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rmland Fund/도시농업

도시농업의 미래, 식물공장을 어떻게 품어낼 수 있을까

Bonjour Kwon 2018. 4. 23. 14:07

 : 2016.05.07 

수직농업이 가능해졌을 때 만들어질 건물의 조감도. 엽채류뿐 아니라 다양한 작물이 생산되는 것을 가정해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anacea-bocaf.org

수직농업이 가능해졌을 때 만들어질 건물의 조감도. 엽채류뿐 아니라 다양한 작물이 생산되는 것을 가정해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anacea-bocaf.org

텃밭 가꾸는 공동체 회복 운동과 산업적 측면의 기술혁신을 조화시킬 방법은

“인류가 도시의 삶을 재창조했듯, 저희는 새로운 농업을 제안한 것입니다.” 딕슨 데포미어는 미국 컬럼비아대학 미생물·공공보건학 명예교수다. 1940년생인 데포미어 교수는 원래 기생충학자로 유명했다. 하지만 최근 그의 이름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버티컬 농업(Vertical Farming)이다. 2011년 서울디지털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그의 제안이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오늘날 전 세계의 경작지를 모두 더하면 남미대륙만한 면적입니다. 이 정도의 땅에서 72억 인구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구는 정점을 찍고 줄어들고 있지만 세계 인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 배분의 불평등은 차치하고, 이 사람들을 다 먹여 살리려면? “도시 내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그 10분의 1의 면적에서 똑같은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가 제안하는 것은 빌딩형 농업이다. 간단히 말해 식량생산을 위한 빌딩을 만드는 것이다. TED에 출연한 영상을 비롯해 유튜브에서 그가 출연한 영상들을 검색해 보면 누적조회 수는 수백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막연한 상상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Vertical Farming(VF)’을 검색하면 데포미어 교수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구현해 놓은 수많은 도안들을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 제이콥스라는 디자이너가 재현해 놓은 VF를 보면 관수시설 및 배수시설, 햇볕과 통풍까지 고려해 디자인을 설계해 놨다. “공상과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미 다 나와 있는 기술에 바탕한 것입니다.” 아프테 프랑스라는 회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크리스 제이콥스의 말이다. 당장 시작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만들고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문제만 해결된다면 말이다. VF와 관련한 연구나 기술진보를 보면 급속 성장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협업, 크라우드 소싱 등을 통해 일취월장하고 있다. 논의되는 방향을 개괄하면 꼭 수직만이 아니다. 지속가능성을 키워드로 레고블록처럼 수평으로 결합하는 VF의 도안도 제시되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VF의 기술 개발을 다루는 한 사이트를 보면 의외로 “한국이 세계 최초의 빌딩형 VF를 구현했다”는 보도를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내놓은 농촌진흥청의 수원식물동이다. 뉴스를 보면 딕슨 데포미어 교수가 2011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 건물을 방문해 씻지 않은 채소를 한 입 베어 물고 만족스러워 하는 사진도 눈에 띈다. 그는 이곳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은 국토가 좁고 도시에 인구가 밀집돼 있으며, 집약적 농업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도시농업이나 수직공장이 발전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나라”라고 말했다. 

언론 보도를 검색해 보면 대략적으로 2009년에서 2011년 사이에 수직농업 또는 식물공장을 소개하는 보도가 나온다. 유튜브 등에서 검색해 보면 데포미어 교수 등의 활동은 꾸준한 데 비해 한국에서 관련 논의는 그 뒤 주춤하고 있다. 왜일까. 

“그렇지 않아도 올해 하반기쯤에 내놓고 공론화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도시농업법을 만들 때 처음에 식물공장이나 농축산이 다 망라된 내용으로 준비되었던 것으로 안다. 도시농업이 도시의 유휴공간을 활용해서 농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범위를 규정한다면, 도시에서 식물공장을 하는 경우를 도시농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식물공장을 이야기하는 쪽에서는 안전성을 강조하지만, 먹거리가 생산되는 생산지의 안전 확보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공장형으로 식물을 생산했을 때 결국 필요한 것이 에너지인데, 현재의 조건에서는 화석연료를 써서 생산할 수밖에 없으니 탄소배출이나 미세먼지 등의 원인이 되고….” 백혜숙 5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 총감독의 말이다. 아직은 식물공장 등의 논의를 도시농업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지적한 것이다. 

