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용참사…40代 16만명 일자리 잃어
최초입력 2018.09.12
통계청 8월 고용동향
신규취업 3천명 증가 그쳐
총실업자수 113만명 넘어
1999년 IMF이후 최악
정부 "최저임금 속도조절"
ㆍ쫓겨나는 알바 청년17만명 일자리 잃다
ㆍ청년실업률10% 환란이후최악
ㆍ현실로 다가온 청년파산, "사업 실패·학자금에 희망 잃은 채 내몰린 벼랑 끝"
ㆍ외환위기 버금가는 실업대란.3040경제중심축 흔들린다.
ㆍ상반기 기업 도산 '사상 최다'
ㆍ최저임금 인상에 양도세 족쇄까지… "차라리 팔아달라" 기업 매각 급증
◆ 일자리 공포 대한민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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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일자리 상황이 쇼크를 넘어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취업자 숫자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설 위기에 봉착했다. 실업자 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이에 청와대와 정부는 최저임금 속도조절 방침을 밝히면서 그동안 고수해왔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90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7월(5000명 증가)보다 증가폭이 더 줄면서 마이너스에 근접하는 모양새다. 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0월이 마지막이었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조선·자동차 업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작년보다 10만5000명 줄었다. 5개월 연속 감소세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도 각각 12만3000명, 7만9000명 줄었다. 각각 9개월,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일자리 위기는 서비스업에도 닥쳤다. 지난달 서비스 종사자 수는 296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9000명 감소했다. 서비스 종사자 수가 줄어든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실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4000명 늘어난 113만3000명이었다. 8월 기준으로 보면 IMF 위기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1999년(136만4000명)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15∼29세 청년실업률도 10.0%로 작년에 비해 0.6%포인트 상승해 1999년 8월(10.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 밖에 연령별로는 경제의 허리 격인 40대 취업자가 15만8000명 줄어 1991년 12월(-25만9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언급하며 뒤늦게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조정 등 시장에서 제기되는 이슈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관계부처, 당, 청와대와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섭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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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상용직·노무직 다 무너졌는데…정부 이번엔 무슨 핑계?
2018.09.12
15~64세 인구비중 줄었지만
취업자수 증가 감소폭이 더커
통계청 "인구구조만으로
고용지표 악화 설명할수 없어"
◆ 일자리 공포 대한민국 ◆
올해 2월부터 고용지표가 급격히 악화되자 청와대와 정부 등 소득주도성장 옹호론자들은 다양한 반대 논리를 만들어 "실제 고용 상황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8월 고용통계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 수치를 기록하면서 이 같은 논리가 모두 힘을 잃게 됐다. 불과 반년 만에 통계 수치에 의해 부정될 임기응변식 주장을 반복해 온 정부에 대한 전문가들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고용참사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반박한 가장 큰 근거는 인구구조 변화다. 정부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15~64세 인구 비중이 감소해 취업자 수 증가 폭도 자연히 줄어든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통계청의 취업자 수 집계는 65세 이상을 포함해 조사하는 만큼 15~64세 인구 변화를 통계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인구 변화가 취업자 수 증감 폭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려면 15~64세가 아닌 15세 이상 전체 인구를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15세 이상 인구 증감 폭과 취업자 수 증감 폭(전년 대비, 8월 기준)을 살펴보면 두 수치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2012년 이후 서로 반비례한 적이 두 번이나 있고, 2014년에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5세 이상 인구 증가 폭을 17만명가량 뛰어넘은 적도 있다. 두 수치는 이처럼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며 지난 6년간(2012~2017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5세 이상 인구 증가 폭의 평균 84.5% 정도로 집계돼 왔다. 올해 8월에는 이 비율이 1.2%로 급격히 떨어졌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줄어든 이유를 인구 증가 폭 감소로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폭락한 데 대한 통계청 해석도 10만명 선이 무너진 이후 급변했다. 통계청은 지난 6월만 해도 인구구조 변화가 고용에 끼친 영향이 크다는 내용의 별도 자료까지 제작해 배포했다.
이 자료를 통해 통계청은 "인구 증가 규모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취업자 증가 규모만을 보고 고용 상황을 판단하면 실제로 고용 상황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해석을 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취업자 수 증가 폭이 5000명, 3000명으로 붕괴된 뒤에는 "인구구조만으로 고용지표 악화를 설명할 수 없다"며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역대 최고 수준의 고용률을 유지해 고용 상황이 좋다는 주장도 8월 지표로 무너졌다. 정부가 활용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15~64세 8월 고용률은 66.5%로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떨어져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문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용률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8월 고용률이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0.9%포인트 떨어진 이후 처음이다. 고용률이 감소했던 6~7월도 마찬가지로 2009년 이후 첫 감소세였다.
