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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준다고 투덜대지 말라…경단녀·은퇴 지식근로자가 있다집안에 갇혀있는 대졸여성 `스마트워크` 늘려 불러내야.퇴직임원들 경영자문에 활용

Bonjour Kwon 2017. 3. 28. 06:35

2017.03.27

집안에 갇혀있는 대졸여성 `스마트워크` 늘려 불러내야

베이비붐세대 퇴직 임원들 중소기업 경영자문에 활용

국민연금 벤처투자 확대로 창업생태계 활성화 가능

 

◆ D-CHECKING 코리아 ② / 대한민국 역량 극대화…`포텐셜업` 전략 펼쳐야 ◆

 

 

2011년 첫아이 출산에 맞춰 직장을 그만둔 이유미 씨(가명·34).

 

석사 학위를 마치고 전문성을 살려 약 5년간 정보기술(IT) 회사에 근무했다. 6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하려면 사실상 퇴사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퇴직했다. 이후 두 아이를 낳고 다시 취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씨는"아이를, 그것도 두 명을 둔 엄마는 서류조차 봐주지 않았다"며 "나 같은 경력단절여성(경단녀)에게는 파트타임 잡도 기회가 안 온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씨 같은 경단녀는 696만명에 달한다.

 

결혼 전 직장 경험이 있는 여성은 928만9000명으로 44%에 달한다. 특히 한참 일할 연령대인 30~34세, 35~39세, 40~44세 여성은 각각 56.5%, 62.9%, 64.4%가 경력 단절 상태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대한민국 대졸 여성 취업률은 6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9%)에 한참 못 미친다. 독일, 스웨덴은 이 비율이 각각 84%, 89%에 달한다. 매일경제와 롤랜드버거는 제2 한국보고서(D Checking Korea)를 통해 인구절벽·고용절벽·투자절벽·소비절벽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세 가지 `포텐셜 업(Potential Up)` 전략을 제시했다.

 

첫 번째가 여성 경제 활동 참여 확대다. 네덜란드가 벤치마킹 사례다. 네덜란드는 △높은 업무 자율성 부여 △유연한 근무시간 △일과 가정 균형 등 일하는 방식 선진화를 통해 유럽에서 가장 고용주 만족도가 높은 국가로 도약했다. 이런 환경은 곳곳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설치하면서 구축됐다. 네덜란드는 주거지 근접 생활권에 스마트워크센터 99개를 만들어 공공, 민간이 운영 중이다. 네덜란드 여성 근로자 76.6%는 주당 근무시간이 36시간 미만인 파트타임 근로자다. 과거에 결혼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 여성들의 경력 단절의 주된 이유는 육아다.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들의 경력 단절 사유 중 육아는 30.1%였고, 임신·출산은 26.3%였다. 대기업에서는 육아휴직제도가 자리를 잡고 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딴 나라 이야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제 활용률은 90% 이상이었다. 그러나 소규모 기업인 5~9인 업체에서는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이용률이 각각 34.1%, 26.8%에 불과했다. 거주지 주변 어린이집과 공립 유치원을 배정받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는 한 경단녀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두 번째는 은퇴 지식근로자의 활용이다. 제2 한국보고서는 `한국판 SCORE`를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SCORE는 미국 중소기업청(SBA) 주관으로 1964년 비영리기관으로 설립됐다. 퇴직 임원을 활용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시급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은퇴 시기 도래자는 2013년 46만4000명 수준이었으나 2016년에는 56만명으로 늘어났고, 2017년에는 57만3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은 물론 학교 등에서도 은퇴 지식근로자를 필요로 한다. 국제 협력 활동 등에도 이런 인력이 활용될 여지가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영닥터제 등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으나 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국민연금의 역할 확대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 규모는 지난해 545조원에 달했다. 일본 공적연금펀드, 노르웨이 국부펀드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 규모는 2022년께 10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제2 한국보고서는 국민연금이 국가를 디지털화시키는 `플랜D` 전략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0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려도 국민 노후자금 10조원이 늘어난다.

 

현재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추구해 블루칩 위주 주식과 채권 투자에만 주력하고 있다. 벤처 투자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현재 국민연금 자산별 투자 비중(2016년 11월 기준)은 △국내 채권 52% △해외 채권 4% △국내 주식 18% △해외 주식 15% △대체투자 11% 등이다. 전체 적립금의 절반이 넘는 채권 투자는 2015년까지 투자 위험이 낮아 연간 4% 이상 안정적 수익을 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상황을 기대하기 힘들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국내 채권에서 얻은 수익률은 2%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사례에서 보듯이 대기업 발행 채권이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상식이 깨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기금(캘퍼스)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기업에 매년 5억달러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다. 제2 한국보고서는 국민연금 벤처투자 비중을 현재의 5~10배 수준으로 과감히 상향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벤처 투자 특성상 단기 평가는 금물이다. 벤처 투자에 대한 수익률 평가를 연간이 아닌 5년 단위 중장기평가로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기획취재팀 = 노원명 논설위원 / 박용범 차장 /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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