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C.인프라펀드

시한폭탄 노후 인프라.인프라관리도 결국 돈 문제…BTL 등 민간자본 끌어와야"서울 노후 상수도관, 올해 138㎞ 전부교체

Bonjour Kwon 2019. 6. 27. 07:33

매경닷컴뉴스관련 서비스연예스포츠증권

 

"인프라관리도 결국 돈 문제…BTL 등 민간자본 끌어와야"

최초입력 2019.06.26

◆ 시한폭탄 노후 인프라 / ④ 인프라정책 발전 좌담 ◆

 

 

최근 서울 아현동 KT 통신구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 일산 백석역 열수송관 사고,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등 낡은 인프라스트럭처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돌변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프라 관련 정책 방향을 `건설`에서 `유지 관리·성능 강화`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민간과 함께 내년부터 4년간 노후 기반시설에 대한 안전 확보를 위해 매년 8조원씩 32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대도 크지만 재정 조달 방안 등 구체적 실행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매일경제는 지난 19일 전문가들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로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김선걸 매일경제신문 부동산부장 사회로 이뤄진 이날 간담회에는 제해성 아주대 명예교수(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이상호 건설산업연구원 원장, 정병윤 대한건설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나쁜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할 만큼 인프라 사고가 유독 많아졌다. 배경이 뭘까.

 

▷이상호 원장=사회기반시설(SOC) 정책은 시설물이 완공될 때를 전후하는 시기에만 투자가 집중했다. 기존 시설물을 유지하고, 관리·보수하는 데 오랫동안 소홀하지 않았나 반성한다.

 

▷정병윤 부회장=1970~1980년대 압축 성장기에 건설된 SOC가 30~40년을 넘기며 유지·관리할 시기가 온 것이다. 18일 정부에서 `지속 가능한 기반시설 안전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통상 `30년`으로 규정된 정부의 노후화 기준은 문제가 없나.

 

▷제해성 명예교수=미국은 SOC 유지·관리에 상당한 비용을 들였는데도 지은 지 50년, 100년 되니까 인프라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졌다. 인프라 노후화에 `일반적` 기준은 없다.

 

▷정 부회장=같은 40~50년이 지났어도 선진국보다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선진국 SOC 관리를 벤치마킹하는 수준을 넘어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

 

―인천시 `붉은 수돗물` 사태만 봐도 수도요금을 매년 2300억원씩 내는데도 지방자치단체가 쌓은 돈이 없다고 한다.

 

▷제 명예교수=정치적 이유가 크다. 당장 표에 도움 되는 게 눈에 보이니 지자체가 그거 맞추는 데만 급급하다. 인프라 조성·관리 예산은 우선순위에서 점점 밀린다.

 

▷이 원장=SOC를 지을 때는 중앙정부가 관여하는데, 관리는 지자체가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가 SOC에 접근할 때 `양`으로만 접근하고 `질`은 신경 쓰지 않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상수도 보급률은 전국이 99%로 높아 보이지만 누수율도 10%다. 제주도는 40%다. 이젠 보급률만 가지고 SOC가 잘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정부가 4년간 매년 8조원씩 총 32조원 투자계획을 밝혔다. 현실성 있겠나.

 

▷정 부회장=관리 대상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돈을 투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식이 30년 이상 된 것은 무조건 교체하고, 나머지 시설물은 안전등급을 매겨 관리하는 식이다.

 

▷제 명예교수=바로 돈을 쓰기보다는 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시스템을 갖췄으면 좋겠다. 지자체든, 민간이든 누가 관리해도 비슷한 체계로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미국은 연방정부에서 대략적인 지침을 만들고, 주정부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한다.

 

―지난해 `지속 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이 제정됐지만 실효가 나타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 부회장=`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기존에 설계된 시설물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보수 수준에 초점을 맞췄다. 이제 계획적으로 성능 개선도 신경 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실제 시행 계획은 내년에 발표되는데, 비용을 세밀하게 추정하고 기관들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해야 한다.

 

▷이 원장=일단 법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예산과 엮이는 작업을 치밀하게 해야 한다. 외국 사례를 봐도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할 때 SOC 유지·관리에 관심이 생겼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 시기가 온 것이다.

 

―선진국 노후 인프라 관리에서 배울 점은 없을까.

 

▷이 원장=배울 점이라기보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미국이 인프라 관리에 투자를 게을리해서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제 명예교수=미국은 20년 전 전력 공급을 민영화한 후 예산이 투입되지 않자 정전이 자주 일어났다. 캘리포니아주는 대학교에 군인이 주둔해 전기를 못 쓰게 하고 난리를 쳤다.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으면 모든 생활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정 부회장=일본도 SOC 유지·관리에 관심을 가진 게 얼마 안 됐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2012년 야마나시현 `사사고` 터널 붕괴가 계기였다. 2013년 국토강인화법이 제정되고, 2014년 1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후부터 SOC 유지·관리에 본격 나섰다. 세계적으로 SOC 유지·관리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돼 가고 있다.

 

―역시 돈이 문제다. 재정만으로 힘들지 않을까.

 

▷정 부회장=민간 영역 돈도 끌어와야 한다. BTL(민간이 공공시설을 짓고 정부가 임차해서 쓰는 민간투자사업 방식), BTO(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일정 기간 직접 운영하는 방식) 등 민자사업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인프라에도 민간이 보수·유지 후 일정 기간 운영하는 RTO(Rehabilitate Transfer Operate)나 민간사업자에게 빌려주는 RTL(Rehabilitate Transfer Lease)도 활용해야 한다. 공공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릴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돈으로 노후 인프라 관리에 쓰고, 안전 관련 사업을 빨리 실행해야 한다.

 

▷이 원장=미국이 인프라 관리에 실패한 이유가 공공 재정으로만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재원 조달 방안을 국고 5조원, 민간·공공 3조원으로 짰다. 민간 영역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고심하고 힘을 활용해야 한다.

 

[손동우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녹물 줄줄 나오는데 집값잡기 목맨 정부…재건축 무작정 막아

48년된 아파트 녹슨 배관·균열…"무너지면 市가 책임지나"

서울 노후 상수도관, 올해 138㎞ 전부교체

환경부, 전국 지자체에 '붉은 수돗물' 대응체계 점검 요청

서울시 노후상수도관 138㎞ 연내 교체…추경 727억 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