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31
매각 과정을 밟고 있는 현대자산운용이 여러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제치고 부동산 펀드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시장의 큰손으로 알려진 하나자산운용의 올해 설정 실적은 예전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30일 금융투자업계와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올해 신설 부동산 펀드는 총 158건(설정액 4조899억원)이다. 설정 건수는 지난해(153건, 설정액 5조1116억원)보다 소폭 늘었지만 설정액은 약 20% 줄어든 수준이다.
김현진 교보리얼코 연구원은 “지난해 대비 절대적인 수치는 감소했으나, 작년 펀드 설정액이 지난 10년간 최대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도 부동산 펀드의 투자가 활발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3년에는 126건, 3조9818억원이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올해는 지금까지 부동산 펀드 투자에 활발하지 않았던 현대자산운용과 에프지자산운용 등의 설정 실적이 두드러졌다.
현대자산운용은 올 한 해 동안 7233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출시해 가장 많은 실적을 보유한 자산운용사로 우뚝 섰다. 이 자산운용사는 미국 뉴욕 소재의 오피스빌딩인 ‘쓰리 브라이언트 파크(Three Bryant Park)’와 ‘11 매디슨 애비뉴(11 Madison Avenue)’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설정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2년 인가를 받은 에프지자산운용은 올해 3631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설정했는데, 이는 세 번째로 많은 실적이다. 에프지자산운용은 교직원공제회를 투자자로 끌어들여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오피스빌딩 ‘51 ASTOR’에 투자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에 집중했으며,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오피스빌딩에도 관심을 뒀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설정 실적 1위였던 이지스자산운용이 5539억원어치의 펀드를 조성해 자존심을 지켰다.
2013년과 2014년 모두 2위를 차지했던 하나자산운용의 설정 실적은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이 자산운용사의 2013년과 2014년 설정 실적은 각각 5189억원과 3732억원이었다.
이어 삼성생명의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도 예년보다 소극적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4842억원과 2014년 3557억원의 부동산 펀드 조성 실적을 가진 삼성SRA자산운용은 올해 3000억원도 모으지 못했다.
한편 올해도 부동산 펀드는 투자처 다양화에 주력했다.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오피스빌딩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자 부동산 펀드들은 또 다른 실물자산으로 물류센터에 관심을 나타냈다.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펀드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오피스의 임대인은 임차인과 최초 2∼3년을 계약하고 그 기간을 늘려가지만, 물류센터의 임차 기간은 보통 10년 안팎이다. 때문에 물류센터는 공실에 대한 우려가 낮고, 이는 곧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라는 이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해외시장 공략에도 더욱 박차를 가했다.
최남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