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변두리의 한 노인복지회관. 여든을 넘긴 듯한 할머니 세명이 둘러앉아 토론을 벌인다. 화두는 지난해 실버타운에 입주한 노인대학 친구에 관한 이야기다.
“올 여름에 실버타운인가 들어간 순옥이 있잖여. 요즘 외롭다고 걸핏하면 전화하던데, 다들 전화 안 받았어?”
“왜 아니것어~. 아 글씨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걸핏하면 서로 자식 자랑하는 거 듣느라고 고역이랴~”
“나한티는 밥이 병원 밥 같다고 입맛이 떨어졌댜. 매 끼니 물 말아 먹든다더만….”
이곳 노인들은 대체적으로 실버타운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었다. 노인복지회관에서야 복지사들이나 친구 등 이야기 상대가 많아 적적하지 않지만, 노인들이 듣고 경험한 실버타운은 외로운 공간이었다.
노인들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실버타운이 부정적인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다시 사람들을 사귀어야 하는 부담감, 사귄다 하더라도 괜한 경쟁심과 눈치로 머리가 아프다. 자식 자랑하다가 싸움이 벌어지는 경우까지 있다.
둘째, 입맛이 까다로운 노인에게는 식사가 가장 큰 문제. 병원에서 먹는 밥처럼 맛도 없고 좋아하는 음식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심지어 김치가 맛이 없어 직접 사먹는다는 사례도 있다.
셋째, 부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뒷방 노인네라는 이미지 때문. 특히 시 외곽의 전원주택형 실버타운 입주자의 경우 가족이나 자녀들로부터 버려졌다는 기분이 들어 쓸쓸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곳 노인들은 대부분 전원주택형 실버타운을 경험한 중산층 이하다. 시설이 열악하고 운영이 잘 이뤄지지 않는 곳에 입주한 경험이 대부분이다.
반면 억대의 보증금을 내고 입주하는 도심형이나 도시근교형 실버타운 입주자의 평가는 이보다 낫다.
좋은 시설에다 병원과의 연계도 잘 이뤄져 있다는 이유다. 다만 높은 입주비용은 걸림돌이다. 대부분 수억원에서 최고 10억원에 이르는 분양가가 책정되기도 한다.
현재 시장에서 판단하는 중산층 실버타운 역시 가격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책 <준비된 노후는 아름답다>(송양민 著)에 따르면
임대형 실버타운은 위치와 시설 수준에 따라 임대료에 상당한 차이가 있으나
중산층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실속형 실버타운의 경우 입주 보증금은 5000만~1억5000만원, 월 생활비는 80만~150만원 정도 된다.
가장 흔한 규모인 69~82㎡(21~25평)의 경우 분양가는 대체로 3억3000만~3억6000만원 전후다. 서민이 입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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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타운 미분양 주의보
노인들은 텃밭 가꾸기를 좋아할까?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할까?
건국대 부동산학과 전영진 씨 박사학위논문 ‘실버타운 입주 의향자의 입주 선택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실버타운 입주자들은 주거환경에 비해 대형병원이나 쇼핑센터 등 편의시설의 접근성을 더 중시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실버타운 입주 시 입주금에 이어 편의시설을 두번째 중요한 요건으로 꼽았다. 반면 주거환경이나 단지시설은 중요성이 크게 밀렸다. 흔히 나이가 들면 녹지가 많은 곳에서 여생을 보내는 일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과 배치되는 결과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실버타운의 미분양과도 연관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70%가량의 실버타운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도심형 실버타운이 그럭저럭 운영이 되고 있는 반면 전원형 실버타운은 분양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양실적이 나쁘다 보니 운영에도 어려움이 있다. 분양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의료연계 서비스나 복시시설이 원활하게 제공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보건복지가족부 유료주거복지시설 방경운 사무관은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곧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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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가족부는 실버타운의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60세 이상에게만 허용되고 있는 유료주거복지시설의 권리제한을 완화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그렇다면 어떤 실버타운을 선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운영하는 업체에 입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실버타운이 의료기관이 아닌 주거시설이다 보니 분양이나 임대를 주택 구입하듯이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시행사의 부도에 따른 보상 문제나 임대계약 시 전세권 설정 등이 그것이다.
시설운영선납금을 퇴거 시 돌려받을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한 실버타운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실버타운마다 운영방식이 달라 입주자와 기관 간에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부대시설 별도 요금 등 계약조건을 꼼꼼히 체크해야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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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실버타운 입주 전략 실버타운 입주를 위해서 어떤 포트폴리오를 짜야할까? 국내 은퇴매니저 1호로 알려진 오윤관 씨가 쓴 <행복은퇴>에는 실버타운 진입을 위한 사례가 자세하게 포함돼 있다. 책은 대기업 퇴직 후 창업을 통해 65세까지 경제활동을 할 예정인 45세 나실버 씨를 예로 들었다. 나씨가 실버타운에 85세까지 산다고 할 때, 실버타운 삼성 노블카운티 36평형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포트폴리오를 따라야 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아파트를 팔아 입주보증금을 충당하고 보유한 금융자산 5000만원은 노후자금 용도로 투자(투자수익률 6% 가정)한다. 연 평균 물가상승률을 4%로 감안한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적립식 개인연금(투자수익률 8% 가정)에 월 76만원씩 불입해야 한다. 개인연금 76만원은 은퇴시점에서 약 5억2000만원으로 불어나고 금융자산 5000만원은 2억3000만원으로 불어난다. 국민연금 3억9000만원을 포함하면 노후자금 11억4000만원을 어렵사리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은퇴를 60세에 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매월 114만원을 저축해야 노블 카운티에 입주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은퇴를 늦추는 것이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의견이 많다. 컨설팅업체 더블유 인사이츠 김미경 대표는 “자본주의 사회의 엔진은 돈”이라면서 “수명이 길어진 만큼 70세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자기만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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