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관투자자

사모펀드 급성장하는 중국 푸단대 출신 펀드매니저, 자산운용 휩쓸어.

Bonjour Kwon 2017. 5. 24. 08:41

2017.5.22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모든 산업 중에서 가장 낙후된 산업이 금융이다. 모든 산업을 WTO 가입 후 다 개방했지만 금융만은 여전히 문고리를 열지 않은 결과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회담에서 겨우 외국 기관의 중국 금융에서 대주주 자격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금융 규모는 장난 아니다.

세계 은행의 자산, 순이익, 시가총액 순위 TOP 10 중 4개 회사가 중국 업체인가 하면, 1~3위를 모두 휩쓸고 있다. 중국 증시 또한 급등락을 반복하지만 이미 시가총액 규모는 미국 다음 세계 2위다. 인터넷 금융도 미국서 시작됐지만 정작 시장 규모와 성장은 중국이 가장 크다. P2P 대출 세계 1위도 중국이다.

최근 미국 나스닥을 본뜬 중국판 나스닥인 차스닥의 급성장과 주가 폭등이 예사롭지 않다. 이에 따라 창업투자와 사모펀드 또한 난리다. 특히 요 몇 년간 벤처 열풍과 함께 졸부들이 대거 등장하자 사모펀드가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유행하고 있다. 중국의 상류사회 기업인 모임, 명문대 동문회 등등이 모이기만 하면 펀드를 만들어 투자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오죽하면 TV 드라마에도 졸부, 부패를 풍자하는 대상으로 사모펀드가 나올 정도다.

관시가 모든 걸 좌우하는 중국에선 사모펀드 업계도 관시가 모든 걸 좌우한다. 중국의 3대 명문대라면 칭화대, 베이징대, 푸단대를 말하고 4대 명문대라면 여기에 상하이교통대가 추가된다.

중국 금융계 관시의 뿌리를 이해하려면 베이징과 상하이 간의 오랜 경쟁 관계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예부터 중국은 수도가 2개 있다는 말이 회자된다. 정치 수도는 베이징이지만 경제 수도는 상하이다. 미국의 워싱턴과 뉴욕의 관계다. 베이징은 권력을 쥐고 있고, 상하이는 금융을 쥐고 있다. 중국의 증권거래소는 베이징이 아니라 상하이와 선전에 있다. 중국의 정치 투쟁은 소위 해파(海派)와 경파(京派)의 싸움이다. 상하이 출신과 베이징 출신의 전쟁이다.

두 출신 사이에는 강한 라이벌 의식이 있다. 베이징 사람은 상하이 사람을 ‘돈만 아는 쩨쩨한 놈들’이라고 낮게 보지만 상하이 사람은 베이징 사람을 ‘돈도 없는 것들이 큰소리나 펑펑 치는 허풍쟁이’라며 무시한다.

중국의 금융가는 중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상하이 루지아주이다. 거래소와 주요 금융기관이 모두 여기에 있다.

그러나 베이징에 금융가가 또 하나 있다. 중국 재정부와 인민은행이 있는 그 앞거리가 바로 금융가(金融街)다. 정부의 금융정책이 베이징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주요 금융기관의 베이징 사무소가 모조리 베이징 금융가에 줄지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대학도 지역 특색을 반영한 컬러가 선명하다. 중국의 ‘문사철’은 베이징대가 세고 이공과 상경계는 칭화대가 최고다. 금융은 푸단대가 독보적이고 첨단기술 창업은 상하이교통대가 앞선다. 장쩌민 주석은 상하이교통대를 나왔고 후진타오 주석과 시진핑 주석은 칭화대를 나왔다. 리커창 총리는 베이징대를 나왔다. 시진핑의 브레인인 왕후닝과 국가부주석인 리위앤차오는 푸단대를 나왔다.

중국 금융의 새로운 패션이자 대세인 사모펀드 업계를 쥐고 흔드는 것은 누구일까. 푸단대 출신의 ‘푸단방’들이다.


화대, 베이징대를 제치고 푸단대 출신 펀드매니저가 가장 많고 운용자산도 가장 크다. 금융의 본고장, 상하이 루지아주이를 장악하고 있는 이들 또한 푸단대 경제, 경영학과 출신들이다.

중국의 10억위안(약 1600억원) 이상 사모펀드 펀드매니저 517명을 보면 이 중 388명이 중국 국내 대학파고 홍콩 출신이 9명, 해외 유학파가 120명이다. 국내 대학 출신 388명 중 10억위안 이상 펀드를 운영하는 펀드매니저의 수를 보면 푸단대 출신이 46명으로 1위고, 2위가 칭화대로 42명, 3위가 베이징대로 41명, 상하이교통대는 19명선에 그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8호 (2017.05.17~05.23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