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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소형 사모펀드 조사.강남 큰손 몰리는 `사모님 사모펀드` 위·탈법 들여다본다

Bonjour Kwon 2019. 10. 20. 10:04

강남 큰손 몰리는 `사모님 사모펀드` 위·탈법 들여다본다

최초입력 2019.10.18

 

금감원 소형 사모펀드 조사

 

미공개정보 가진 고위직이나

소수 자산가만 돈넣은 펀드

깜깜이 운용에 `사각지대`

 

허수아비 운용사 앞세우고

경영개입등 불법행위 가능성

 

 

금융감독원이 속칭 `강남 사모님 펀드`로 불리는 소형 사모펀드 수백 곳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다.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우후죽순 생겨나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던 소형 사모펀드들이 불공정거래를 했을 가능성을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일부 운용사가 자산가를 상대로 `묻지마 투자`를 유도하고, 고위험상품을 안내해 금융당국의 검사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모펀드에서 특정 소수 개인만이 투자하고 자산운용사를 통해 암암리에 운용하는 소형 사모펀드에 대한 검사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르면 연말 또는 연초께 대대적으로 전수검사할 계획이다.

 

다만 금감원은 검사 대상이 수백 곳에 달하는 점에 따라 인력 한계를 감안해 1차에서 서류조사를 하고, 일부 문제점이 발견된 곳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하는 등 보다 세밀한 검사에 나설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소형 깜깜이 펀드들에 대한 정치권의 검사 요청이 있었고, 그간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1만개에 달하는 사모펀드 중 검사대상 수백곳을 추려나가고있다"며 "조만간 보다 구체적인 검사 방안을 마련한 뒤 검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펀드 의혹을 사고 있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뿐만 아니라 국내 최고의 헤지펀드 운용사로 불렸던 라임자산운용이 환매중지 사태를 맞으면서 당국의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사모펀드는 거액 자산가들이 투자자로 결성된 수십억 단위의 소형 사모펀드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다양한 사모펀드 투자분야 중 투자기간이 길고 실물이 존재하는 부동산이나 대체자산보다는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높은 주식, 채권을 다루는 소형 사모펀드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에 결성된 사모펀드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1만개를 돌파했다. 2014년 8548개에서 20%가량 증가한 수치다. 또 펀드 개수보다 투자한 자산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4년 173조원이었던 투자자산은 지난해 말 330조원을 돌파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3분기 말 기준으로 사모펀드 투자자산은 4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1만개에 육박하는 사모펀드 중 특정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펀드를 `강남 사모님 펀드`라 부른다. 자산가 2~3명이 투자한 뒤 집사와 같은 운용사가 돈을 굴리는 방식이다. 형태상으로는 간접투자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직접투자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있다.

 

즉 고위공직자나 유명인사가 이를 활용할 경우 높은 수익률을 거두더라도 별도의 의심을 살 일이 없다. 독립적인 운용사가 결정한 사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경영참여 과정 등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불공정거래 의혹,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또 처벌을 받더라도 운용을 맡은 운용사가 직접적인 처벌 대상이지 투자자는 간접적인 참고인에 불과하다.

 

금융당국 수준에서 운용사의 투자독립성 부분에 집중할 경우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조 전 장관의 가족펀드 의혹을 산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의 경우 검찰은 투자나 경영에 조 전 장관 가족이 직접 참여했다고 보고 있고, 조 전 장관 측은 운용 상황을 어깨너머로 알게 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금융당국의 검사에서는 경영참여나 투자대상에 출자자가 어느정도까지 개입했는지 알기 어렵다. 검찰의 강제 압수수색을 통해서만 관련 증거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운용사가 자산가들과 결탁 혹은 투자자들을 유인해 `묻지마`식 투자에 나서는 행태에 대한 조사도 시급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에게 접근해 증권사 등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위험한 사모펀드 투자를 권유하는 운용사가 적지 않다"며 "사실상 `불완전판매`나 다름없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시장이 금융당국의 육성 정책과 저금리 기조가 맞물려 투자금이 몰리면서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투명성과 질적인 성숙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중에는 중개료를 주고 증권사 등의 VIP 고객을 소개받아 우회상장이나 전환사채 등에 대해 충분한 위험설명 없이 투자를 권하기도 한다"며 "`사모펀드계의 지하경제`라 볼 수 있는 일부 운용사에 대한 집중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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