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고 있는 저유가 시황이 신기후체제로 재편된 기후변화 대응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저유가가 재생에너지산업으로의 투자에 작용을 할 것인가. 3월 8일 이와 같은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나온 대답은 '아니오'다. 현 저유가 시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 상반된 관측이 나오고는 있지만, 유가의 가변적이고 불확실한 특성상 그것을 점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 공통된 인식이었다. 또한 저유가 지속이 기후변화 대응의 가장 강력한 대안인 재생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현재에도 화석연료의 사용은 전 세계 5% 정도의 수송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발전에 이용되는 재생에너지와는 경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발전소를 확대하거나 신규 건설을 위해서는 금융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금융 투자자 입장에서 화력발전에 대해 밝은 전망을 내다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다만 이날 세미나에 초청된 주한프랑스대사관, 주한스위스대사관 참사관으로부터 전해진 바에 의하면, 여전히 원자력 발전은 기후영향을 회피할 수 있으며, 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출력을 대체할 수 있는 탄탄한 에너지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Marc Butez 주한프랑스대사관 참사관은 “원전 발전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1973년 1차 석유파동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시에 있어서 지금의 저유가 시대는 놀랄만한 일이다. 변동성이 큰 유가, 간헐적인 재생 발전, 그리고 안정적 에너지원인 원전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는 원전의 비중이 78%다. Marc Butez 참사관은 프랑스는 이를 앞으로 50%로 낮출 계획이며, 나머지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며, 수송부문에서는 지금과 같이 석유를 수입해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한양대 국제학부 김연규 교수 역시 이와 유사한 취지로 미국을 예로 들었는데, 현재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화석연료는 수출을 하고 있고 자국 내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새롭게 전환되고 있는 에너지 신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맞지만 구산업인 화석연료 시장과 이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산업을 고려할 때 신산업과 구산업 간 양자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한 논의가 요구되며, 이는 국제 정세 속에서 그 방향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외교부 최종욱 과장은 "저유가로 인한 재생에너지 산업의 영향에 대해 여러 가지 주장이 있지만 에너지 전환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느껴진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한 것은 유가보다는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는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이 에너지 전환에 강력한 모멘텀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에서는 보통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독일의 'Energie wende'(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현재 독일은 지난 8월 기준 전체 발전의 82%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Rolf Theodor Schuster 주한독일대사관 공사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에너지 가격 급등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 독일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고, "또 다른 관건이 되었던 사안인 산업계 영향 역시 낮은 전기요금으로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게 하고 있으며, 다만 이에 비해 가정용 전기요금은 높은 비용 부담을 하고 있으나 국민의 89%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이를 수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석한 패널들은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로 정책적 전환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이 같은 여론 형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고, Rolf Theodor Schuster 공사에게 그 같은 국민정서가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독일은 한국보다 일찍 경제개발이 이뤄진 만큼 70년대부터 환경운동이 시작되었으며, 환경과 삶의 질, 건강에 대한 문제제기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여기에 정부의 리더십과 쌍방향 소통, 미디어의 정확한 정보 제공이 여론 형성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가정의 높은 전기료 부담과 관련해서는 가정용 태양광 설치 등으로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으며, 전기료가 재생에너지로의 직접적인 투자 유인책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일본 후쿠시마 사태가 원전 건설에 종지부를 찍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패널들은 우리나라 역시 일관된 정책으로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에너지 신산업에 주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기업의 비즈니스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가격 체계의 안정화,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의 제공 등이 요구된다는 의견을 냈다. 기업들 또한 현재 재생에너지의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출력 안정화나 그리드 등 기술적 난제의 해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입을 모았다. 그리고,이형종 외교부 기후변화환경외교국 심의관은 ‘신기후체제에서 저유가가 기후변화대응에 미치는 영향’ 정책 세미나 개회사를 통해 "미국은 2015년 8월 발전소의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32% 감축한다는 청정전력계획을 수립하고 태양광과 전기차 등 녹색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독일은 에너지전환정책을 통해 원전을 폐쇄하고 에너지믹스상 재생에너지 비율을 2050년에 60% 확대한다는 획기적인 계획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 믹스를 결정하는데 있어 저유가는 부정적 긍정적 영향을 동시에 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일부 선진국들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여전히 화석연료 발전단가보다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도 전했다. 또 저유가 적응을 위한 산유국들의 지속적인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성 개선 노력과 함께, 석유수입비용 감소는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각국의 투자 여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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