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양판점,대형슈퍼/롯데쇼핑

中 금한령 6개월-①]"버틸만큼 버텼다"…中 진출 유통기업 초토화. 이마트 완전 철수(태국 CP그룹 연말인수완료.) ·롯데마트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

Bonjour Kwon 2017. 9. 11. 08:20

2017.09.11

 

한 ·중 관계 개선 요원 …사드 4기 추가 배치로 일촉즉발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한국 유통기업들의 '중국 수난사'가 임계점에 도달했다. 6개월여 간 이어져온 중국 당국과 소비자들의 압박으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업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아예 철수를 선언한 기업도 나왔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연내 중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한다는 목표로 점포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버티고 버텨온 롯데마트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화장품 ·식품 등 소비재 기업들도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가운데)이 지난달 24일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의 개장 기념 행사 이후 최성 고양시장에게 토이킹덤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마트는 중국 매장 총 6곳 중 5곳(루이홍점, 무단장점, 난차오점, 창장점, 시산점)을 태국 최대 재벌인 CP그룹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마트와 CP그룹 간 매각 협상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확정 발표만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CP그룹은 중국에서 슈퍼마켓 브랜드 로터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CP그룹이 인수하는 이마트 5개 매장도 로터스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는 나머지 1개 점포인 화차오점도 서둘러 매각할 예정이다. 하루라도 일찍 닫아 다른 해외 사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스타필드 고양 개장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 사업은 철수 절차를 밟는 중"이라며 "아마 연말이면 완벽하게 철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다만 정 부회장은 "(연말 완전 철수는) 희망사항인데, 철수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사업에 대한 회한이 엿보이는 발언이다.

 

이마트는 1997년 '1000호점 오픈'을 목표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다가 2011년 이후 구조조정을 이어와 6개로 쪼그라들었다. 이마트가 중국 사업에서 손 떼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악화다. 2011년 중국 이마트는 한 해에만 100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5년 간 누적 적자액만 2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입지 선정 ·현지화 실패, 높은 임차료 등 악재가 쌓인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까지 이어지면서 이마트는 '차이나 엑소더스'를 결정하게 됐다.

 

지난 3월 중국 북동지역 지린성에 있는 롯데마트 모습. 영업이 중단된 매장 앞에서 중국 공안과 반한 시위대가 대치 중이다.

 

사드 직격탄을 맞은 롯데마트는 이마트처럼 사업 포기 선언까진 안 갔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지난 3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롯데마트는 5000억원 넘게 피해 봤다. 총 112개 점포 중 74곳은 영업중지 상태다. 정지 이유는 소방법 위반 등인데,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다. 13곳은 장사가 불가능해 임시휴업(자발적 휴업)에 들어갔다. 중국의 사드 보복 분위기에 편승한 중국인들의 불매운동까지 더해지면서 그나마 영업 중인 점포 매출도 급감했다. 이런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롯데마트의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마트는 중국 점포에 올해 3월과 지난달 총 7000억원의 긴급 운영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 3월 수혈한 운영 자금 3600억원은 모두 소진됐다. 2차 자금도 연말께 바닥날 것으로 업계 안팎에선 예상한다. 더 큰 문제는 상황 개선 여지도 딱히 없다는 점이다. 궁극적 해결책인 한 ·중 관계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지난 7일 경북 성주 기지에 사드 잔여 발사대 4기가 추가 배치된 뒤 양국 사이는 더 나빠졌다.

 

롯데마트는 자금 수혈과 동시에 출구 전략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중국 현지 최대 50여개 점포를 분할 매각하는 방안이다. 점포를 권역 ·지역별로 묶어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지 매장 직원도 안전 요원 등 필수 인원을 제외한 90%를 단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한편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대형마트 외 다른 업태도 마찬가지다. 중국 매출 비중이 큰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급감한 1304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중국 제과시장 2위에 오를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그러나 사드 여파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64% 감소했으며, 현지 계약직 판촉사원 규모도 20% 가까이 줄었다. 이들 유통기업 역시 사드 추가 배치에 따른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며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