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전기로 물 속 오염물 ‘소각하는 효과’...폐수처리 기술의 진화
중앙일보 2019.04.21 1
물과 전기를 이용해 기존 물 속 오염물 처리 효율을 배 이상 올릴 수 있는 수처리 기술이 개발됐다. 사진은 대전하수처리장 내부 모습. [중앙포토]
한강 하구 지역인 행주대교 인근. 최근 이 지역에서는 등이 굽은 기형 물고기가 잡히고 신종 유해 생물인 끈벌레가 기승을 부리는 등 생태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 어민들은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 등 서울시가 운영하는 하수처리장에서 내보내는 ‘방류수’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어, 제대로 된 수처리와 수질 개선 요구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
분해 어려운 오염물 정화 신기술
촉매 바꾸고 소량 전기 흘려보내
기존 2배 효율, 반영구적 유지 가능
실제로 지난해 11월 인하대 산학협력단이 경기도 고양시의 의뢰를 받아 해당 지역에 대해 수질 검사를 한 결과, 방류수 배출지역 인근에서 화장품·위생용품의 성분인 ‘머스크 케톤’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어획량 감소와 생태계 변화에 머스크 케톤이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끼쳤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 한강하구에서 잡힌 등 굽은 물고기. 어민들은 이 같은 생태계 변화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하수처리장의 방류수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사진 행주어촌계]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대교 인근 한강하구에서 잡힌 등 굽은 물고기. 어민들은 이 같은 생태계 변화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하수처리장의 방류수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사진 행주어촌계]
페놀·염료·항생제 등 분해가 어려운 오염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21일 김종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박사 연구진이 보다 효율적으로 물속 오염물을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새로 개발한 촉매와 전기를 함께 사용하면, 현재 상용화된 수처리 방식보다 오염물 분해 효율을 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를 진행한 김종식 박사는 “기존 수처리 방식에는 오염물 분해제인 ‘OH 라디칼’이 주로 사용됐다”며 “물속에서 OH 라디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철 이온과 과산화수소를 지속해서 공급해줘야 했다”고 기존 방식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특히 기존 촉매로 사용된 철이온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계속해서 새로 공급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수처리 방식은 기존의 OH라디칼 분해제에 비해 오염물 분해효율이 높은 SO4분해제다. 이를 물속에서 생성하기 위해 산화철 기반 촉매제를 새로이 적용하고 0.04와트 수준의 매우 약한 전력을 지속적으로 흘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사진은 대전하수처리장. [중앙포토]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수처리 방식은 기존의 OH라디칼 분해제에 비해 오염물 분해효율이 높은 SO4분해제다. 이를 물속에서 생성하기 위해 산화철 기반 촉매제를 새로이 적용하고 0.04와트 수준의 매우 약한 전력을 지속적으로 흘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사진은 대전하수처리장. [중앙포토]
이에 연구진은 기존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철이온 대신 산화철(Fe2O3·Fe3O4) 기반 촉매를 새롭게 개발하고, 과산화수소가 계속해서 생성될 수 있도록 물에 0.04와트의 매우 약한 전류를 지속해서 흘려주는 방법을 시도했다. 김 박사는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기존에 쓰던 OH 라디칼보다 효율이 높은 황산이온(SO4) 기반 라디칼이 생성된다”며 “특히 새로 개발한 산화철 기반 촉매는 SO4 라디칼을 표면에 단단히 묶어둘 뿐만 아니라 물에 잘 녹지 않아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SO4 라디칼은 어떤 성분의 오염물이든 마치 ‘소각’하는 것처럼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 바꾸기 때문에 OH 라디칼보다 효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해당 수처리 촉매 및 공정을 공업용·상업용 폐수 처리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응용 촉매 B : 환경’(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al)에 게재됐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