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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토종 한국인의 헤지펀드로 월스트리트에 제대로 뿌리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낍니다. 한국인으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을 잘 아는 만큼 경쟁력도 갖췄다고 생각해요.”
순수 국내파이지만 장 대표 이력을 보면 충분히 월가에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몇몇 금융회사를 거쳐 2001년 미래에셋에 입사한 그는 대외 홍보업무를 맡아 톡톡 튀는 회사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2006년부터는 미래에셋 글로벌화의 선봉에 섰다. 2000년대 초중반 중국·인도 등 이머징마켓 성장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였던 미래에셋은 2006년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그 어느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도 엄두를 못 냈던 일이었다. 장 대표는 한국인 직원 3명과 함께 뭄바이로 들어가 사무실 임대부터 시작해 사업면허 취득, 현지 인력 채용, 마케팅까지 하나하나 챙겼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듯’ 법인을 세운 것이다. 인도 법인 설립과 함께 미래에셋은 명실상부 글로벌 운용사로서의 첫발을 떼게 됐다. 장 대표는 인도 법인을 세운 뒤 두바이로 장소를 옮겨 중동 지역 사업도 맡았다. 미국 법인 설립도 그의 공이다. 2008년 미국 법인 대표로 부임한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미국 법인의 기틀을 다져놓았다.
미래에셋에서 탄탄한 길을 보장받을 수도 있었던 그는 ‘장훈준’ 이름을 걸고 월가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미래에셋에서 신시장을 개척했듯, 선진국에서 자리 잡고 싶다는 의지였다.
“미래에셋에서 배운 이머징 DNA는 저희 경쟁력입니다. 경제 성장과 자산 축적, 고령화 등 선진국 출신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급격한 경제와 사회 변화상을 체험했으니까요.”
장 대표와 월가 도전의 길을 함께 걷는 멤버도 탄탄하다. 메릴린치자산운용과 세계 최대 헤지펀드 관리회사인 시트코(CITCO)에서 선진 노하우를 쌓은 최영철 부회장이 회사 설립에 힘을 보탰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를 거쳐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 런던, 뉴욕 법인에서 근무한 장희정 최고투자책임자(CIO)도 합류했다.
신흥국가 소비 증가 덕 볼 기업에 투자
신흥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기업은 투자 1순위다. 다만 신흥국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다양한 헤지펀드 투자기법으로 헤지한다. 엄밀히 말하면 전통적인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를 절충한 형태다.
“시장변동 위험을 줄이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게 목적입니다. 글로벌 우량 기업은 매수전략으로, 구조적으로 쇠퇴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매도전략으로 수익을 내려 합니다.”
투자 콘셉트는 소비 관련주와 헬스케어, 정보기술주다. 장 대표는 “신흥국가는 더 먹고, 더 쓰고, 더 입는 쪽으로 움직인다”며 “이런 성장 스토리에 부합하는 소비 관련주와 경제력을 가진 노년층과 지속적인 혁신이 만들어내는 헬스케어와 IT 분야의 성장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 사진 :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6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