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0
투자자들은 펀드를 고르기 전, 압도적으로 많은 펀드 개수에 고민에 빠지고는 한다. 수익률이나 수수료를 꼼꼼히 따져보거나, 판매사 직원의 조언을 듣기도 하지만 채권형 펀드, 배당주 펀드, 공모주 펀드, 멀티에셋 펀드, 인컴 펀드, 롱숏 펀드, 부동산 펀드 등 종류도 다양하고, 개수도 많다.
올해 2월 14일 기준 공모펀드수는 3638개, 사모펀드는 9743개나 된다. 이중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독특한 펀드들도 많다. 전문가들에게 ‘최근 주목받고 있는 독특한 펀드’에 대해 물어봤다.
◆ 에너지 인프라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MLP 펀드’…유가상승·트럼프 정책에 수익률 올라
조선 DB
원유인프라(MLP)펀드는 셰일가스·원유저장시설, 송유관 등 미국 내 에너지 인프라 자산을 보유하거나 운용하는 미국 합자회사에 투자하는 펀드다. 미국 정부가 석유나 가스 송유관 등 고비용 시설투자를 민간 자본에 맡기고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구조다. 수익의 90% 이상을 천연가스나 원유, 부동산에 투자하는 회사만 가능하다.
MLP 펀드는 미국 원유가 생산되거나 운송 물량이 증가할 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편이지만, 원유 가격 움직임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들보다는 변동성이 낮다.
지난해 초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26달러까지 내려가며 1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점차 회복돼왔다.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국가들의 감산합의 이후 유가는 크게 올랐다. 17일 WTI는 53.4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55.7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MLP펀드의 활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도 한몫 했다. 트럼프는 과거 선거운동 때부터 1조달러 규모의 설비·인프라 투자와 환경규제완화, 화석연료 사용을 공언해왔다. 트럼프는 취임 후 바로 키스톤 X 송유관, 다코타 송유관 건설도 허용했다.
정연승 한화자산운용 채널컨설팅부장은 “MLP펀드는 유가 상승과 트럼프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며 “펀더멘탈도 시장심리도 좋아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MLP는 수익의 90% 이상을 배분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에 비해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한다”고 밝혔다.
MLP펀드는 한국투자증권의 미국MLP 특별자산펀드자·분기배당특별자산펀드·연금저축미국MLP특별자산펀드와 한화자산운용의 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펀드·분기배당형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펀드 등이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5개 펀드의 1년 수익률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66.22%, 5.56%다.
◆ 공격적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농산물 관련 펀드’... 기후 변화에 따라 수익률도 바뀌어
농산물 펀드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오르는 펀드다. 계절·기후·수급적 요인으로 공급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변하면 수익이 변하는 식이다. 대두, 옥수수, 밀, 설탕, 콩, 커피 등 다양한 농산물에 투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라니냐 현상'은 옥수수와 콩을 주로 생산하는 아메리카 대륙에 가뭄을 만들어 태평양 서쪽에 가뭄을 발생시키는 ‘엘니뇨 현상'보다 곡물가격에 더 큰 영향을 준다. 투자자들은 상반기에 라니냐가 생길 경우, 농산물의 가격 상승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투자한 편이다. 농산물의 가격은 2012년 미국 대가뭄 때 급등했다가 줄곧 하락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상기후가 발생하거나, 물가 상승이 있다면 농산물 가격도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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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펀드 개별 수익률. / 에프엔가이드 제공
김선경 하나은행 청담 골드클럽 팀장은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들에게만 추천한 펀드로 변동성이 매우 큰 편이지만 최근 수익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강원 대신증권 반포 WM 수석PB는 “가격이 얼마가 될지 불확실성도 크고 리스크도 매우 많다”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로는 미래에셋로저스농산물지수 특별자산펀드가 대표적이며 농산물 관련 상품 선물로 구성된 로저스 국제농산물 지수를 추종한다. 삼성, 신한 등 자산운용사들도 농산물에 투자하는 상품을 운용한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수익률이 미래에셋 타이거 농산물 선물 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 신한BNPP포커스농산물증권자투자신탁 1(A1)의 경우 각각 8.07%, 6.15%다. 제로인은 8개의 농산물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6.47%다.
◆ 경기 안 좋을 때는 부실채권(NPL)펀드에 관심…주로 사모펀드 진행 많아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더욱 인기를 끄는 펀드도 있다. 바로 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펀드다.
부실채권 투자는 실적 악화 등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의 채권을 싼 값에 인수한 뒤 기업이 회생하면 높은 차익을 얻는 투자방식이다. 부실채권은 금융사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간 회수하지 못한 대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 담보부채권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조선 DB
그간 기관투자자들은 부실채권에 투자를 많이 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투자가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들이 사모펀드형태로 상품을 팔면서 개인들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김현준 하나은행 강남골드클럽 팀장은 “부실채권펀드는 생각보다는 투자 위험이 크지 않아 인기가 있지만, 사모펀드로 많이 진행돼 소액 개인 투자자가 투자하는 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실채권은 트랜치(tranche·동일한 담보에 대해 다른 조건을 제시하는 것)를 나눠 발행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최강원 PB는 “부실채권은 투자자별로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 지분(에쿼티)투자로 나뉘는데 선순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에쿼티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투자시에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자신이 잘 아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
전문가들은 이런 특이한 펀드들이 최근 수익이 나긴 했지만,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준 팀장은 "무엇에 투자하든 상품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먼저"라며 "현재 수익률이 좋다거나 직원의 추천만으로 투자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조재영 NH투자증권 부장PB는 “원자재 펀드는 원자재와 관련된 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원자재 선물 가격에 투자하는 펀드, 원자재 자체를 사는 펀드로 나뉘어진다”며 “본인이 어떤 것에 투자하는 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자재는 에너지나 금속류, 농산물 등으로 각각 나눠서 투자할 수도 있지만 세가지 모두를 전반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좀 더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투자하기 전, 목표 수익률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기우 하나은행 청담 골드클럽센터장은 “예금금리의 2배정도를 원하는 투자자가 고위험고수익인 농산물 관련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맞지 않은 셈”이라며 “상품을 선택할 때 목표수익률을 세우고 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펀드에 투자하기 전 살필 사항도 많다. 이기우 센터장은 펀드에 투자할 때는 ▲펀드에 어떤 상품이 담겨있는지 ▲투자 기간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해외 펀드는 환노출 상품인지 아닌지 ▲채권형 펀드 투자시에는 금리가 어떻게 될지 고민하고 시작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조재영 부장은 “과세가 되는 펀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개인연금 계좌 등 세제혜택 제도를 사용하면 비과세로 투자할 수 있다”며 “투자 전 과세대상 펀드인지 확인한 뒤, 비과세 제도를 이용해 투자할 수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소영 기자 seenr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