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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명보험사, 투자보다 본업 리스크관리 시급” “생보사 가치 창출 실패 이유는 자산운용에만 집중했기 때문

Bonjour Kwon 2016. 2. 18. 21:22

2016.02.18

   

국내 생명보험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생명보험업계가 자산운용보다는 부채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맥킨지 서울사무소는 18일 국내 생명보험업계의 현황을 조사한 ‘생명보험산업 가치창조의 길(The Life Journey)’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맥킨지는 "국내 생명보험산업의 외형, 즉 운용자산은 지난 수십 년간 급격히 증가한 반면, 전반적 수익 실적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 생명보험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돌입했으며, 저성장 기조 하에 과거와 같은 팽창의 돌파구가 안 보이는 현실에서는 보험업의 본질인 부채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운용자산(AUM; Asset Under Management) 기반의 투자 실적은 보험사들의 가치창출 실적과 상관관계를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90년 이래 국내 생보산업은 IMF 외환위기 직후 수년을 제외하고는 자기자본 비용을 상회하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소위 말해 ‘가치 창출에 실패’한 산업으로 분류됐다.

또한 저금리 기조에서 보험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최근 수년간, 산업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자본비용(COE)을 4~5 %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낮은 산업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에도 불구, 개별 보험사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연간 가치 성장률에 있어 많게는 20퍼센트 이상에 이르는 큰 편차가 포착됐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맥킨지는 "이들 선두 주자의 ‘비결’은 고객이 맡긴 돈을 굴리는 투자 실력이 아니라, 부채관리 역량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부채관리 역량’은 보험 상품을 개발할 때 사망 위험이나 질병 위험을 얼마나 과학적으로 잘 계산해 내는가, 보험료 산출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가, 보험사 입장에서 리스크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가 등 보험업의 ‘기본 역량’에 해당한다.

   

▲ 자료:맥킨지

하지만 맥킨지는 많은 보험사들이 양적 성장에 매몰돼 경쟁사의 상품을 ‘카피’하는 데만 급급한 가운데 근본적인 역량의 발전을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맥킨지 전은조 파트너는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보험료 산출, 조정의 유연성을 제한해 온 과거 규제 환경과 더불어, 시장 점유율이나 운용자산의 크기 등 ‘외형’을 중시하는 보험사의 전략적 지향점 등이 복합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다른 시장에서도 일관되게 발견된다는 점이 흥미로운 점으로 꼽힌다.

맥킨지의 ‘The Life Journey’ 보고서는 한국 외에도 미국, 일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시장에서 동일한 방법론을 활용한 분석을 실시했는데, 성숙 시장인 미국이나 일본 시장에서는 부채관리를 통한 가치 성장 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자산의 투자를 통한 수익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기여함을 알 수 있다.

개도국 보험업에서는 사망이나 질병 확률을 계산하여 수익을 올리는 것이 수많은 불확실성 하에서 쉽지 않은 반면,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여건은 훨씬 많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전은조 파트너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 정도 모습을 보이는 한국 시장이 점차 선진국 형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한 만큼, 이제 우리도 본격적으로 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전은조 파트너는 “보험 산업은 이미 성숙단계에 들어간 산업이라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보다 더 오래된 시장에서도 글로벌 선도 보험사들은 여전히 두 자릿수 ROE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주주가 투자한 자본금액의 10% 이상 수익을 매년 실현하고 있는 셈” 이라면서,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는 국내 생보사들의 주가를 지적했다.

비벡 아그라왈(Vivek Agrawal) 맥킨지 아태지역 보험 프랙티스 총괄 리더는, “글로벌 보험사들이 참석하는 국제 컨퍼런스에 가보면, 한국 보험사들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규모를 보이고 있지만, 그 존재감은 미미한 상황”이라고 전하며, 더 이상 양적 성장이 아닌,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방향의 선회를 강조했다.

전은조 파트너는 “여전히 많은 생보사들이 투자수익 혹은 양적 성장 중심의 전략만을 구사하고 있다”며 “높은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고객, 상품 및 채널 세그먼트를 공략함과 동시에 혁신적인 방식의 리스크 선별 및 가격 책정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맥킨지는 국내 생명보험산업이 직면한 인구구조, 경제상황 속에서 가치 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네 가지 필수 과제 △리스크 및 자본관리 역량 구축 △데이터 분석 역량을 통한 업무 체계 자체의 개편 △보유계약 및 기존 고객 관계 활용 극대화 △유통/영업 역량 제고 및 원가 절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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