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2
뉴욕 등 부동산 매각 압력도
미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자금이 말라가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뉴욕 맨해튼 부동산 등에 `큰손`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인해 대미 투자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최종 타결되더라도 이러한 중국의 위축된 대미 투자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세계 1·2위 경제대국 간 상호의존성 약화는 글로벌라이제이션 흐름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리서치회사인 로디엄그룹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가 2016년 465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년 만인 2018년에는 54억달러로 88% 급감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미·중 간 커지는 불신이 그동안 견실했던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현금흐름을 둔화시켰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냉전(economic Cold War)`이 기존 흐름을 뒤집는 데 일조했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투자에 대해 미국의 엄격한 심사가 적용되고 있다. 또 중국이 미국이 투하한 `관세폭탄`에 맞대응하기 위해 자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제한시킨 측면도 있다. 아울러 중국 경기 둔화 속에 해외 자본 유출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 것도 미국에 대한 중국 투자가 급감한 주요 원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특히 기존 중국의 투자처에서 발을 빼라는 미국의 압박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NYT 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 중국 HNA그룹은 뉴욕 맨해튼 소재 빌딩을 미국 측 요구로 4100만달러의 손해를 보고 매각해야 했다. 건물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럼프 타워`와 가까워 국가 안보가 우려된다는 미국 규제당국의 매각 강요 때문이었다. 또 지난 3월 남성 성소수자들 간 만남을 주선하는 애플리케이션(앱) `그라인더(Grindr)`를 소유한 중국 기업은 앱을 매각하라는 미국 정부 지시를 받았다. 중국 정부가 그라인더의 정보를 이용해 이 앱을 사용하는 미국 관료 등을 협박하고 각종 기밀을 빼내갈 가능성을 우려해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러한 미국의 중국 자본에 대한 통제 강화 분위기에 중국의 미국 부동산 처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업체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인 투자자들이 37건, 23억달러 규모 미국 부동산을 사들였지만 31억달러를 처분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지난 17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인의 미국 주택 구매 규모는 134억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56% 급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 책임자를 역임한 에스와르 프라사드는 "직접투자가 급격히 줄었다는 것은 미·중 경제 관계가 어떻게 악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을, 중국은 미국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중국의 대미 투자 급감 등 미·중 간 불신은 글로벌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세계경제 통합`이라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역행하는 흐름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미·중 경제가 `분리(decouple)`되기 시작했다"며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중국의 미국에 대한 `미온적인(tepid)` 투자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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