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제한 이해 안돼…뉴욕 아파트는 100층"역동적 디자인의 초고층이 공급 늘리고 도시미관 향상.땅 좁은 한국 적극 활용을

2018.10.22

세계 4대 설계사무소 美ASGG 오세황 부회장

 

◆ 서울 뉴타운 해제 7년 ◆

 

"초고층 빌딩이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막는 것은 단순하고 잘못된 구식 논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자인 기술은 새로운 경관을 만들면서 주택 공급과 일자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발전해 있다."

 

초고층 건축 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오세황 ASGG 부회장(79)은 22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서울시가 단순하게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건축물 고도제한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 경관이 문제라면 이를 충분히 고려한 역동적인 디자인을 도입하면 된다"며 "한국같이 땅이 좁고 지가가 비싼 나라에선 대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초고층 빌딩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부회장이 몸담고 있는 ASGG(Adrian Smith+Gordon Gill Architecture)는 두바이 부르즈칼리파(높이 928m), 사우디아라비아 킹덤타워(1001m) 등 초고층 빌딩 설계로 이름난 세계 4대 건축설계사무소다.

 

오 부회장은 45년간 이 회사에서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면서 국내에서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전경련 빌딩, KT 서울 본사 등 특색 있는 랜드마크 빌딩들을 설계했다. 그는 지난 19일 한국리츠협회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시재생과 부동산 메가프로젝트 사례 소개' 특별강연에 연사로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오 부회장은 서울시의 건축물 고도제한 규제와 관련해 "한마디로 이해하기 어려운 비효율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는 자연 경관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사대문 내 건축물 고도를 90m로 제한하고 있다. 비슷한 이유로 한강변 인근 재건축 아파트에도 35층의 층수 제한이 적용되고 있다. 단순한 예로 100층짜리 빌딩을 지으려다 규제 때문에 30층 건물로 변경해서 짓게 되면 약 3배의 면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모든 도시가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인구를 효율적으로 수용하는 '콤팩트시티'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한국만 '뒷걸음질'이라는 게 오 부회장 생각이다.

 

오 부회장은 "미국에서도 최근 아파트 붐이 일면서 뉴욕 맨해튼의 '엑스텔아파트' 같은 100층 이상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는 추세"라며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당장은 주변 지역 집값이 함께 올라가지만 장기적으론 주택 공급이 늘어나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부회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8월 발표했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이 연기된 것에 대해서도 큰 아쉬움을 표했다. 그가 설계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공모작으로 당선된 '댄싱 드래건스(Dancing Dragons)'는 88층과 77층 2개 타워로 구성됐으며 역동적인 설계로 호평을 받았지만 현재 마스터플랜 연기와 함께 사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오 부회장은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용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어울리는 훌륭한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한다"며 "용산에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나 시카고 윌리스타워(옛 시어스타워) 같은 랜드마크 빌딩을 많이 지어야 국제도시로서 서울의 위상이 올라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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