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of best] 거리 누비는 컨셔스패션…`개념 소비자`들의 반란
2018.05.31
트렌드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패션은 오랜 세월 '자원 낭비'의 주범이었다. 유행을 따라가려면 옷장에 멀쩡한 옷이 있더라도 새 옷을 채워 넣어야 했고, 마침표 없는 소비가 이어져야 했다. 하지만 새로운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과거 패턴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컨셔스(conscious) 패션'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컨셔스 패션은 소재 선별과 제조 공정이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패션으로 '의식 있는' 소비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날로 극심해지는 환경 오염과 과도한 소비의 한계를 자각하기 시작한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플로깅(plogging)'이 유행하는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스웨덴에서 2016년부터 시작된 플로깅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쓰레기를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과 조깅(jogging)의 합성어다. 한마디로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하면서 몸을 굽히고 스쿼트를 하고 러닝을 하는 등 운동과 환경보호를 함께하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패션업계도 변신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리세일(재판매) 업체 스레드업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8~24세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중 40%는 리세일 아이템을 구입했다. 이 세대의 가장 큰 소비 특징은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하고(29%) △경험 가치를 중시하며(29%) △대중적인 브랜드 충성보다 자신의 취향을 존중(29%)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은 3년 차가 되면 소각되는 제품들을 해체해 새로운 패션으로 탈바꿈시키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류가 만들어지면 해당 시즌에 신제품으로 판매되다가 이월상품은 상설할인 매장 등으로 옮겨진다. 3년 차가 된 재고 상품들은 소각된다. 멀쩡한 새 제품이지만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버려지는 것이다.
이를 래;코드는 새 제품으로 되살려 소비자들에게 내놓는다. '인벤토리 라인'의 경우 3년 차 재고를 해체하되 기존 브랜드 태그는 그대로 유지해 디자인으로 활용한다. 해당 제품이 어떤 브랜드에서 파생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밀리터리 라인'은 군에서 사용했던 텐트, 군복, 낙하산 등을 부분적인 패치나 액세서리로 활용해 제품을 만든다. '인더스트리얼 라인'은 자동차 에어백, 카시트, 헤드라이닝 같은 산업 소재를 활용해 의류나 액세서리로 재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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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코드 제품들은 소량만 생산되는 데다 같은 디자인이어도 조금씩 디테일이 달라 '나만의 제품'을 소유하는 것 같은 특별함도 느낄 수 있다.
블랙야크가 운영하는 친환경 의류 브랜드 나우(nau)는 환경 오염을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건강까지 생각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오가닉 코튼 셔츠'는 국제 인증기관인 '컨트롤 유니언' 인증을 받은 유기농 면을 썼다. 화학 비료와 살충제 사용을 일절 배제해 옷을 만드는 사람의 건강까지 배려했다.
'가먼트 다잉 팬츠'는 염색 과정에서 버려지는 방대한 양의 물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통상적으로 청바지 한 벌을 만들 때 4인 가족이 6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생활용수가 버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우는 원단을 염색한 뒤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옷을 염색하는 기법인 가먼트 다잉 방식으로 염색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을 최소로 줄이고 정수 처리 과정에서 오염도 줄였다.
윤경준 블랙야크나우 상품기획팀장은 "이 같은 친환경 제품이 전체 제품의 약 7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를 쓴 제품, BCI(Better Cotton Initiative)인증을 받은 면, 공정무역 제품 등 종류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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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있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을 중심으로 한 컨셔스 패션 입기 운동도 활발하다. 나우가 '차별이나 편견 없이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전개 중인 '위 웰컴(We Welcome)' 캠페인에 이효리, S.E.S, 김효진, 루나, 배다해, 이명세 감독,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패럴림픽 국가대표 이종경·서보라미 선수 등이 개런티를 받지 않고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위 웰컴' 슬로건이 새겨진 오가닉 티셔츠의 판매 수익금은 환경영화제에 기부된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2016년부터 업사이클(폐기물을 다시 재활용하는 것)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해양 환경보호 단체 '팔리포더오션'과 파트너십을 맺고 해양 정화 작업 도중 수거된 플라스틱 폐기물로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표 제품인 '울트라부스트 팔리'와 여성 전용 '울트라부스트X 팔리' 러닝화에는 11개의 플라스틱 병이 사용됐다. 올해는 러닝화 제품군을 확대해 6종을 선보였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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