 성과를 거둘 것이라며 또 한차례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더 많은 헤지펀드가 영원히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헤지펀드업계의 전반적인 부진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업계의 헤지펀드 지분 인수는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9월 사모투자회사 KKR이 마셜웨이스의 지분 24.9%를 인수했고 지난달에는 어필리에이티드매니저스그룹(Affiliated Managers Group)이 블루크레스트로부터 헤지펀드 시스테마티카(Systematice)의 소수지분을 사들였다. 블랙스톤과 골드만삭스 등은 헤지펀드 지분 인수를 위한 펀드를 조성했고 크레디트스위스는 2012년 철수한 헤지펀드업계의 소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올해 전담 팀을 꾸리기도 했다.

 

WSJ은 헤지펀드업계의 저조한 수익률의 결과 성과 수수료가 마르면서 지분을 매각해야 할 압박이 거세지는 것을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HFR에 따르면 올해 헤지펀드업계의 연간 투자수익률은 -2.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