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양판점,대형슈퍼

2년연속 적자.'작은 백화점' AK의 베팅! 역세권등투자 확대.일본 지방백화점 생존전략 구사 2018년 홍대입구역사, 2020년 안산 사동 신도시 등.

Bonjour Kwon 2016. 11. 30. 08:18

2016-11-28

 

[프라임경제] # 2016년 8월 국토교통부 발표자료 기준, 전국 버스정류장 중 가장 승차인원이 많은 곳인 수원역·AK플라자 정류장. 하루 평균 유동인구 3만4000명 이상이 이용하는 이곳의 터줏대감은 AK플라자다.

 

이곳은 단순한 백화점이 아니다. 여름이면 AK플라자 수원AK타운점 7층 하늘공원에서 수영을 즐긴 기억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 시설을 보강한 '키즈 워터플레이'가 인기다. AK&의 2층, 계열사의 도움을 얻어 '제주항공 시뮬레이터 체험존'을 운영한 점도 수원시민들에겐 이야깃거리다. 항공기 조종체험 및 VR체험이라는 서울에서도 흔치 않은 재미를 지역 주민들에게 선사한 것이다.

 

내수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유통업계 특히 백화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백화점 업계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각각 마이너스 0.7%·1.2% 등 역신장을 겪은 후 올해 3%대 성장세로 전환한 바 있다.

 

각 백화점들은 소비침체와 소비패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증축과 리뉴얼, 신규 출점, MD(상품구성) 혁신 등 다양한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 다시 역신장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한국 소비의 주력을 담당해온 '40대 가구주'들의 수입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27일 통계청), 소비의 침체 상황을 피할 방법이 마땅찮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비누에서 시작해 큰 기업군으로까지 성장한 애경이 갖고 있는 백화점 즉 AK플라자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진다.

 

AK홀딩스의 경영 상황을 분석하면,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백화점 사업부문 매출은 353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 감소했다. 외형 매출 규모에 버금가는 중요 지표인 이익이라는 내실 면에서도 봐도 성적이 좋지 않다. 3분기까지 139억6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138억5600만원의 순손실을 넘어서며 2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된다는 우려가 높다.

 

◆증축과 맞불 작전 버겁다? '자칫 잘못되는 것 아니냐' 우려까지

 

이런 상황에 반론도 나온다. 지금 상황은 개구리가 뛰기 위해 움츠린 것과 같은 상황으로, AK플라자의 노력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볼 때라는 분석이다.

 

수원점 증축, 분당점 리뉴얼 등 투자로 적자폭이 커진 터라 유효한 공격수단 확보로 문제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연말까지 영업을 '바짝 조여서' 올해 전체 순손실액을 줄여 부담을 덜어내면, 내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예상도 일부에서는 내놓는다.

 

무엇보다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2018년 홍대입구역사, 2020년 안산 사동 신도시 등에 쇼핑시설을 오픈할 계획인 점도 관심을 모은다.

 

이런 '베팅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자칫 모 아니면 도의 상황으로 AK플라자의 운명을 끌고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수원역 앞 일명 AK타운. ⓒ AK

▲수원역 앞 일명 AK타운. ⓒ AK

이달 들어 롯데백화점 수원점과 AK플라자 수원점이 동시에 기념행사를 핑계로 대대적 할인 맞불을 놓은 것을 이 대목에서 볼 필요가 있다. 수원역을 사이에 둔 두 백화점이 한날한시에 행사를 진행하는 만큼 연예인 초청, 대대적인 할인, 이벤트 등을 준비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행사 단행 전부터 나왔다.

 

이런 경쟁은 통상적으로 작은 쪽, 백화점 부문 같으면 빅3 백화점의 계열점과 싸우게 되는 지방 터줏대감 백화점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K는 이 경쟁에서 나름대로 선전했다. AK 분당점의 성적표도 눈길을 끈다. 분당점은 1997년 삼성플라자로 개점한 뒤 2007년 애경이 인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제 사람으로 치면 20살 성인이 막 된 것이지만 백화점 '구력'으로 따지면 원로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AK플라자 분당점은 인접 상권 내 다양한 경쟁자들(롯데·신세계백화점 등)과 경쟁하면서도 분당 내 1위 백화점 쟁탈전에서 선전하고 있다.

 

많은 요인이 이 같은 순위 경쟁에 작용하고 있겠으나, 사람들은 피아짜360 광장에서 매주 문화공연을 여는 등 노력을 기울인 AK의 스타일에 점수를 많이 주고 있다. 뮤지컬 갈라쇼, 팝페라 공연, 성남주민 합창대회 등 고객과 함께하는 공연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점에 시민들의 호응이 나오고 이것이 매출로 연결됐다는 것.

