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컨 콘퍼런스] 월街 빅샷들 "유동성 파티의 펀치볼 치울 때"
골드만삭스 후계자 등 "지나친 탐욕·낙관에 빠져…갑작스러운 조정 대비해야"
"시장 변동성 너무 커졌다…한 분기 예측도 무의미"
트럼프 정책의 明暗은 "감세에 M&A 등 깨어나" "反이민, 기업만 더 부담
골드만삭스 차기 후계자로 낙점된 데이비드 솔로몬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투자자들이 더 나은 수익률을 갈구하는 탐욕에 빠져 있다"며 "지금까지 시장은 평온해 보이지만 시장의 자산가격 재산정(리프라이싱)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면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솔로몬 사장은 30일(현지시간)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투자자들이 공포보다는 탐욕의 영역에 있다"면서 "한껏 상승한 증시에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한 조정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탐욕과 낙관에 젖어 있다가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경고한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증시는 상승장이 지속된 지난 9년간 3배 가까이 커졌다.
이 기간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기준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초저금리와 `이지머니(easy money·조달비용이 낮은 자금)`에 길들여진 투자자들은 저렴한 차입금으로 자산을 적극적으로 사들였고 이는 증시와 부동산 등 가격을 한껏 부풀렸다. 2015년 12월부터 연준이 통화긴축(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었지만 다행히 시장은 별다른 동요 없이 무난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솔로몬 사장은 "오랫동안 상승기를 경험한 금융시장이 하강기 진입을 앞두고 있다"면서 다가올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진행된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모인 월가 빅샷들은 일제히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JP모건그룹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메리 어도스 JP모건자산운용 사장은 `글로벌 자본시장 세션`에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조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건 전례 없는 일"이라며 "엄청난 유동성이 시장을 밀어올렸다"고 운을 뗐다. 어도스 사장은 "이러한 유동성 국면이 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 가늠하기 힘들다"며 "앞으로 변동성이 커질 것이며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은 기본으로 회귀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슈아 프리드먼 캐니언파트너스 창업자 겸 공동 회장은 "지금은 유동성 파티의 펀치볼(punch bowl·칵테일 음료를 담는 큰 그릇)을 치워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파티가 밤늦게까지 흥청망청 이어지면 결국 고통스러운 숙취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고를 2~3년 전부터 제기했지만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들은 여전히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과 연준의 통화정책 신호가 서로 충돌하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제는 시장 예측이 하도 힘들어서 장기 예측이라고 하면 `다음 분기`를 뜻한다고 투자자들에게 토로할 정도"라고 말했다. 3개월 뒤를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크다는 얘기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한 연사는 "기술 진보와 정책 변화 등 갈수록 커지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은 기업인들로 하여금 경영계획 수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향후 12개월 전략을 짜는 게 현실적이며, 3년에서 5년짜리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건 모호함 그 자체"라고 토로했다.
밀컨 콘퍼런스에 참석한 월가 고위 인사들은 트럼프 정부의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마이클 코뱃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감세 효과가 아직 미국 산업계와 경제 전반에 제대로 스며들지 못했다"면서 감세에 따른 긍정적 영향이 점차 확산될 것으로 기대했다.
로버트 스미스 비스타에퀴티파트너스 창업자 겸 CEO는 "대규모 감세 조치가 많은 기업들의 야성적 충동을 일깨웠다"며 "법인세율의 급격한 감소로 투자 여력이 생긴 기업들이 시장 판도를 흔들기 위한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고 통신과 에너지 등 여러 산업 부문에서 대형 M&A 계약이 속속 성사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반이민정책과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는 비난이 이어졌다. 짐 머콘 프린시펄글로벌인베스터스 CEO는 "일자리 창출을 억누르는 요인 중 하나가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는 기술 진보"라면서 "정치인들은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이민과 무역적자를 탓하고 있으며 그 부담은 온전히 기업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 노동자와 무역적자를 비난할 게 아니라 기술 진보에 따른 근로자 재교육에 중점을 두는 게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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