상용직 근로자,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등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곳에 취업한 비중이 높아졌다는 주장도 힘을 잃었다.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상용직 근로자·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증가 폭이 '취약 일자리(임시·일용 근로자,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급감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양질의 일자리 증가는 취약 일자리 감소에 비해 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20만9000명)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고용지표 호조로 인한 기저효과를 언급하는 주장도 빛이 완전히 바랬다. 지난해 2~5개월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30만명 후반에서 40만명 후반을 오갈 정도로 높았던 탓에 올해 증가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는데, 2017년 증가 폭이 떨어진 6월부터 올해 수치는 더 참담하게 집계됐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끼친 영향을 판단할 수 없다는 주장도 최저임금 비중이 높은 단순노무 종사자, 서비스·판매 종사자(직업별 분류)가 급감한 통계를 통해 어렵지 않게 반박된다. 지난 8월 단순노무 종사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만명 감소했으며, 서비스·판매 종사자도 11만3000명이 줄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의 반론이 겨우 6개월 만에 무너진 것을 보면 그들의 경제적 주장이 애당초 정치에 함몰된 결과물이 아니었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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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문제,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2018년 5월 28일 by 홍춘욱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 다시 말해 15~64세 인구 중에서 취업했거나 혹은 취업 의사를 가지고 직장을 찾지만 아직 취직 못한 실업자의 비율이 62.0%에 그쳤다.
100명의 성인 중 62명 만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고 나머지 38명은 일하려는 의사가 없거나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해야 할 20~29세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63.4%에 그친 것이 문제다. 30~39세의 경제활동참가율 77.9%와 비교해보면 청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이 얼마나 낮은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렇듯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 이유는 높은 실업률 때문이다. 한국 전체 실업률은 4.6%에 불과하지만, 20~29세 실업률은 9.6%에 이른다. 열심히 구직활동 해봐야 취직이 안 되니 자연스럽게 구직활동을 포기한 사람도 늘어난 셈이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어디에 있나?
이 의문을 푸는 데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간한 흥미로운 자료 “한국은 인적자본 일등 국가인가?”는 꽤 중요한 힌트를 준다. 한국 4년제 대졸자의 하위 20%, 2년제 대졸자의 하위 50%가 고등학교 졸업자들에 비하여 임금이 낮았다.
현재 진행되는 대학구조조정정책은 교육거품의 근본 원인인 부실대학 퇴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특히 하위권 부실대학의 퇴출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이주호·정혁·홍성창, 「한국은 인적자본 일등 국가인가?: 교육거품의 형성과 노동시장 분석」, KDI Focus 2014년 제46호).
인용 문구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아래 ‘그림’이 도움이 된다. 대졸자들을 소득 분위별, 다시 말해 소득 상위 10% 혹은 하위 20%로 나눠서 살펴보면 고등학교 졸업자에 비해 얼마나 많은 소득을 얻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즉 대학교 졸업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을 제대로 누리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한 것이다.
먼저 제일 위의 선(상위 1%)은 고졸에 비해 임금이 2배 이상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며, 또 1990년대 후반 이후 임금 프리미엄이 더욱 확대된다. 그러나 중간 아래로 내려가면 대졸자의 임금 프리미엄은 급격히 소멸한다. 특히 소득 하위 11~20% 계층의 경우에는 고졸자에 비해 임금이 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의 대졸자 중 상위 20%만 고졸자에 비해 의미 있게 더 높은 소득을 기록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상당수 대졸자들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찾기가 힘들다. 4년이라는 긴 시간, 그리고 값비싼 대학등록금을 투입했음에도 고졸자에 비해 연봉이 높지 않다면 취직하려는 동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대졸 프리미엄이 하락했을까?
다들 예측하다시피, 공급과잉 때문이다. 2017년 고등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률은 68.9%에 이르는데, 이는 2005년의 82.1%에 비해 그나마 낮아진 것이다. 이렇게 높은 진학률은 결국 ‘대학졸업자의 희소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고, 결국은 대졸 프리미엄의 하락으로 연결된 셈이다.
2015년 고용노동부에서 발간한 “향후 10년간 대졸·전문대졸 인력 79만 2,000명 초과공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24년 중 대학 및 전문대의 졸업생이 약 79만 명 이상 초과 공급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풍년에 농민들의 소득이 줄어들 듯, 노동시장에 초과공급이 지속되면 높은 임금을 받고 취직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용노동부, 「향후 10년간 대졸・전문대졸 인력 79만 2,000명 초과공급 전망 –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 발표」, 2015.12.15).
높은 대학진학률만 문제일까?