 

공연이 열릴 때마다 평균 1000명 이상이 피아짜360 광장을 찾는다. 주변 화장품, 액세서리 등 매장의 매출은 10~80% 증가해 지역 상권 동반성장에 기여한다는 평이 부산물처럼 나오는 점도 결국 음으로 양으로 득이 된다.

 

특히 AK플라자 분당점과 관련 토지(분당구 서현동 265-1번지 5층 주차장 건물)는 국민은행 캡스톤사모부동산투자신탁14호에 매각한다는 공시가 작년 연말에 나오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소유권을 넘기고 다시 빌리는 '세일앤리스백'이 추진된 곳이기도 하다.

 

지역에 녹아드는 정서적 노력과 재무구조를 위한 부동산 재산 기법이 접목돼 만들어낸 피땀어린 성적이라는 풀이다.

 

◆지역 녹아드는 일명 '정서주의'에 주목할 필요 '日 타산지석'?

 

강원도 원주에서도 AK플라자의 이런 노력이 두드러진다. 강원도는 원래 백화점이 잘 안 된다는 속설 내지 상식이 퍼져있을 정도로 유통(백화점)업계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운 곳.

 

하지만 인구가 불과 30만명선을 좀 넘는 소도시인 원주에서 AK플라자는 지난해 5.8%의 신장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강원도 주부들 사이에서는 강원도 최초 백화점 문화아카데미가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세를 얻었다는 풀이다.

 

대형 브랜드 백화점들과 맞붙어 선전하고 있는 AK플라자 분당점. ⓒ AK

▲대형 브랜드 백화점들과 맞붙어 선전하고 있는 AK플라자 분당점. ⓒ AK

앞서 언급한 대로 다양한 투자 이슈를 빅3와의 경쟁을 위해 '황새의 걸음을 좇아 무리한 보폭을 내딛는 뱁새' 식으로 볼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과 멀리 뛰기 위한 '불가피한 투자'로 보는 긍정적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다만, 다양한 여러 선전 케이스를 본다면 일견 무모함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악수를 둔 결론으로 단정하기도 쉽지 않아 뵌다. 낮은 펀더멘털을 갉아먹는 악수로 끝나기 전에 다른 긍정적 효과를 빚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백화점그룹이 백화점 부문과 가구 등 다양한 비유통 분야의 성공적 경영으로 무리하지 않는 가운데 내실있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시나리오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영업점들의 좋은 실적에 이어 그 노하우를 면세점 영역에 발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이 심사하고 있는 일명 연말 면세점 오픈 티켓 쟁탈전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모범적인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AK플라자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실제로 최근 현대증권은 AK홀딩스에 대해 여러 계열사들의 이익성장과 분산된 사업 포트폴리오에 주목할 필요가 높다고 호평을 한 바 있다. 이런 체력을 바탕으로 AK플라자가 다시 약진할 때까지 버텨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 없다는 것.

 

실제로 일본의 경우 백화점 부문이 대체로 고전 중임에도, 지역에 밀착한 '정서주의 경영'에 이점을 가진 지역 백화점들이 선전하는 양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가을 보도가 주목할 만하다.

 

이 기사는 일본의 대표적 유통기업 세븐앤아이홀딩스가 소고백화점 고베점 등 자사 계열 백화점 3곳을 간사이지방 업체에 매각했다고 전했다. 미쓰코시 지바점과 다마센터점도 내년 봄 영업을 종료하는 등 전반적으로 타격이 큰 상황에서, 지방 백화점 기업들은 오히려 매장을 사들이는 역공을 취하고 있다는 이색적인 내용이었다.

 

AK플라자의 운영 방식이 꼭 일본을 염두에 두고 배워온 타산지석 노력이 아니라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이런 일본 정서주의에 바탕을 둔 지역 백화점의 저력 발휘 패턴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다만, 애경 백화점 사업은 그룹 전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평이 없지 않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차남인 채동석 유통·부동산개발부문 부회장이 백화점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적 악화에 빠진 백화점 사업과 대조적으로 화학과 항공운송 사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데, 후계구도 교통정리 문제 때문인지 힘을 유통에 밀어주는 상호 윈윈 구도가 진행되는 눈치는 아니라는 것.

 

정서주의 경영으로 돋보이는 길을 걸어온 AK플라자가 펀더멘털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불경기 상황에서 꼭 몸집이 커야만 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사례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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