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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격대출 된다? 안된다?…대출현장 대혼선.금융위, 대출재개 약속했지만 은행 미온적 시중銀, 자체 고정금리상품 판매 유리 판단

Bonjour Kwon 2016. 10. 26. 06:33

 

2016.10.25

금융당국·은행 사이에 낀 고객만 우왕좌왕

 

연 2.7%대 낮은 이자와 5년 단위 고정금리라는 좋은 조건 때문에 6억~9억원대 주택 구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온 적격대출 판매가 혼선을 빚으면서 주택 구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출 수요 급증으로 한도가 차면서 적격대출 판매가 중단된 뒤 고객들의 비판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선 금융위원회가 판매 재개를 공언했지만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적격대출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약속이 시중은행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엇박자가 나고 있는 모양새다. 25일 매일경제신문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적격대출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이날 현재 적격대출 상품 판매를 재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대 주요 시중은행 중 주택금융공사에 적격대출과 관련해 추가 판매한도 배정을 요청한 은행은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2곳에 불과했다.

 

이들 은행도 적격대출 취급에 따른 자기자본비율 개선이나 당국 방침 동조 등 정무적 이유 때문에 추가 판매한도 배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나머지 시중은행들은 적격대출 판매 재개를 위한 추가 한도 배정 요청에 미온적인 상태다. 이미 주택금융공사의 올해 적격대출 재원이 소진된 상태에서 넉넉한 추가 한도를 제공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데다 직접 저리 자금을 조달해 선보이는 자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데 적격대출 추가 취급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체 상품을 팔아야 이자수익 면에서 더 이익이 되는데 적격대출 판매를 재개하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적격대출로 고객들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얼마 되지도 않을 적격대출 판매한도를 추가로 배정받아봤자 수일 내에 한도가 소진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한 고객들이 민원을 제기하거나 하면 고객 응대에 나서야 하는데 이런 간접비용까지 생각하면 적격대출 추가 한도 배정을 신청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적격대출이 은행 상품 판매를 감소시킬 수밖에 없는 자기 살 파먹기식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을 초래하는데 굳이 이를 감내해야 할지에 대해 은행권 내에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을 보완해 저소득 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고안하는 게 맞지 그때그때 여론을 의식해 마구잡이식 상품 판매와 재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대신 은행들은 자체 주택담보대출 상품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포유(FOR YOU) 장기대출', 우리은행은 '우리 아파트론' 등 자체 고정금리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금리는 연 이율이 2.75%가량인 적격대출보다 최소 0.25%포인트가량 높지만 최초 5년 동안 고정금리가 유지되는 '준고정금리' 상품이다. 최초 5년이 지난 이후 5년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적격대출과 달리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변동된다는 게 차이점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적격대출과 마찬가지로 5년 단위로 고정금리가 유지되기 때문에 금리가 다소 높은 것을 제외하면 적격대출과 차이가 크지 않다. C시중은행 관계자는 "보금자리론 관련 업무를 처리하느라 적격대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추가 한도 배정 요청을 할지 검토조차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주택 가격 6억원 이하로 대출 대상이 제한된 디딤돌대출과 달리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은 주택 가격 9억원까지 이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수도권 주택을 구입하는 중산층이 주로 이용해왔다.

 

■ <용어 설명>

 

▷ 적격대출 : 단기·변동금리 일시상환 위주의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안정적인 장기·고정금리 분할 상환구조로 개선하기 위해 2012년 3월 출시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이다. 금리 조정형 기준 5년간은 2%대 후반의 낮은 고정금리로, 이후 5년 단위로 금리가 변동된다.

 

[김종훈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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