그럼 대학의 입학 정원을 크게 줄여, 대학진학률을 떨어뜨리면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까? 그러나 쉽게 “예’라고 답하기는 어렵다. 전공별 미스매치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미스매치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근로자와 대학에서 공급되는 졸업생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데서 생기는 문제를 의미한다.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공학계열과 의약계열은 졸업자에 비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즉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 전공이다. 대학 기준으로 공학계열은 21.5만 명이 부족하며, 의약계열은 4,000명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반면 사회나 인문 그리고 사범계열의 전공자들은 매우 심각한 공급 과잉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한국이 ‘수출’ 중심의 공업 국가이기 때문이다. 2017년 한국은 세계 6위의 수출국으로 등극했는데, 한국보다 수출이 더 많은 나라는 중국과 미국 독일 등 세계적인 경제 강대국들이다. 인구 5,000만에 불과한 한국이 세계 6위의 수출 대국이 된 이유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고 또 정부도 적극적으로 이를 육성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이들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대학 입학정원의 확대 과정에서 공학 및 의약계열의 정원보다 인문, 사회 계열의 정원을 늘리거나 혹은 기존 정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이 결과 심각한 미스매치가 발생했고, 이런 미스매치는 손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공급과잉’이 존재하는 계열로 진학했던 사람이 다시 다른 분야로 전환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특정 분야는 인력이 부족해 쩔쩔매는 반면 다른 분야는 취직 못 해서 시들어가는 청춘으로 가득한 불균형이 심화한다.
인구가 줄면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까?
물론 일각에서는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곧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학령인구(6~21세 인구)는 2017년 846만 명에서 2027년에는 697만 명으로 줄어들고, 2040년에는 64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 학령인구는 미래 노동시장에 공급될 인구를 의미하니, 청년층 실업 사태는 인구 감소 흐름 때문에 점차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무엇보다 ‘미스매치’ 문제를 간과했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전공의 졸업자는 부족하고 기업이 선호하지 않는 전공의 졸업자가 넘쳐나는데,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까? 두 번째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가 이미 2000년부터 시작되었음에도 청년실업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출처: 서울신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불황 때문에 학령인구 줄어든 것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근로자의 수가 더 크게 줄어든다면, 청년층 실업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니, 해결되기는커녕 일시적인 실업자가 ‘장기’ 실업자로 남아 실업사태가 더욱 만성화될 뿐이다.
결국 손쉬운 해결책은 없다. 대학 및 전문대학교를 구조조정하고 더 나아가 계열별 정원을 조정하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및 연구기술 분야에 대해 예산이 투입되어야 할 뿐 아니라,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걷어야 할 것이다.
물론 세금 더 걷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청년실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십시일반 조금 더 자기 몫을 덜어내는 게 어떠느냐고 설득하면 국민의 합의를 끌어낼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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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청년파산, "사업 실패·학자금에 희망 잃은 채 내몰린 벼랑 끝"
배포 2018-09-10
빚 생겨도 갚을 여력 없는 '구조적 문제'… 저신용·저소득·고이율에 침체된 지역경제까지
부채에 허덕이는 대구 청년이 날로 늘고 있다. 지역 내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 저임금, 고이율, 빚 돌려막기 등에 내몰려 부채 상환조차 쉽사리 하지 못하는 청년이 많다. 지난해 10월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대구청년빚젱이네트워크가 대구 청년들을 상대로 '대구지역 청년부채 실태조사'를 벌이는 모습. 대구청년유니온 제공
부채에 허덕이는 대구 청년이 날로 늘고 있다. 지역 내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 저임금, 고이율, 빚 돌려막기 등에 내몰려 부채 상환조차 쉽사리 하지 못하는 청년이 많다. 지난해 10월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대구청년빚젱이네트워크가 대구 청년들을 상대로 '대구지역 청년부채 실태조사'를 벌이는 모습. 대구청년유니온 제공
대구에 사는 김모(30) 씨는 2년 전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2012년 전문대를 졸업한 김 씨는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부도를 내고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하자 석유류 제품을 제조·유통하는 업체를 차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졌다. 온 가족이 매달렸던 사업체는 연 매출 10억원을 내는 등 안정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는 한순간에 찾아왔다. 제품을 공급한 업체들로부터 받지 못한 결제 대금이 2, 3개월 밀리다 보니 어느새 빚이 눈덩이처럼 쌓였다. 사채까지 끌어 썼지만 1억원에 달한 빚을 갚을 여력이 없었고, 채권 추심 압박에 시달리다가 결국 법원을 찾았다.
