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6
부동산 운용사들이 빌딩 사들여
공실률 줄이려 공유오피스 전환
임대료·매각차익 투자자에 배당
지난달 서울 종각역 인근 종로타워 꼭대기층에 ‘위워크
(WEWORK)’ 간판이 새로 달렸다. 이곳은 2016년 한국에 진출한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업체다.
.5월엔 서울역 인근 옛 대우그룹의 상징인 서울스퀘어 빌딩 오른쪽 상단에도 위워크 간판이 부착됐다. 이 뿐 아니다. 올해 연말엔 서울 중구 다동의 옛 하나카드 본사 사옥엔 ‘한국형 위워크’인 패스트파이브가 들어선다. 강북 랜드마크였던 빌딩들이 공유오피스로 간판을 바꾸고 있다.
이는 국내외 금융사들이 기업 매물을 사들이면서 생긴 변화다. 예를 들어 과거 삼성생명이 소유한 종로타워는 이지스자산운용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부동산 투자 전문 운용사인 이곳은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펀드로 빌딩을 구매한 뒤 임대료와 매각차익을 다시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공실률을 낮출수록 투자 수익은 오른다. 요즘 부동산 운용사들이 앞다퉈 공유오피스로 빌딩을 채우려는 이유도 빈 사무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공유오피스는 빌딩 전체나 일부를 여러개의 사무실로 쪼갠 뒤 입주자들에게 월 사용료를 받고 사무공간을 빌려준다. 호텔식 커피숍처럼 꾸민 라운지부터 회의실·휴게실·주방 등은 공유한다.
국내에선 1인 창업, 소규모 스타트업이 많아지면서 공유오피스 수요가 급증했다. 2015년 설립한 패스트파이브는 2~3년 만에 지점수가 13개로 증가할 정도다. 부동산투자자문사인 알투코리아가 서울시 오피스빌딩 127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9.6%로 지난 분기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했다. 알투코리아측은 공유오피스가 7~8개 층을 한꺼번에 임차하거나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공실률을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문태 하나금융경영연구 수석연구원 역시 “공유오피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건물주는 단기 공실률을 낮추고 장기 임차인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공유오피스 모델에 관심이 높다. SK그룹은 서울 종로구 본사 빌딩을 개인 자리가 없는 공유 오피스로 바꾸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LG생활건강, 하나금융그룹 등 일부 대기업은 팀 일부만 떼내 공유오피스인 위워크에 입주시키기도 한다. 상당수가 태스크포스(TF)팀으로 딱딱한 기존 사무실을 벗어나 스타트업과 협업하며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스타트업 위주로 활용했던 공유오피스 모델이 일반 기업의 업무 환경까지 바꾸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 규모는 앞으로 연간 63% 성장해 2022년 770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공유 오피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금도 몰린다.
최근 인도네시아 최대 공유오피스인 EV하이브에 강남 일대 자산가들이 수십억원을 투자해 화제가 됐다.
당시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비롯해 네이버,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대기업과 기관투자가가 참여한 2000만 달러 투자에 고액자산가들이 참여한 것이다.
당시 펀드를 조성했던 H&CK파트너스의 김경래 부사장은 “한국에서 공유오피스의 성장성을 확인한 투자가들은 한국보다 젊은 인구와 스타트업이 많은 인도네시아 1위 기업이라면 충분히 투자가치가 높다고 보고 EV하이브에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