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임대주택

삼각지역 주변 원룸 임대료 시세는 전용 27㎡ 기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80만원선. 비강남권 역세권 청년주택의 월세를 40만원 선으로 관리?

Bonjour Kwon 2018. 12. 20. 10:52
'지하철역 근처의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 20~30대 싱글족이나 신혼부부가 살기에 딱 좋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역세권 청년주택의 조건이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8만 가구를 공급해 젊은 층의 주거난을 완화하겠단 목표다.

추진 과정은 녹록지 않다. 현재 사업 인가를 완료한 17개 사업장 모두 주민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5평짜리 빈민주택'이란 꼬리표와 함께 우범지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 2곳을 직접 찾았다.

'최상의 입지', 역세권 청년주택 현장 가보니…© Money today '최상의 입지', 역세권 청년주택 현장 가보니…
◇1000세대 넘는 삼각지 청년주택… 맞은편엔 10억대 고가아파트

서울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8번 출구에서 약 150m 거리의 용산구 한강로2가 2-350 외 66필지. 8671㎡ 규모의 부지에 2021년 2월 지하 7층~지상 37층 규모 역세권 청년주택 2개 동이 들어선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 중 제일 커 1086가구(공공 323가구, 민간 763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건설 인·허가를 받았지만 실제 착공은 연말로 미뤄져 현재 공정률이 10% 수준이다. 땅을 파고 다지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건물 외형을 가늠할 수 있는 골조공사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 바로 맞은편에는 일대 랜드마크 주거단지인 용산파크자이가 있다. 지난달 전용 162㎡ 면적이 14억원에 거래된 고가 아파트다. 단지 내에는 청년주택 건설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이 아파트의 한 주민은 "저가 소형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주변 집값도 같이 떨어지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삼각지역 주변 원룸 임대료 시세는 전용 27㎡ 기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80만원선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비강남권 역세권 청년주택의 월세를 40만원 미만으로, 연간 인상률은 5% 이내로 관리할 방침이다.

출·퇴근과 통학이 편리한 위치지만 부지 앞에 고속철도(용산~남영역)가 오가는 철로 때문에 입주 후 소음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고층부는 작은 소음에 예민한 취업준비생이나 공부하는 청년들이 살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인 호반건설 관계자는 "건설과정에서 방음 처리에 신경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상의 입지', 역세권 청년주택 현장 가보니…© Money today '최상의 입지', 역세권 청년주택 현장 가보니…
◇충정로역 80m 거리 주택가 입지…일조권 침해 민원

충정로3가 72-1 외 7필지에 짓는 충정로역 역세권 청년주택은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8번 출구에서 불과 80m 거리에 있다. 역과의 거리는 삼각지역 역세권청년주택보다 가깝고 주변이 주택가라 조용하다. 사업장 바로 뒤엔 20대 학생들이 많은 한국예술원이 있다.

5412㎡ 규모 부지에 지하 6층~지상 26층 건물 2개 동이 들어서는데 전용 15~39㎡ 9개 타입 499가구가 입주한다. 이 중 10%인 49가구가 공공 임대주택이다. 준공 예정은 2020년 1월로 현재 공정률은 약 20%. 지하 지반 공사가가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이곳 주민들 역시 청년주택 건설을 반기지 않았다. 공사 현장 옆 충정로 유앤미 아파트 단지 앞에는 입주민단체 명의로 '주민의사 무시한 졸속행정 서울시는 청년주택 철회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렸다.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 건물은 완공시 최대 높이가 83m로 일대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주민들은 일조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주민은 "민자사업으로 청년주택을 만들면서 주변 의견수렴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내부 검토 결과, 일조권 침해와의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며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겠단 입장이다.

'최상의 입지', 역세권 청년주택 현장 가보니…© Money today '최상의 입지', 역세권 청년주택 현장 가보니…
충정로역 주변 원룸 임대료 시세는 전용 27㎡ 기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60만원 정도다. 충정로역 역세권 청년주택의 초기 임대료는 20만~4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인근 중개업소들은 8년 후 민간임대 물량이 분양 전환되면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충정로역 주변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8년 뒤 민간임대 물량이 분양전환되면 전용 35㎡ 이상 임대료는 오히려 주변 시세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축 건물인데다 지하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갖춰 민간임대 물량이 분양전환되면 주변의 원룸보다 임대료가 비싸져 정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는 삼각지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장에서도 제기됐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역세권청년주택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현재 개인 임대사업 시장이 노년가구 소득원으로 자리잡은 점을 고려해 상호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8만 가구 공급목표를 위해 지나치게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 세대 갈등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