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양판점,대형슈퍼/롯데쇼핑

재계 5위'뉴 롯데' 좌초되나… 신동빈절박감. 17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징역 10년, 벌금 1000억원구형.12. 22일 1심 선고

Bonjour Kwon 2017. 11. 23. 07:21

2017.11.22

#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 주식 100여만주를 2146억원에 매각했다. 롯데 측은 "각종 소송 비용과 대출금을 갚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17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이 징역 10년, 벌금 1000억원을 구형해 다음 달 22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2. 이달 초 동남아 사업 확대를 위해 인도네시아 현장 경영에 나선 신 회장을 수행한 롯데 고위 임원들은 현지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오너 리스크 문제가 없겠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신 회장이 실형을 받아 법정 구속되는 사태를 맞으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연 매출 100조원, 임직원 13만여명의 재계 5위 롯데그룹이 신 회장의 1심 선고를 한 달 앞두고 극도의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추진 중인 국내외 프로젝트가 줄줄이 무산되고, 그룹 지배 구조 개선 사업도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신 회장이 밀어붙이는 '뉴 롯데' 프로젝트가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좌초할 위기"라고 말했다.

 

◇10조원대 글로벌 프로젝트 줄줄이 좌초할 수도

 

롯데는 최근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활발한 투자 사업을 벌이며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공들였던 중국에서 사드 보복 여파로 큰 피해를 입은 뒤 시장 다각화를 본격화한 것이다. 추진 중인 굵직한 사업 규모만 100억달러로 10조원이 넘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연산 200만t 규모의 나프타 분해 시설 설비를 증설하는 총 40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부지 매입을 마쳤고 플랜트 기초 설계까지 진행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친분이 사업 추진의 핵심 동력이라고 했다. 롯데는 베트남 호찌민 '에코 스마트 시티' 사업 등에 20억달러를 쏟아붓고, 인도와 미얀마에선 식품 부문 인수·합병(M&A)을 통해 2억5000만달러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건설 중인 에탄 분해 시설 프로젝트 투자금은 35억달러(약 3조8000억원)에 달한다. 롯데는 지난해 미국 화학 기업인 엑시올을 인수하려 했지만 신 회장에 대한 출국 금지 기간이 100여일에 달하는 등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포기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략적 의사 결정이 필요하고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글로벌 프로젝트는 그룹 오너와 해당국 정·재계 최고위 인사의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며 "실형 선고가 이런 관계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 확대 등 경영 투명성 개선 작업도 올스톱 우려

 

2015년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밝혔던 경영 투명성 제고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롯데는 지난달 지주회사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를 뜯어고치고, 복잡한 순환 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조치였다. 과거 신격호 총괄회장 1인 지배 체제작의 비상장사 위주 기업 운영과 가족 중심의 폐쇄적 의사 결정 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그룹 모태(母胎)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롯데쇼핑·롯데푸드·롯데칠성음료 등 4개 상장사의 투자 부문을 합병해 40여개 계열사를 편입했다. 하지만 향후 공개 매수와 분할 합병, 지분 매입 등을 통해 편입 계열사를 확대하려는 계획이 '올스톱'될 수 있다.

 

또 '일본 기업' 오명을 털어버리기 위해 추진한 호텔롯데 상장도 물 건너갈 수 있다. 일본계 회사가 지분의 99%를 소유한 롯데호텔을 상장시켜 국민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롯데의 계획은 검찰 수사 장기화와 중국 사드 보복에 따른 실적 악화로 두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될 경우 호텔롯데는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라 상장 심사 통과가 어려워진다.

 

◇日 롯데 경영 간섭 배제도 어려워져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다시 지배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신 회장의 경영 성과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종업원·임원지주회, 관계사의 지지를 확보해 일본 롯데를 무리 없이 이끌어왔지만 신 회장이 수감될 경우 일본 롯데가 지분 상당수를 갖고 있는 한국 롯데 계열사의 경영에 사사건건 간섭하며 투자, 인수·합병 등 주요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에서 최고 경영자가 꼼짝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한·일 일체(一體) 경영 추진이 제자리걸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 보도는 이와 무관치 않다.

 

롯데 내부에서는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이어진 수난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속되자 "정권이 바뀌어도 두들겨 패는데 우리가 동네북이냐"는 자조(自嘲)까지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경영권 분쟁 이후 검찰의 경영 비리 혐의 수사와 면세점 사업자 탈락, 사드 부지 제공 후폭풍, K스포츠·미르재단 수사 등을 잇따라 겪었다"며 "재계 5위 기업을 교각살우(矯角殺牛)의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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