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국민연금, 부동산 투자 방식 바꿨다. 자본투자ㆍ담보대출 병행, 수익 극대화2013.08.07 09

Bonjour Kwon 2013. 8. 9. 09:09

트윈트리타워 등 매입금액 대부분 집행

 

국민연금의 국내 부동산 투자방식이 자본투자 중심에서 자본투자와 담보대출을 동시에 실행하는 전방위 투자로 바뀌고 있다. 국민연금이 운용해야 하는 자금규모에 비해 국내 부동산 투자대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담보대출과 자본투자로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국민연금과 투자처가 겹치는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 부동산 투자처를 싹쓸이 해간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자본투자와 담보대출을 모두 실행한 (왼쪽부터) '디큐브시티 오피스', '트윈트리타워', '롯데마트' 송파점

7일 부동산 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대우건설 신문로 사옥,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오피스, 중학동 트윈트리타워, 롯데마트 송파점 등에 투자했다. 대우건설 사옥을 제외하고 국민연금은 자본투자와 담보대출을 동시에 실행했다.

제이알투자운용이 지난 5월 인수한 디큐브시티 오피스 매입에 매각자인 대성산업을 비롯해 한화생명, 교보생명, 농협생명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고 국민연금도 투자자로 나섰다. 국민연금은 자본과 담보대출을 통해 전체 인수금액 1490억원의 절반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초 이지스자산운용이 인수한 서울 중구 중학동 트윈트리타워에도 국민연금이 지분투자와 담보대출을 실행했다. 트윈트리타워 매입가는 3633억원. 국민연금은 전체 투자금액의 70%인 250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마트 송파점은 국민연금이 대부분을 투자했다. 매입가는 총 2300억원으로 1240억원은 자본으로, 1060억원은 담보대출로 마련했다. 국민연금은 자본투자금액의 대부분을, 담보대출의 90%를 담당했다.

국민연금이 자본투자와 담보대출을 모두 하게 된 배경으로는 투자대상 부족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이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우량자산도 부족한 상황에서 자본투자만 하기에는 국민연금의 자산규모와 대체투자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본투자로 얻을 있는 수익과 담보대출에 따른 이자수익의 차이가 크지 않은 점도 국민연금의 대출 확대를 이끌고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메이트플러스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 캡레이트(Cap Rate)는 2009년 6.58%에서 2012년 상반기 5.92%로 떨어졌다. 2013년 상반기 캡레이트는 5.55%를 기록했다. 캡레이트는 부동산 매입금액 대비 영업이익(NOI)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담보대출 금리도 시중금리 하락과 같은 추세를 형성하고 있고 지난 1년 사이에만 1%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4% 초중반에서 형성되고 있다. 또한 최근 금리 상승분을 감안했을 때 캡레이트와 담보대출금리간의 격차는 1%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졌다. 캡레이트의 하락과 상대적으로 높은 담보대출 금리, 국민연금은 자본투자와 대출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부동산 대출까지 운용범위를 확장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을 잠식하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과거 자본투자와 담보대출을 하는 곳은 나누어져 있었다. 자본투자보다 수익률이 낮은 담보대출은 장기자금을 저리로 조달 가능한 보험사 등의 몫이었다. 보험사가 자본투자를 하더라도 부동산 운용사가 대출을 받는 조건으로 자본투자도 병행할 것을 요구했다. 고객에게 일정 수준의 이율을 약속한 공제회 등의 기관투자가는 담보대출보다 자본투자을 우선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자금의 성격상 장기로 부동산에 투자하는데 국민연금에 부동산이 묶여있는 만큼 투자대상이 갈수록 줄어들고 부동산 시장의 활기가 떨어질 수 있다”라며 “국민연금 정도의 글로벌 투자자는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을 적극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