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펀드.벤처기업.신기술금융

성장사다리펀드, 메자닌 투자비중 80%...모험자본 육성역행.보통주 투자 33% 급감...우선주·CB 투자는 32%증가.3조코벤펀드 주로 메자닌채권불안

Bonjour Kwon 2019. 10. 27. 17:06

2019.10.27.

 

보통주 투자 활성화 통한 모험자본 육성·창업생태계 활력 정책 무색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성장사다리펀드 등을 만들어 보통주 중심의 투자를 통해 창업·벤처기업을 지원키로 했지만 우선주, 전환사채 등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상품) 투자 비중이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자 운용사들이 대상 기업의 투자 손실을 우려해 여전히 쉽고 안전한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는 의미로 당초 정부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산업은행의 '성장사다리펀드 하위펀드의 각 연도별 투자 유형별 투자금액 및 비중'에 따르면, 지난해 성장사다리펀드 하위펀드의 보통주 투자금액은 2347억원, 투자비중은 17.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선주와 전환사채(CB) 투자금액은 총 1조574억원, 투자비중은 79.5%에 달했다. 보통주 투자금액의 경우 2017년 투자금액(8137억원)보다 5790억원, 투자비중(50.4%)은 32.8% 급감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선주와 전환사채 투자금액은 2950억원, 투자비중은 32.3% 증가했다.

 

지난해 1월 정부는 성장사다리펀드를 비롯한 혁신모험펀드조성 및 운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보통주 중심의 투자비중 확대를 적극 유도하고 보통주 투자비중을 높게 제안한 운용사에 대해선 출자사업 운용사 선정시 가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보통주 투자 활성화를 통해 모험자본을 육성하고, 창업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및 성장을 도모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에도 성장사다리펀드에서 벤처캐피털(VC)은 오히려 보통주 투자를 급격히 줄이고 우선주·전환사채 투자를 늘리며 리스크 최소화, 이익 최대화라는 모순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보통주 투자의 경우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 실패시 주식 가치가 떨어져 투자자는 손실을 볼 위험성이 크다. 반면 우선주·전환사채 는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이 실패해도 보통주보다 먼저 변제받을 권리가 있고, 전환사채의 경우 부가적인 이자이익까지 얻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창업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원리금 상환에서 자유로운 보통주를 선호하고 정부도 정책 취지에 맞게 보통주 투자를 독려했지만, 현실은 채권 성격이 강해 기업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있는 우선주와 전환사채 투자 증대로 가고 있다"면서 "미국 등 벤처캐피털이 발달한 국가는 정부가 유도하지 않아도 보통주 투자가 활발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벤처캐피털 선진화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우선주·전환사채 투자를 선호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정부가 출자한 자본의 경우 우선주·전환사채 등 손쉬운 이자수익을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보통주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합당하다"며 "보통주 비중을 높이라는 본래 정부 정책에 따라 실제 자금이 집행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세심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ㅡㅡㅡㅡㅡ

 

`라임`에 놀란 사모 코벤펀드 투자자…돈 못빼고 발만 동동

 

2019.10.27.

 

3조 이상 자금 몰린 코벤펀드

주로 메자닌채권·코스닥 투자

라임 환매중단 맞물려 불안 `쑥`

 

공모형 환매 속출하는데 반해

사모형은 중도환매 막혀 분통

운용사들, 고객 달래기 올인

 

원본보기

라임 사태 여파로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투자자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여타 펀드 가입자들은 자유롭게 환매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반면, 사모 코스닥벤처펀드는 대부분이 폐쇄형이어서 중도에 돈을 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출시돼 지금까지 3조원 이상 팔린 코스닥벤처펀드는 문재인정부 들어 조성된 1호 관제펀드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겨냥해 정부 주도로 기획된 이 펀드는 출시 초반 급격하게 세를 불렸다. 출시 한 달 만에 사모와 공모를 합해 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모였다. 메자닌 채권 등 벤처기업 신주와 코스닥 구주를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 담으면, 코스닥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과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한 점이 인기몰이 요인이다.

 

출시 당시 최고 인기상품으로 꼽혔던 코스닥벤처펀드가 최근 빗발치는 환매 문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특히 환매가 자유로운 개방형으로 조성된 공모 코스닥벤처펀드에는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6월 7820억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감소해 이달 중순 4000억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코스닥벤처펀드 전체 규모의 84%에 해당하는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투자자들은 환매조차 할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대부분이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사모 코스닥벤처펀드의 70%가 폐쇄형으로 설정됐다"고 말했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대부분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채권으로 벤처 신주 15% 할당분을 채웠다. 유동성이 부족한 메자닌 채권을 편입한 펀드를 개방형으로 설정하면 고객 환매 요청이 들어올 때 자산을 제때 매각하지 못해 환매에 응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이에 비해 공모펀드는 메자닌 채권 조달 문제 등 이유로 벤처 신주 15% 편입 요건을 대부분 주식이나 전환우선주(CPS) 등 유동자산으로 채워 개방형으로 설정됐다.

 

은행과 증권사의 판매 창구에는 이달 중순 이후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가입자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으로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다. 특히 일부 사모펀드 운용사가 지난해 고평가된 메자닌 채권을 코스닥벤처펀드 조성을 위해 무분별하게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입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를 수억 원어치 판매한 일선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대부분 편입한 메자닌 채권 가운데 부실한 상품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고 전했다.

 

투자자로서는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코스닥벤처펀드의 주요 편입 자산인 메자닌 채권에서 언제 부실이 터질지 모르지만 중도 환매가 불가능해 딱히 대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에 가입한 한 투자자는 "얼마 되지 않는 소득공제를 노리고 전세금을 실었다가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가 담은 양대 축은 코스닥 주식과 메자닌 채권이다. 코스닥 지수는 펀드가 설정되던 지난해 4월 800대에 머물다가 현재 600선까지 떨어졌다. 자산의 15% 이상 편입한 메자닌 채권은 부실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가 공모주 우선 편입과 세제 혜택 요건을 채우기 위해 사모 운용사들이 메자닌 사냥에 나서면서 제로금리 메자닌이 속출하는 등 고평가 논란이 나온 바 있다. 겹악재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코스닥벤처펀드를 설정한 사모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고객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를 수백억 원어치 조성한 한 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사들과 펀드매니저들이 수시로 만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있다"며 "제2의 라임 사태가 행여나 발생할까 온 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PB는 "분기별로 한 번씩 배포하던 운용보고서를 투자자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최근 수시로 업데이트해 보내오는 사모 운용사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사모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은 공모보다 선전하고 있다. 공모 코스닥벤처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1%지만 사모펀드는 3.6% 수준이다.

 

[홍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