경비용역업체에서 시간제 근로자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김 씨는 "살면서 누구나 어려운 시기가 올 수 있지만 갑자기 벼랑 끝으로 내몰리니 삶에 희망이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대구 청년들이 빚에 짓눌리는 배경에는 갚을 여력조차 만들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데다, 임금 수준이 낮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계약직 등 '질 낮은 일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득이 적다 보니 고율의 이자를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빚을 갚으려고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에 갇히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빚의 굴레가 파산으로…악순환에 빠진 청년들
소득 수준이 낮은 20대들은 갑작스러운 일이 닥쳤을 때 빚을 빚으로 해결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대구청년유니온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00명 중에 생활비 외에 조금이나마 여윳돈이 있다는 비율은 42.7%로 절반에 못 미쳤다. 저축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절반을 조금 넘는 57.3%에 그쳤다. 반면 과도한 빚으로 심리적 부담감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71.4%에 달하는 등 대구 청년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청년들이 고이율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설문조사에서 청년들이 안고 있는 대출은 한국장학재단 등 국가보증대출이 44.5%(183건)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한국장학재단을 제외할 경우 117명이 시중은행을, 122명은 제2, 3금융권을 이용하고 있었다. 2, 3금융권 대출 중에서는 이자가 비싼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가 47.5%로 가장 높았다.
특히 대구 청년들은 월평균 이자로 16만원을 내고 있는데, 이를 평균 부채금액인 2천603만원에 단순 대입하면 연이율 7.3%라는 계산이 나온다.
부모가 남긴 1억여원의 빚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박모(31) 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박 씨는 정부 서민금융 지원제도인 햇살론을 통해 연 7~8% 금리로 생활자금 4천여만원을 대출받았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구 한 구두공장에서 일하면서 월급 250만원 중 180만원을 대출금 상환에 쏟아부었다. 남은 70만원으로 늘 빠듯하게 생활했지만 아직도 6천만원의 빚이 남아 있다. 박 씨는 "지난 4년간 착실히 갚아왔지만 연봉이 낮다 보니 시중은행 대출은 꿈도 못 꾸는 게 현실"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최유리 대구청년빚쟁이네트워크 상임대표는 "대출 연체 경험이 있는 청년 10명 중 3명은 무리한 채권 추심 연락으로 일을 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청년 부채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했다.
부채에 허덕이는 대구 청년이 날로 늘고 있다. 지역 내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 저임금, 고이율, 빚 돌려막기 등에 내몰려 부채 상환조차 쉽사리 하지 못하는 청년이 많다. 지난 5월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대구청년빚젱이네트워크가 대구 청년들을 상대로 청년부채 인식을 설문조사하고 있다. 대구청년유니온 제공
부채에 허덕이는 대구 청년이 날로 늘고 있다. 지역 내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 저임금, 고이율, 빚 돌려막기 등에 내몰려 부채 상환조차 쉽사리 하지 못하는 청년이 많다. 지난 5월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대구청년빚젱이네트워크가 대구 청년들을 상대로 청년부채 인식을 설문조사하고 있다. 대구청년유니온 제공
◆어두운 지역 경제 청년들 숨통 조여
침체된 지역 경제가 부채를 짊어진 청년들의 숨통을 조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경제의 축인 섬유와 기계, 자동차 부품 등 주력 산업이 대부분 성숙기 혹은 쇠퇴기에 접어들면서 일자리가 줄고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달 8일 발표한 '대구지역 청년인구 유출 배경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대구의 상용 근로자 고용률은 19%로 수도권 평균 24%와 5%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대구가 24%, 수도권 평균이 32%로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생 끝에 취업해도 임금 수준이 낮고 근로시간이 긴 현실도 대구 청년들을 압박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월 임금 평균은 250만원 수준으로 수도권(300만원)보다 50만원이나 적었다. 반면 월평균 근로시간은 대구가 180여 시간으로 수도권 근로자보다 10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가뭄이 계속되다 보니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역 청년 유출 인구는 2011년 3천333명에서 지난해 4천561명으로 무려 36.8%나 급증했다. 달서구 성서공단에서 근무하다 서울로 이직한 이모(31) 씨는 "4년 전 육군 중사로 전역했는데, 대구에선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막상 취업을 해도 일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없는 것이 대구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구민수 기자 msg@msnet.co.kr 이통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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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 양도세 족쇄까지… "차라리 팔아달라" 기업 매각 급증
2018-07-23
상반기 기업 도산 '사상 최다'
경기 침체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기업을 포기하고 매물로 내놓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가업을 승계하지 않고 매각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상장법인의 최대주주 변경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93곳의 코스닥 기업이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0곳보다 16.3% 늘어난 수치다. 올 들어 가구업체 까사미아와 유압크레인 생산 업체 동해기계항공, 임플란트기업 디오, 삼성전자 협력업체 범한정수 등이 경영권 지분을 매각했다.
국내 회계법인과 증권사 등 기업 매각을 담당하는 투자은행(IB)업계에서도 매각 문의가 같은 기간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매각된 중소·중견기업의 상당수가 1980~1990년대 창업해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곳이었다. 이들은 2세 승계보다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를 선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 환경이 나빠지자 ‘기업 경영을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양도소득세율이 인상되는 것도 중소·중견기업 경영권 매물을 늘린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중소기업 대주주가 양도하는 주식의 양도소득세율이 22%에서 27.5%로 인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기업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파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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