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IPO등>/ ■ M&A

산업은행, 현대重에 두산인프라 주려고 짜맞춘 M&A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두산인프라코어인수 우협상대상자로 선정.현대重, 두산인프라코어 품고 ‘글로벌 10위’ 눈앞

Bonjour Kwon 2020. 12. 10. 21:27
조선비즈
산업은행, 현대重에 두산인프라 주려고 짜맞춘 M&A 진행했나?… 3가지 의문점

입력2020.12.10.
정민하 기자

일각의 우려대로 현대중공업지주(267250)-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주도한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크게 3가지 사안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첫째, 산업은행은 두산그룹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위치이면서 매각가격을 최대한 높여 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이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모회사 산업은행의 딜에 참여해 현대중공업에 돈을 대주는 것은 현대중공업그룹에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이 있다. 산은이 독점 이슈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제공

자본시장 관계자나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현대중공업에 두산인프라코어를 안겨주기 위한 '짜맞춘 M&A'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허용될지 몰라도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면서 "산업은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아주 신중히 결정했어야 하는 사안인데, 얼떨결에 스멀스멀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KDB인베스트먼트의 참여로 두산인프라의 몸값이 낮아진 효과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GS건설(006360)등이 인수전에 참여했는데, KDB인베스트먼트의 등장으로 "괜히 나서봐야 들러리만 될 것"이라고 판단해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즉,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매각전이 과열되면 더 많은 자금을 수혈할 수 있었는데 KDB인베스트먼트 때문에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두산이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면서 "결과적으로 현대중공업(009540)과 KDB인베스트먼트는 좋은 가격에 두산인프라를 가져갈 수 있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 구조조정 역사의 '흑역사'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준 이후 둘의 밀월 관계가 깊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산은이 독점 논란을 너무 고려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경쟁력을 위해 대형사를 유도하는 것은 좋지만, 독점은 여러 과거 사례에서 보듯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합병 이후 자동차 가격이 오른 것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해운 운임이 급등한 것에 대해서도 국적선사가 HMM(현대상선(011200)) 한곳만 남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한 기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건설기계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국내 점유율이 50%를 웃돌게 되고, 당연히 독점에 따른 가격 인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건설 원가가 높아져 부동산 시장 등에 미치는 악영향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만 기자 hoonpa@chosunbiz.com]

[정민하 기자 min@chosunbiz.com]
ㅡㅡㅡ


현대重, 두산인프라코어 품고 ‘글로벌 10위’ 눈앞
입력2020.12.11. 오전 3:04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최종 성사땐 엔진사업 보완… 글로벌 시장 공략 시너지 효과
두산그룹, 사업구조조정 일단락… 자구안 연내 초과 달성할 듯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그룹이 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계 국내 1위인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계획대로 성사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와 기존의 현대건설기계를 양대 축으로 한 글로벌 10위권 건설기계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로 긴급 자금을 수혈받으면서 약속한 두산그룹의 사업 구조조정도 이번을 끝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중공업, 세계 10위권 건설기계 기업

두산중공업은 10일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이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를 파는 본입찰을 진행했을 때 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유진그룹이 참여했다.

원본보기
건설기계 업계에서는 현대건설기계가 국내외 시장 점유율에서 덩치가 더 큰 두산인프라코어와 한 몸이 되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기계 사업, 엔진 사업을 갖고 있다. 엔진 사업이 없는 현대건설기계로서는 굴착기 엔진 등에서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장점을 살려 해외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인력과 연구개발(R&D) 역량, 특허 및 글로벌 네트워킹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던 두산밥캣과 분리, 매각되는 점을 감안하면 두 회사의 매출을 합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0위권 정도로 예상된다.

○ 두산, 사업 구조조정 일단락

두산그룹은 이번 매각이 종료되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약속했던 자구안을 계획대로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4월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3조6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올해 안에 자산 매각 등을 통해 3조 원 이상을 확보하고 1조 원 이상의 차입금을 상환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놓은 바 있다.

두산그룹은 8월에 강원 홍천군 클럽모우CC 골프장을 매각한 대금으로 차입금 반환을 시작해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등 매각도 진행했다. 최근엔 두산중공업이 1조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청약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가장 큰 숙제였던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까지 연내에 마무리 지으면 채권단에 약속한 이행안을 초과 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대금은 8000억 원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밥캣은 투자회사 형태로 남아서 두산중공업의 자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6월 그룹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정부의 관심과 채권단의 지원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기반은 마련했지만 금전적 부채를 넘어 사회적 부채를 지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기업을 조기에 정상화함으로써 사회적 부채도 빨리 갚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김도형 dodo@donga.com·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