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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가 1인가구…그들을 연구해야 미래 읽죠"혼자서도 행복하게 살려면 타인과 거리 둔 `느슨함`에 외로움 덜 `끈끈함` 필요해

Bonjour Kwon 2019. 12. 21. 10:14

2019.12.20

 

`혼자잘살기연구소` 문 연 이중식 서울대 교수

 

이달 신림동 원룸촌에 연구소

1인가구 삶의 질·고독·안전

문제 해결할 플랫폼 만들것

 

"미래의 대단지 커뮤니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지난 1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혼자잘살기연구소'를 방문하자 이중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51)가 이렇게 말하며 반갑게 맞았다. 혼자잘살기연구소는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1인 가구가 겪는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고자 지난 2일 문을 열었다. 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29.8%)은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 비중(29.6%)을 앞질렀다. 2028년에는 전국 17개 시도 전체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아질 전망이다.

 

혼밥, 혼영, 혼술 등 많은 일을 혼자서 하는 '싱글라이프'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혼자 잘사는 문제는 최근 기업의 제품 홍보와 마케팅 영역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10대 그룹 한 임원은 "1인 가구나 인구구조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측하지 못하면 대기업도 한순간에 휘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인근 원룸촌에 위치한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 1층에 혼자잘살기연구소를 열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서울대 원룸촌은 단순히 학생과 고시생이 모인 공간이 아니라 향후 우리나라 가구 중 대다수를 차지할 1인 가구가 모인 '미래형 타운'이다. 이곳에서 여성 1인 가구가 겪는 크고 작은 문제를 피부로 느끼며 함께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이 교수는 혼자 잘사는 방법으로 '느슨하면서도 끈끈한 커뮤니티' 형성을 꼽았다. 1인 가구는 타인에게 간섭받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동시에 외로움을 덜어내고 공동체 내에서 안전함을 느끼길 원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혼자잘살기연구소에서 타인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정 선'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실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연구소가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에게 언제든 1인 가구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풀어내는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 공간은 낮 시간엔 외부 사람도 언제든 방문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됐다. 이 교수는 "연구소가 일반인에게 주는 장벽이 높은데 이를 낮추고 지역민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용하도록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매주 1인 거주자들과 정례적으로 만나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직접 듣고 토론하는 장도 만들 계획이다. 특히 여성 1인 가구가 겪는 안전 문제를 어떻게 기술로 해결할지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조수빈 연구원(26)은 "혼자 사는 여성은 택배를 받을 때나 늦은 시간 귀가할 때 항시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강력 범죄가 사라지듯이 1인 가구 안전 문제도 기술과 연계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겪는 외로움과 고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상담소도 운영할 계획이다.

 

 

심리상담협동조합 등과 협업해 1인 가구가 일상에서 느끼는 심리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고자 한다.

 

이 교수는 내년엔 1인 가구 문제 해결을 주제로 한 학부 강의도 준비하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과 수업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에 신청해 연구 비용을 조달할 계획이다. 혼자잘살기연구소에는 이 교수 외에도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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