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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이어 전세보증금·금융소득 과세 강화 '솔솔'...다주택자·금융자산 '타깃'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연간 1000만원으로 또 낮추나

Bonjour Kwon 2018. 1. 2. 07:41

 

2018.01.02

 

정부가 다주택자와 금융자산가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남 등 고가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의 보유세를 늘리는 것은 물론 현행 3주택 이상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전세보증금 과세를 2주택 이상 소유자로 강화하고 연간 2000만원인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저울질할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청와대 내 설치될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주택임대소득과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 개편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초대기업(연 소득 3000억 이상)과 초고소득자(연 소득 3억원 이상)의 세금을 늘렸던 정부가 올해는 다주택자와 금융자산가에 대한 증세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편 방향을 올해 상반기 중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는 “재정개혁특위에서 보유세 인상뿐 아니라 전세보증금 과세, 금융소득 종합과세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재정개혁특위 위원 인선을 1월 중 끝내고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보유세 강화 종부세 개편 중심으로 논의

 

정부가 보유세와 전세보증금 과세를 강화하려는 것은 거주 목적이 아닌 다주택자 주택에 대한 매도 압박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보유세 개편은 이미 공식화됐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18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자리에서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안팎에서는 고가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소유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보유세는 국세인 종부세와 지방세인 재산세로 구성돼 있다. 주택 소유자는 모두 재산세를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는데, 공시가격 등 일정 기준을 넘으면 종부세를 중앙정부에 추가 납부해야 한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이 9억원 이상,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는 합산 공시가격이 6억원 이상이면 종부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정부 내부에서는 현재 종부세를 강화하기 위해 실거래가 대비 60% 수준인 공시가격을 올리거나 과세표준을 산출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의 과세표준은 공시가격에서 공제금액(1주택자 9억, 다주택자 6억)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곱해 산출한다. 과세표준에 따라 세율(0.5∼2%)이 매겨진다.

 

다만 종부세는 개인별 과세이기 때문에 부부 공동 명의 주택의 경우 개인의 지분율에 따라 종부세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5억원인 주택 2채를 혼자 보유하고 있으면 합산 공시가격이 10억원이어서 종부세 대상이다. 하지만 부부가 절반씩 공동 명의로 가지고 있으면 개인별 합산 공시가격이 5억원이어서 종부세 적용을 피할 수 있다. 이밖에 종부세 세율을 올리거나 종부세 공제기준(1주택자 9억, 다주택자 6억)을 낮추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재산세 개편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산세를 강화하면 1가구 1주택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재산세는 개인별이 아닌 건물별 과세 방식이어서 은퇴 후 집 한채를 갖고 있는 노인들이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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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DB

 

◆ 다주택자 전세보증금 과세도 강화

 

정부가 전세보증금 과세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조건은 3가지다. 우선 부부 합산(자녀 제외) 3주택 이상 소유자여야 하고, 전세를 준 주택의 규모가 전용면적 60㎡이상(약 18평)이며, 전세보증금 총합이 3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전세보증금 합계에서 3억원을 뺀 뒤 나머지 금액의 60%에 대해 이자상당액(올해 기준 연 1.6%)을 곱해 세금이 정해진다. 예를 들어 월세 아파트 한 채와 84㎡ 아파트를 보증금 5억원에 전세를 놓은 3주택자는 1년치 월세와 전세보증금 2억원(5억원에서 3억원 공제)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자가 소유 집을 고액 전세로 내놓고 다른 주택에 세들어 사는 1주택자나 소유한 주택이 2채인 다주택자도 전세보증금 과세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강남권 신축아파트 전용면적 84㎡형 전세보증금은 14억~1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1·2주택 보유자가 이런 고가주택을 전세로 내놓을 경우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

 

김철종 세무법인다솔 세무사는 "보유세 인상과 함께 전세보증금 과세를 강화하면 월세 임대사업자와의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더 꺼리거나 세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연간 1000만원으로 또 낮추나

 

정치권에선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연간 2000만원에서 연간 1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행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하일 경우 근로소득과 달리 14%의 비교적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서면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대 40% 세율의 종합과세를 적용받는다. 금융소득은 예적금 이자, 채권 이자, 채권 할인액, 저축성 보험 차익, 주식 배당금, 펀드 배당금 등을 말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세제개편안에서 최종 검토 과정에서 이 방안을 제외했으나 올해에는 이를 포함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연간 1000만원으로 내리면 대상자가 11만명(2015년 귀속 기준)에서 40만명으로 증가하고 연간 1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

 

다만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과세 기준만 하향 조정해서는 제대로 된 증세 효과를 보기 어렵다. 지난 2013년 정부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연간 4000만원에서 현행 연간 2000만원으로 낮췄을 때 금융자산가들의 자금은 비과세가 되는 상품이나 금융이 아닌 투자처로 대거 이동했다. 그 결과 20만명이라는 정부 예측과 달리 과세 대상자는 10만명에 그쳤다.

 

김 세무사는 "금융소득이 연간 1000만원 이상인 사람들이 얼마나 부담스러워할지가 관건이다"라며 "자산가들이 부동산 등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것을 고민할 수도 있다" 라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