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동향>**********/현대상선그룹

“인수자 급구” 현대증권 또 매물로.

Bonjour Kwon 2016. 2. 2. 06:34

2016.02.02

 

[동아일보]

현대그룹 최종 자구안에 매각 포함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매각 카드가 석 달여 만에 다시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증권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KDB대우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인수 금액이 매각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29일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최종 자구안에 현대증권 매각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은 올해 4월 약 1200억 원, 7월 약 2400억 원 규모의 공모사채의 만기를 맞는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자구안을 검토한 뒤 1분기(1∼3월) 내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대증권 매각이 공식화된 건 지난해 10월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오릭스PE)가 인수를 포기한 지 석 달여 만이다. 오릭스PE는 현대증권 지분 22.56%를 6512억 원에 사들이려 했으나 ‘파킹딜’(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민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되찾아오는 계약) 의혹 등이 불거져 매입 의사를 철회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장의 관심이 컸던 매물인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결정됐기 때문에 현대증권 매각도 성사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증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52% 오른 5720원에 마감했다. 잠재적 후보로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미래에셋금융그룹에 고배를 마신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가 거론되고 있다. KB금융은 비금융 계열사 강화, 한국금융지주는 투자은행(IB) 대형화라는 목표를 위해 덩치를 불릴 필요가 있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매각이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언급할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현대상선에 자금 지원을 주선하며 ‘백기사’로 나선 메리츠종금증권도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현대증권 인수 금액이 오릭스PE가 제시했던 6500억 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현재 가격의 2배로 보고, 현대 측이 오릭스PE가 제시했던 가격 이하로 팔지 않을 것을 감안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시장 평가액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3047억 원 수준이다. 현대증권 주가는 지난달 8일 2대 주주였던 사모펀드(PEF) 자베즈파트너스가 지분(9.54%) 전량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매각한 여파로 올해에만 11.8%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3조2165억 원으로 업계 5위 규모인 현대증권을 인수할 기회인 만큼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대우증권 이후 사실상 마지막 대형 증권사 매물”이라며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프리미엄을 책정했던 것처럼 의외의 가격표가 매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증권을 매각하더라도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은이 현대증권 매각에 회의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증권 지분 22.43%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이 이미 지난해 11월 이 지분 중 19.78%를 담보로 제공하고 약 2500억 원을 빌렸다. 산은 관계자는 “오릭스PE가 제시했던 인수가를 기준으로 보면 현대 측은 매각 대금으로 빚을 갚고 최대 4000억 원 정도를 확보하게 된다”며 “6조 원대 부채를 가진 현대상선을 구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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