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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인프라 개발…1900조원 황금시장 열린다.베트남 GDP대비 5.7% 투입 2030년까지 고속道 8배 확장…필리핀·印尼, 항만·공항 증설

Bonjour Kwon 2017. 12. 1. 13:25

베트남 GDP대비 5.7% 투입 2030년까지 고속道 8배 확장…필리핀·印尼, 항만·공항 증설

재원 부족해 민자유치 나서 높은 규제 `벽`도 불확실성

  • 임영신 기자
  • 입력 : 2017.11.27 

◆ 레이더 A / 인프라 수요 폭발적 증가 ◆


사진설명'제2의 도이머이'(베트남어로 쇄신을 뜻함)를 맞아 6%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인프라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수도 하노이에도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개발이 한창이며 모노레일 등 신교통 수단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사진은 하노이 시내 전경. [이충우 기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프라 시장이 황금기를 맞았다. 특히 아세안 10개 회원국 가운데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3개국은 고속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도시화와 중산층 부상에 따라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알파벳 첫 글자를 따 '아세안의 VIP'로 불리는 이들 3개국은 앞으로 2030년까지 인프라 건설에 총 1조7633억달러(약 1910조원)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세안에 대규모 인프라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도로·철도·항만·공항·발전소 등의 개발을 핵심으로 한 경제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경쟁적으로 인프라 건설에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필수적인 만큼 한국 일본 중국 등 투자 여력이 있는 국가들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 베트남, GDP 대비 인프라 투자 1위

베트남의 GDP 대비 인프라 투자 비중은 5.7%로 동남아 국가들 중에 가장 높다. 경기 부양 차원에서 인프라에 돈을 쏟아붓는 중국의 GDP 대비 인프라 투자 비중이 6.8%라는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이 얼마나 인프라 건설에 공을 들이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제2의 도이머이(쇄신)'를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 정부는 2020년까지 인프라에 4800억달러(약 52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국토의 연결성을 높이기 위해 교통 인프라에 최대 500억달러(약 54조원)를 투입할 방침이다. 고속도로의 경우 2030년까지 31개 노선, 6410㎞를 새로 정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베트남에서 운영 중인 고속도로(총길이 750㎞)의 8배 이상을 새로 깔겠다는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또 호찌민 떤선?국제공항이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보고 호찌민에서 북동쪽으로 40㎞가량 떨어진 곳에 롱탄 신국제공항을 짓고 있다. 최대 수용인원은 1억명으로 아세안을 대표하는 허브(hub)공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6월 토지 수용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했다. 2015년 기준 3만7343㎿(메가와트)인 전력설비용량도 2030년까지 12만9500㎿로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베트남 정부는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경제특구 인프라 건설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총 18개의 경제특구가 있는데 올해 기존 특구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특별경제특구'를 꽝닌성 번돈, 카인호아성 반퐁, 끼엔장성 푸꾸옥 등에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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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테르테노믹스 "Built, Built, Built!"

필리핀 수도 마닐라는 요즘 곳곳이 공사판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기간은 "인프라 건설의 황금기가 될 것"이라고 선언하며 인프라 건설을 골자로 한 '두테르테노믹스'를 발표하면서 주말에도 건설 현장 인부들이 일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마닐라 블리틴 등 현지 매체는 "지난해 6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정부의 인프라 지출 규모는 전(前) 정권의 6년간 총액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두테르테노믹스의 캐치프레이즈는 고도 경제성장기에 들을 법한 '지어라! 지어라! 지어라!(Built! Built! Built!)'다. 마닐라 수도권 지하철과 남북 철도, 주요 도시 공항 확장, 민다나오섬 철도 등 인프라 사업에 향후 6년간 8조페소(약 182조원)를 투입한다. 올해 5.4%인 GDP 대비 인프라 투자 비중을 7.4%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노후화한 인프라가 경제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연간 7~8%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 해양 축" 꿈꾸는 인도네시아

개혁형 지도자로 불리는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인프라 확충을 담은 '조코노믹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2015년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9년까지를 목표로 국가개발계획을 발표했다. 5년간 고속도로, 철도망, 항만, 공항, 발전소 등 인프라에 총 4800조루피아(약 385조원)를 투입해 경제성장률 7%를 달성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섬들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기 위해 공항을 15개 새로 짓고, 항만을 172개나 늘릴 계획을 세웠다. 도시의 '모세혈관'인 고속도로는 기존 807㎞에서 1000㎞로, 철도망은 5434㎞에서 8692㎞로 각각 추가로 깔고, 3500만㎾급 발전소를 짓는 것도 포함됐다. 현재 총 247개 인프라 사업 가운데 5개 사업이 완료됐고 130개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다.

◆ 인프라 재원 마련이 공통된 고민

아세안에서 인프라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문제는 돈이다.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정부가 제시한 '장밋빛' 인프라 투자액 이면엔 '재원 부족'이라는 구멍이 있다. 베트남 정부가 실제 인프라에 쓸 수 있는 재원은 목표치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조코위 정부도 전체 인프라 투자액의 40%만 조달에 성공했다. 필리핀 정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부족한 인프라 예산을 민간에서 끌어와야 한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 행정 규제의 벽도 여전히 높다. 조코위 정부는 지방정부의 비효율적인 행정에 막혀 지난해 인프라 예산의 절반만 겨우 집행할 수 있었다. 김남용 한국-인도네시아 동반자협의회 사무총장은 "한국 기업들이 아세안 인프라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철저한 시장 조사와 치밀한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