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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공유경제 ②] 몰빵 투자로 키운 위워크…상장 직전 기업가치 5분의 1 토막. 실리콘밸리도 공유경제 거품론으로 몸살

Bonjour Kwon 2019. 10. 25. 07:24

 

 

 

2019.10.24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투자로

기업가치 52조원 달했지만

공유오피스 수익성 부진에

CEO리스크 겹쳐 42조원 증발

 

직원 4000명 감원설 나도는데

창업자 2조원 챙겨 먹튀 논란도

 

[사진 제공 = 블룸버그]

올해 1월 8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대표적 공유경제 기업 중 하나인 `위워크`에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라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이때 설정한 기업가치는 무려 470억달러(약 52조원). 당시 위워크의 실적은 매출 15억달러(약 2조원)에 적자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뿐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위험한 투자`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손 회장은 본인이 동원한 막강한 투자자금, 강력한 성장성과 뛰어난 창업자, 세 가지를 위워크의 가능성으로 꼽았다. 그런데 9개월이 지난 지금,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40조원이 증발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가 95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패키지를 위워크 측과 합의하면서 기업가치를 80억달러(약 10조원)로 낮췄기 때문이다.

 

 

 

손정의 회장

이 같은 이른바 `위워크` 사태는 그동안 혁신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던 공유경제 자체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특히 상장 과정에서 위워크가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는 경쟁우위를 갖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위워크는 공간 공유를 위한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으로 포장돼 왔으나, 막상 실상을 보니 일반 부동산 회사와 다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고경영자이자 창업자인 아담 노이만의 개인적 행동들은 위험을 더욱 키웠다. 그는 올해 7월 상장 직전에 주식을 판매하고 일부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약 82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하려고 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가 상장 이후 위워크 회사 경영보다 다른 사업을 시도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운전자 비하 발언 등 여러 스캔들 끝에 물러난 또 다른 공유경제 기업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과 함께 불명예 퇴진한 공유경제 창업자로 남게 된 것이다.

 

특히 노이만 창업자는 이번 소프트뱅크의 구제금융으로 2조원가량의 현금을 챙기게 되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노이만 창업자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억8500만달러(약 2200억원) 컨설팅료 △소프트뱅크에 최대 9억7000만달러(약 1조1300억원) 규모 위워크 주식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 △차환용 대출금 5억달러(약 6000억원) 등 약 16억5000만달러(1조9300억원)의 보상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위워크 구성원들은 감원의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위워크는 현재 약 4000명의 감원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퇴직금 줄 돈이 없어서 집행을 미루는 상태라는 WSJ의 보도도 나왔다.

 

공유경제 기업들의 문제는 이처럼 창업자의 방만뿐만 아니라 위워크, 우버, 리프트 등에 규모의 경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장을 통해 수억 명의 사용자 기반을 얻을 경우 언젠가 큰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갖춰져 있다면 해당 기업이 적자를 보더라도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그런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경우라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반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은 주가가 오르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매일경제신문이 올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대형 기술 기반 스타트업 11개사의 실적과 주가를 분석해 보니, 모든 기업이 두 자릿수 이상 2분기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수익성과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되지 않은 회사들은 상장 이후 여지없이 주가가 박살이 났다.

 

우버, 슬랙, 리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돈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한 회사들은 주가가 급등했다. 영업활동으로 안정적 플러스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줌(Zoom)`은 올해 4월 18일 상장한 이후 주가가 84% 상승했다. 식물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 기업 `비욘드미트`는 판매량만 늘어나면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는 상장 초기 가격 대비 340%나 올랐다. 이에 대해 공유경제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봐달라고 주문한다. 일시적 기업가치 조정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공유경제는 갈 길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도 상장 이후 초기 5년간은 매우 힘들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우버는 높은 리턴을 보여줄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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