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프로젝트

신도시 기대감에 투자 몰린 김포 고촌

Bonjour Kwon 2021. 3. 28. 05:32
조선비즈
[르포] "작년말에 외지인이 왜 몰려왔나 했네요"… 신도시 기대감에 투자 몰린 김포 고촌

2021.03.27

"작년 말에 갑자기 땅 사겠다는 외지인이 급증했어요. 여긴 3기 신도시도 떨어진 그린벨트라서 농사 짓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는데도요. 2차 신규택지로 지정될 수도 있다는 뉴스를 보고서야 ‘그래서 샀구나’ 하고 무릎을 탁 쳤죠."

24일 김포 고촌읍 신곡리 한 도로에 걸린 현수막. /최상현 기자
24일 김포 고촌읍 신곡리 한 도로에 걸린 현수막. /최상현 기자
지난 24일 찾은 경기 김포시 고촌읍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귀농이나 주말농장 용도로 농지를 산다기엔 너무 젊어보여 의아했던 매수자가 많았던 기억이 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포 고촌은 정부가 오는 4월 발표할 예정인 ‘2차 신규택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지역이다. 강서구와 맞닿은 입지에 이미 교통망도 완비된 ‘준비된 신도시 부지’로, 지난 2018년 3기 신도시를 지정할 때도 물망에 올랐던 곳이다.

고촌읍을 관통하는 김포한강로는 올림픽대로로 바로 이어져 강남권 출퇴근이 가능하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도 지척에 있어 인천·경기 어디로도 오고갈 수 있는 입지다.

대중교통으로는 김포골드라인 고촌역이 지난 2019년부터 운영 중인데, 한 정거장만 가면 지하철 5·9호선과 공항철도로 환승할 수 있는 김포공항역이다. 여기에 한강선(5호선 연장) 신설도 추진되고 있다.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김포 고촌과 고양 화전은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면서 "교통대책이 따로 필요없어 즉시 공급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24일 김포 고촌읍 풍무리의 농지에서 ‘힐스테이트리버시티’ 아파트가 보인다. /최상현 기자
24일 김포 고촌읍 풍무리의 농지에서 ‘힐스테이트리버시티’ 아파트가 보인다. /최상현 기자
고촌읍은 대다수 면적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좋은 입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지역이었다. 고촌역 인근인 신곡리에만 아파트 단지가 일부 형성돼있을 뿐, 풍곡리와 태리 일대는 태반이 논밭으로 이뤄져있다.

갑자기 거래가 폭증하고 땅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매달 평균 28건에 불과했던 고촌읍 토지 거래량은 12월 들어 162건으로 치솟았다.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몇달 전까지만 해도 답(畓) 한 평 시세가 평(3.3㎡)당 80만원 정도였는데, 최근엔 평당 100만원 넘게도 거래됐다"면서 "지금은 신규택지 기대감에 다들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 매수 문의는 있어도 매물이 없어 거래가 끊겼다"고 설명했다.

고촌읍 일대 농지에는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며 호미를 든 농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주민 장모(72)씨는 "신도시로 지정되면 땅값이야 좀 오르겠지만 다 늙어서 새 아파트에 들어간다고 마냥 기뻐할 수 있겠냐"면서 "요즘 주변에 주인이 바뀐 땅이 많은데 그런 약삭 빠른 사람들이나 덕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김포 고촌읍 태리의 한 농지. 지난해 10월 거래된 ‘전(田)’으로 경작 의무가 있지만 농사가 지어지지 않고 있다. /최상현 기자
24일 김포 고촌읍 태리의 한 농지. 지난해 10월 거래된 ‘전(田)’으로 경작 의무가 있지만 농사가 지어지지 않고 있다. /최상현 기자
상당 기간 방치된 것처럼 보이는 농지도 다수 발견됐다. 김포대로와 인접한 고촌읍 태리의 한 농지에는 농작물 대신 포크레인 자국만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30대 2명이 이 땅을 샀다. 매매가격은 3.3㎡당 100만원가량인 3억6000만원으로 절반 이상을 은행대출로 충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분 쪼개기’의 흔적도 나타났다. 고촌읍 풍무리의 한 맹지는 지난해 12월말 각자 주소지가 다른 3명에게 팔렸다. 3600㎡ 남짓한 필지를 한 사람당 1000㎡ 내외로 나눠 취득했고, 8억원 상당의 매입자금도 각자 빚을 내서 마련한 것으로 보였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그린벨트로 묶인 맹지를 1000㎡씩 매입했다는 것은 사전 정보를 알고 또는 개발을 기대하고 ‘지분 쪼개기’를 했다는 의미"이라면서 "신도시로 지정되면 협의양도인택지나 아파트 분양권으로 바꿀 수 있는 금싸라기 땅이 된다"고 말했다.

김포는 최근 집값 상승률이 가장 가팔랐던 지역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김포 아파트 매매가격은 19.77% 올랐는데, 이는 수도권 1위에 해당한다. 4억원 정도에 분양됐던 고촌읍 ‘힐스테이트리버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 11월 7억262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10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이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사전 정보를 이용해 광명시흥신도시 예정지에 땅 투기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국민적 공분이 심화되고 있다. 김포 고촌 뿐만 아니라 신규택지로 거론되는 고양 화전·하남 감북 등에서도 ‘사전 땅 투기’ 정황이 다수 포착되는 상황. 국토부는 오는 4월 추가 신규택지 발표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