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등 유럽 부동산

런던 고가 주택 시장 냉각…2008년이후 지속상승.매수세 사라졌다.아시아시장에 집중마케팅.수요도주춤

Bonjour Kwon 2016. 2. 29. 13:54

2016.02.29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런던의 고급 주택 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단락되자 런던의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는 붐이 일기 시작했고 특히 호화 주택들은 신속하게 회복세를 보였다. 현재 런던의 부촌 지역에서는 5만여 채의 고가 주택이 건설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호화 주택 시장의 요즘 분위기는 퇴조의 기미가 역력하다. 전체 부동산 시장은 2014년에도 활황세를 유지했지만 100만 파운드가 넘은 주택은 겨우 3천900여채가 팔렸을 뿐이다.

 

템스강 양안에 주거용 고층빌딩들이 줄줄이 들어섰지만 매수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부동산 회사인 JLL은 올해 런던의 신축 주택 가격이 3% 떨어지고 2018년까지는 오름세를 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사는 3개월전만 해도 1%의 상승을 점친 바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시아 통화와 러시아 루블화의 하락, 유가 하락이 해외 매수자들의 의욕을 꺾은데다 오는 4월부터 새로운 부동산 거래세가 적용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각광을 받던 런던 부동산 시장은 공급 증가와 수요 부진이 겹친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고 관련 기업들도 고전하고 있다.

 

부동산 회사인 캡코의 주가는 올해 들어 27%나 떨어졌고 세인트 모드언의 주가는 20%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버클리 그룹의 경우, 4개 헤지펀드가 이 회사 주식에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의 고급 아파트 시장에 뛰어든 홍콩의 허치슨 왐포아, 카타르 국부펀드, 아일랜드의 밸리모어, 중국의 다롄 완다, 말레이시아의 컨소시엄 같은 외국회사들도 주택 시장 냉각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런던의 신축 고가주택 개발회사들은 아시아 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벌였다. 특히 홍콩에서는 입간판과 인쇄물을 통한 화려한 홍보가 집중적으로 전개됐다. 홍콩의 일간지는 주말 섹션을 통째로 런던 고가 주택 소개 기사에 할애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홍콩에서 개최되는 홍보행사장의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나이크 프랭크 홍콩 법인의 중개인 제프리 라우는 구매력이 2∼3년전만큼 높지 않다고 전하면서 예전에는 참가자들로부터 하루 40건의 문의가 있었지만 요즘은 20건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귀띰했다.

 

호화 주택 건설붐은 런던만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런던은 뉴욕이나 홍콩 등 다른 도시들보다 투자 이익이 유망하다는 이유로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선호를 받았다. 미처 완공되지도 않은 부촌의 아파트 수백 채가 전매될 정도였다.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의 애널리스트인 헤먼트 코탁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다 급락세를 맞았던 2008년 글로벌 위기 당시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개발사들의 대부분은 금융 조건이 엄격해진 탓에 당시보다 자본 사정이 나은 편이라는 것이다.

 

코탁은 주택 가격이 10∼20% 정도 떨어진다 해도 도산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이 그 이상으로 하락한다면 분명히 리스크가 있다고 밝혔다.

 

코탁은 부동산 개발사들이 건설 속도를 늦추거나 기관투자자들이 원하는 대로 임대 사업의 비중을 더 높이도록 강요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오는 6월 실시될 예정이라는 사실도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다만 현재의 시장 상황이 위기점에 도달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런던의 부동산 개발사인 프로퍼티 비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아무도 패닉에 빠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 조정이 진행되고 있지만 극적인 수준까지는 아닐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