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창지대인 미국 중서부와 남미의 극심한 가뭄으로 옥수수·콩 가격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바이오에탄올 수요 급증으로 곡물가격이 폭등한 2007~2008년과는 달리 지금은 가뭄에다 투기 수요가 가세하면서 가격불안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곡물가격 폭등으로 물가가 오르는 ‘애그플레이션’ 확산이 심상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지구촌에 대가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기상예측이다. 이로 인해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이 27%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불안요소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쌀만 자급수준을 유지하고 옥수수·밀 자급률은 1~2%인 취약한 구조다.
국제 곡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총 생산량의 10% 안팎인 ‘옅은 시장’은 수입국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옥수수·밀·콩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그것도 카길 등 곡물메이저의 손에 맡긴 꼴이 우리의 모습이다.
정부는 2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밀 등 수입곡물을 쌀로 대체하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2008년 애그플레이션 때 나온 ‘쌀국수’ 카드가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해외 농업개발 사업을 유·무상 공적개발원조(ODA)사업과 연계한다는 방향은 옳다.
국제시장에서 곡물조달 능력을 극대화하고 해외농장 개발과 국제 농기업에 대한 투자 등 중·장기적인 대책을 정교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밀·보리·콩의 자급률 확대를 위해 이모작 등으로 생산기반을 유지해야 한다.
2008년과 같은 ‘식량폭동’ 이 언제 또 닥칠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 농가의 사료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농협사료가 미국에 곡물수출터미널을 둔 STX그룹과 손잡고 연간 60만t 이상의 옥수수를 도입키로 한 것은 극찬할 일이다. 차제에 정부는 한국형 민간 곡물메이저를 길러내고 식량안보 의식도 높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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