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03
4월 건설수주 42% 급감…경기선행지수 1년째 하락세
투자없어 성장·고용 절벽…"하반기에 더 어려워진다"
■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후퇴' 국면을 넘어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앞으로 급격한 불황이 찾아올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제기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투자나 고용 같은 실물지표가 바닥을 치고, 경기지수는 지난해부터 하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일 발표한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은 경기 후퇴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애초 예측한 경기 하강 속도(2018년 하반기 중 경기 침체)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경기를 침체 국면으로 진단한 근거로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는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를 꼽았다.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는 2017년 5월을 정점으로 1년여 동안 하락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경기 방향성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 또한 작년 7월 이후 줄곧 떨어지고 있다.
아울러 보고서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동시 침체, 기업심리 악화, 내수를 끌어올리지 못하는 고용절벽 등도 경기 침체를 앞당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설비투자는 3월(전기 대비 -7.8%)과 4월(-3.3%)에 감소세가 이어지는 등 2분기 들어 빠르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도 작년 4분기 이후, 자본재 수입액 증가율은 올해 1월을 정점으로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건설투자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는 4월 들어 42.0%나 감소하는 등 건설투자 급감 가능성이 확대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기업 경제 심리도 악화하는 모양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6월 기업 경제 심리지수인 BSI(전망)는 95.2로 5월(100.3)보다 악화했다.
고용은 체감 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이 4월 11.5%로 전년 동월(11.2%) 대비 상승하고, 신규 취업자 수가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연속 10만명대 초반에 머물러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보고서는 경기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투자절벽에 따른 성장·고용 창출력 고갈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소비 제약 △반도체에 의존한 산업경기 양극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가계 구매력 위축 △분배 위주 재정정책으로 인한 경기 안정화 기능 미흡 등을 꼽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하방 리스크 요인 대부분이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하반기 경기는 '침체'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경제 상황은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만에 하나 하방 리스크가 상당수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는 수년 내 보기 드문 '내수 불황' 도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향후 급격한 불황 국면이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 이사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투자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신성장 산업 발굴과 육성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가계부채 구조조정은 과도한 소비 위축이 나타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고물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불공정 행위 감시 강화, 공공요금 인상 연기, 생필품 수급안정 시스템 점검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통화정책은 경기 하방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확대되더라도 기준금리는 당분간 동결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인하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조언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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