국내 논의를 살펴보면 왜 국내에서 식물공장 또는 수직농업 관련 논의가 사그라졌는지 알 수 있다. 2011년 농진청이 수원식물동을 연 직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임송택 박사와 양승룡 교수는 ‘식물공장은 지속가능한 대안인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관련 학회지에 낸다. 논문에 따르면 실제 노지생산에 비해 생산비용이 높을 뿐 아니라 에너지 투입량·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아무리 앞으로 관련 기술진보가 일어난다고 감안하더라도 시설에서 재배된 채소에 비해 20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공장형 식물생산에서 근본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게 결론이다. 

제5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 포스터

제5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 포스터 

“기존 농민들이 아무래도 식물공장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농업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저는 식물공장은 두 가지로 분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저희들처럼 기능성 식품이나 천연물 원료, 이런 쪽으로 생산이 완전히 표준화될 수 있는 공장이 있을 것이고, 원래 식물공장이 목표하는 것처럼 기상재해나 환경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은 농업은 우리나라 농민들도 원하는 것일 것이다. 그런 농민들에게 범용적으로 지원되고,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보급형 식물공장도 나와야 한다.” 주종문 애그로닉스 대표의 말이다. 이 업체는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들어가는 인삼의 대량 수경재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사실 수경재배 인삼의 경우 약용성분인 사포닌과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일반재배에 비해 2~3배 많은데, 기존 인삼 재배농가와 겹치지 않는 판로를 찾다 보니 천연물 소재 쪽으로 알아보고 있다”며 “제일 큰 애로사항은 일종의 농업인임에도 불구하고 농업자금 지원이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식물공장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2006년에서 2007년쯤부터다. 사실, 일본도 그 전후부터 자동차산업을 대체하는 수출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마스터플랜을 내놓고 꾸준히 기술을 개발해 왔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경우, LED 등 광원에서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었는데도 실제 현장에서 재배·판매되는 흐름이 없다 보니 결국은 그 기회를 잃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카스트엔지니어링은 최근 식물공장 관련 시스템을 해외 수출해 주목을 받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의 박진석 본부장은 “우리 회사가 캐나다나 미국 등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경쟁력은 재배에 필요한 에너지 절약 관련 기술 때문”이라며 “최근 중국의 약진 및 추격이 활발하지만 2007년쯤부터 우리 회사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체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제어기술 등은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2013년 이후 관련 업계가 성장을 멈추고 주춤하고 있는 데는 업계의 책임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식물공장에 대해 농민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이유도 상추 등 엽채류와 같은 부분에서 노지에서 생산되는 제품과 경쟁하면 안 되는데, 판로는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뛰어든 기존 업체들에도 원인이 있다”며 “시장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사시사철 공급하고 무농약 친환경 농업이라는 특성을 살려 화장품이나 환자용 원료와 같이 기존의 시장과 겹치지 않는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직농업이나 식물공장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의 공유경제를 앞세우는 글로벌 기업의 약진을 둘러싼 논란의 복사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IT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종전 업계, 즉 우버는 택시업계, 에어비앤비는 숙박업계를 뒤흔드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텃밭을 매개로 한 공동체 회복이라는 운동적 차원의 도시농업에 대한 접근과 농업이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재정의하는 기술혁신을 조화시킬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른바 ‘6차산업 융복합혁명’으로 농업을 재정의하는 것은 미래 먹거리 또는 산업적 측면의 접근이다.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수만 년 동안 이어져 왔던 전통농업이 이제는 새로운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농업기술원 미래농업팀의 이상우 박사는 “외국의 식물공장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어온 양상을 보면 기업체에서 대규모 투자에 의해 사업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도 비슷한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소형 재배시스템의 경우 교육이나 문화 차원에서 시작되겠지만 다음으로는 협업공동체로 나아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미래기술혁신은 이번에 서울시에서 열리는 5회 도시농업박람회 미래형 도시농업 섹션에서도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안철환 도시농업시민협의회 상임대표는 <주간경향>에 “공동체를 강조한다고 해서 미래산업의 가치나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기술혁신으로 인해 미래 농업형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면 영농조합이 중심이 되든 농민기업형 참여를 인큐베이팅하든 기존 농업을 돕고 보완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식물공장이든 VF든 기술혁신 도입은 기존의 농업 형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5071856011&code=940100#csidxd0c6581ef3ac565bacb687594aabf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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