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은행, ‘부동산 금융’ 공들이는 까닭은?상업용 건물 투자 수년째 활황 법 개정후 유료 투자자문 길 열려

Bonjour Kwon 2017. 5. 4. 08:42

2017-05-03 

큰 손 잡고 수수료도 챙기고…
KB·신한 등 투자자문센터 경쟁
일반 고객 대상 온라인 플랫폼도


최근 주택시장 활황에 앞서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은 일찌감치 ‘나홀로 활황’이라고 할 정도로 잘 나가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30억~50억원대 상업용 건물들은 5년 전부터 콧대가 높아졌고, 3년 전부터는 이들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게 늘어나서 완전히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됐습니다. 아무래도 저금리로 금융상품의 투자수익성이 높지 않다 보니 은행이 부동산 투자에 특화한 서비스를 하지 않고는 자산가 고객을 상대할 수 없게 된 겁니다.”(시중은행 자산관리부문 관계자)

최근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여는 등 돈이 되는 ‘부동산금융’으로 달려가고 있다. 저금리 기조 아래 부동산이 옛날처럼 ‘대박’을 내지는 않더라도 금융상품을 대체할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낮아진 점도 큰 몫을 했다. 이에 은행권도 단순히 주택담보대출에 주력하던 데서 벗어나 증권사나 부동산신탁 업계처럼 상업용 부동산의 매매·임대차·운영 및 개발 등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금을 공급하고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금융으로 보폭을 넓힌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투자 수요를 지닌 자산가 고객이 드나들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별도로 열고 부동산 전문가와 고객의 만남 행사를 이어가는 등 대면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또 일반 고객을 겨냥해선 조만간 부동산투자 정보에 특화한 온라인 플랫폼을 열어 비대면 경로로 주택 등 부동산 투자와 자금수요를 붙잡을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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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신한은행과 케이비(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서울 강남·강북권에 한곳씩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열었다. 이어 국민은행은 합병 전 주택은행 시절부터 부동산 데이터가 많은 강점을 앞세워 일반 고객을 겨냥한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을 이달 안에 열 예정이다. 신한은행 역시 이르면 6월, 늦어도 7~8월까지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경매를 잘 모르는 일반 고객도 맘 편하게 접근할 만한 매물 정보를 골라내어 올리는 등 부동산 경매에 특화한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은 별도 투자자문센터를 열진 않았지만, 고객 대상 부동산 세미나 행사를 소규모 단위로 늘려가는 등 관련 서비스를 늘려가는 추세다.


은행의 이런 변신엔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상황도 작용했지만, 2013년 8월 이뤄진 자본시장법 개정도 계기가 됐다. 은행이 수수료를 받고 전문적인 투자자문을 할 수 있는 대상에 금융상품뿐 아니라 부동산상품도 추가된 것이다. 이에 신한은행이 2014년 11월 부동산투자자문업 인가를 처음 받았다. 2015년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2016년엔 하나은행이 뒤를 따랐다. 이후 1~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유료 자문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 투자솔루션부 한학현 팀장은 “국내 자산가들의 자산 비중의 50% 이상이 부동산이고, 일반 고객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70% 정도로 더 높다. 금융자산 관리만으론 종합적 자산관리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또 저금리 기조 아래선 은행의 금융상품만으론 노후 대비를 얘기하기 어려워진 점도 은행권이 부동산 투자자문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애초 은행권 자산관리 분야에서 부동산투자자문은 고객 유치를 위한 무료 서비스 성격이 짙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유료 서비스를 키울 길이 열렸다. 부동산 법정 중개 수수료는 거래액의 최대 0.9% 수준이지만, 투자자문 수수료는 최대 2%까지 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대체로 건당 30억원을 웃도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문만 지난해 연간 2천건에 이르는 등 향후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올해 봄철을 통과하며 기업 경기가 살아나는 등의 영향으로 상업용 부동산시장과 주택시장이 모두 꿈틀대는 상황이다. 지난해 상업용 부동산은 투자수요가 유입돼 자산가치 상승의 수익효과가 큰 편이었는데, 올해 1분기엔 기업 경기회복 등의 영향으로 공실률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등 자산가치 상승뿐 아니라 임대수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또 주택 가격도 서울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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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economy/finance/793335.html#csidx869872c398da793ac7e41594f3d37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