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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맡겨놓고 따박따박 이자 내야…日연기금(GPIF1560조원)도 `마이너스금리( -0.1%)` 충격

Bonjour Kwon 2017. 12. 19. 07:05

2017.12.18

 

일본에서 은행에 돈을 맡긴 기관이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이자를 거꾸로 은행에 지급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공적연금(GPIF)이 마이너스 금리(연 -0.1%)에 따라 예금에 대한 이자를 내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GPIF는 자산 규모 156조엔(약 1560조원)으로 세계 최대 연기금이다. 운용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일본 금융시장에선 절대 갑이다.

 

GPIF도 마이너스 금리 부담을 지기로 한 만큼 향후 대형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이자 부담을 요구하는 금융기관이 늘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은행(BOJ)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내야 할 자금 규모가 일본 신탁은행 업계 전체에 걸쳐 7조엔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예금에 대한 이자만 70억엔(약 700억원)에 달한다. 한국과 마찬가지지만 대부분 은행들은 당좌예금 형태로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고 기준금리 정도의 이자를 받는다. 플러스 금리일 땐 중앙은행이 지급한 이자를 고객에게 전달하면 됐지만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서 은행들이 난처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현재 일부 고객은 돈을 맡기면서 이자를 내고 있지만 금융기관에서 직접 돈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로 전환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근 2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서야 GPIF가 이자 부담을 지게 된 것은 마이너스 금리가 최근 1년 새 증가한 예금 등 일부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GPIF는 자산관리서비스신탁은행(TCSB)을 통해 일본은행 당좌예금에 돈을 넣어 굴리고 있다.

 

문제는 최근 들어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팔아 생긴 자금에 대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현금이 늘면서 TCSB를 통해 일본은행 당좌예금에 들어간 돈이 급증한 것이다. 올 9월 말 기준으로 GPIF의 예금은 10조엔으로 전년 같은 시기에 비해 7조엔이나 늘었다. 늘어난 예금 대부분이 마이너스 금리 적용 대상이 되면서 TCSB가 이자 부담을 호소했고 결국 GPIF가 예금을 맡기면서 이자도 내기로 한 셈이다. GPIF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로 국채를 다 사들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예금이 늘었는데 거기에 이자까지 내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0.1%로 인하하면서 이자 지급 기준을 세 가지로 나눴다.

 

마이너스 금리 이전인 2005년 1년간 평균적으로 들고 있던 자금(기초잔액)에 대해선 연 0.1%의 이자를 지급한다. 또 은행이 반드시 보유해야 할 필요준비금 등(매크로가산잔액)에 대해선 제로 금리(이자 없음)가 적용된다. 이 둘에 해당되지 않은 금액, 즉 2005년 잔액에 비해 늘어난 부분(정책금리잔액)은 -0.1%의 마이너스 금리 대상이 된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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