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21/06/17
CO2 발생 없는 청정 에너지
美·中·러등 70개 사업 진행중
워런버핏·빌게이츠도 합작
韓도 뒤늦게 개량형모델 추진
주요장비 용기 하나에 담아
연결배관 없애 안전성 높여
모듈화된 부품 조립하면 끝
기존 원전보다 건설비 저렴
◆ SMR로 원전 재도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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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원전'을 부르짖던 현 정부마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서만큼은 전향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SMR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폐쇄 석탄공장용지에 소형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나서는 등 SMR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면서 침체됐던 원자력발전산업에도 훈풍이 불 전망이다. 특히 SMR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2050 탄소중립'의 해결사로 거론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원자력은 탄소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이산화탄소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SMR는 기존 대형 원전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한 원자로로 불린다.
SMR는 300메가와트(㎿)이하의 출력을 내는 소형 원전으로, 한국이 개발을 추진하는 혁신형 SMR(iSMR)는 170㎿ 규모다. 가장 최근 건설된 대형 원전인 신고리 4호기 전기 출력이 1400㎿인 것과 비교하면 약 8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SMR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의 주요 기기가 하나의 원자력 압력용기에 담겨 있는 '일체형'이다. 기존 대형 원전의 경우 이들이 모두 따로 배관으로 연결돼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연결부위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수 있다. 하지만 SMR는 구성 요소들이 하나의 압력용기에 들어가 있어 사고가 발생해도 방사능 유출 위험이 현저히 줄어든다. 기존 원전의 가장 큰 걸림돌인 '안전성 문제'가 해소된 원전인 셈이다. 실제 SMR의 안전성 기준은 10억년에 1회 노심 손상이다.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10억년 중에 한 번이라는 뜻이다. 기존 대형 원전의 노심 손상 확률 기준은 10만년에 1회인데, 이보다 1만배 높인 것이다.
현재 러시아, 미국,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민간 주도 혹은 민관 협동으로 70여 개의 노형(원자로 형태)이 2020년대 후반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렇게 많은 기업과 국가들이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SMR의 경제성이다. SMR는 소형 '모듈' 원자로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립방식으로 생산된다. 모듈화된 SMR를 생산하고 이를 원전 현장으로 운송해 설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설계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SMR 생산 공정화 효율성을 높일수록 경제성은 더 좋아진다.
현재 SMR를 개발 중인 업체들은 100㎿짜리 모듈 하나당 목표 비용을 약 4000억원으로 정해놓고 있다. 한국을 기준으로 1400㎿ 대형 원전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약 5조원, 프랑스 원전은 약 10조원에 달한다. 100㎿ 모듈 14개가 있어야 대형 원전의 전기 출력을 낼 수 있기 때문에 100㎿ 모듈을 14개(5조6000억원) 지을 경우 대형 원전을 짓는것과 비용 측면에서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SMR의 가장 큰 강점으로 부각되는 이유는 초기 투자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은 "SMR는 대형 원전처럼 한 번에 큰 비용을 내서 크게 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특히 민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완공까지 최소 4~5년이 걸리는 대형 원전에 비해 완공에 걸리는 시간이 약 2년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이자 비용 등 금융비용도 상당히 절감된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SMR는 건설기간 단축으로 건축시간은 줄이고 발전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도 당겨지기 때문에 대출 상환 시점 역시 빨라진다"고 말했다.
한국이 개발을 추진 중인 iSMR는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면 연구를 시작해 2028년까지 기술 개발을 마치고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서 수년 전부터 개발이 시작된 만큼 늦은 감이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은 SMART(스마트)라는 이름의 100㎿급 소형 원자로를 개발해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기 때문에 관련 시장에서 크게 뒤처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임채영 소장은 "기존 SMART 원자로와 iSMR는 출력과 모델이 다르지만 SAMRT 개발 당시 개발했던 기술의 약 60%는 iSMR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게이츠가 설립한 원전 스타트업 테라파워가 버핏 회장 소유의 전력회사 퍼시피코프와 함께 건설할 계획인 SMR는 '소듐냉각고속로(SFR)' 방식이다. SFR 방식은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을 한 후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기존 원전들처럼 물로 식히는 게 아닌 액체소듐으로 식힌다. 국내에서도 1997년부터 SFR를 연구해 지난해 개발은 사실상 완료된 상태다. 다만 한국의 SFR는 전기 생산용이 아니라 사용 후 핵연료를 태우는 용도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전력 생산용으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초고온가스로(VHTR) 역시 SMR 개발 붐이 일어나면서 주목받는 4세대 원자로로 꼽힌다. 중국은 2018년 VHTR 실증로를 구축하는 등 관련 연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일부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있는 상태다.
차세대 원전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원자로는 용융염원자로(MSR)이지만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국내에서는 원자력연이 삼성중공업과 선박용 MSR를 공동 개발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이새봄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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