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입력 2021.07.04 07:00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ESG가 국내외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ESG 중에서 지배구조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두산 (98,500원 ▲ 4,400 4.68%)그룹이 두산중공업발(發) 유동성 위기로 3조원 규모의 자구안 마련에 나선 지 1년여만에 구조조정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두산인프라코어 (14,450원 ▲ 0 0.00%) 매각을 완료하면 지배구조가 ㈜두산→두산중공업 (24,800원 ▼ 50 -0.20%)→두산퓨얼셀 (49,700원 ▼ 500 -1.00%), 두산밥캣 (49,400원 ▲ 1,800 3.78%)으로 바뀌게 된다. 두산그룹은 자구안을 이행하기 위해 알짜 계열사와 사업 부문을 매각했고, 오너 일가도 지분을 무상증여하는 등 정상화에 힘썼다. 두산그룹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중공업·두산퓨얼셀과 ‘캐시카우’ 두산밥캣이 그룹의 사업 주축이 될 전망이다.
◇ ‘형제 경영·장자 우선’ 원칙… 두산重 정상화가 차기 총수 시험대 될 듯
두산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지주회사 격인 ㈜두산이 있다. ㈜두산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유일하게 대주주로 남아있는 회사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그룹은 ㈜두산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오리콤 (11,200원 ▲ 400 3.70%) 등 6개의 상장회사와 16개의 비상장 회사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두산은 두산중공업, 두산베어스, 두산경영연구원, 두산로보틱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디비씨, 오리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오너 일가는 자구안을 이행하기 위해 지분 매각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보유하고 있던 두산솔루스 지분 36%를 사모펀드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고, 올해 ㈜두산 배당에서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대주주는 제외했다.
두산그룹은 ‘형제 경영’을 창업 3세대까지 이어왔다. 고(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박용성 두산그룹 전(前) 회장→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형제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고 박용오 전 회장이 2005년 동생 박용성 전 회장의 취임에 반발해 검찰에 그룹의 분식회계 등을 고발하면서 오너 일가의 치부가 드러나기도 했다.
현재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을 비롯해 ‘원(原)’자 돌림의 4세들이 계열사를 경영하는 ‘사촌 경영’이 자리 잡았다. 박용만 회장이 후임으로 자신의 자제가 아닌 조카이자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회장을 추천하면서다. 두산 4세 중 그룹 경영에 참여 중인 인물은 10명이다. 이들 지분율의 많고 적음은 ‘장자 우선’의 원칙에 따라 앞선 3세들 출생 순서에 맞춰졌다. 경영권 분쟁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이후 박정원 회장이 물러나면, ‘형제 경영’과 ‘장자 우선’의 승계 원칙에 따라 4세들이 차기 회장을 번갈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는 박정원 회장의 동생이자 두산중공업 회장이기도 한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이다. 재계에서는 두산중공업 정상화 작업이 박지원 부회장의 총수 자리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두산퓨얼셀 제공
◇ ‘두산중공업-두산퓨얼셀’ 지배구조 재편… 신재생에너지 키운다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지난 3월 ㈜두산이 보유 중인 두산퓨얼셀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 받았다. 탈석탄·탈원전 정책으로 주력 사업인 원자력 발전이 타격을 입자 미래 먹거리로 수소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퓨얼셀을 낙점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두산 대주주로부터 두산퓨얼셀 지분 15.6%를 무상으로 증여받았던 두산중공업은 이번 현물출자를 통해 두산퓨얼셀 지분을 30.3%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지배구조 재편 후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제조업체인 두산퓨얼셀은 새로운 핵심 계열사로 떠올랐다. 1년 전만 해도 두산퓨얼셀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와 함께 시장에서 매각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로 언급됐었다. 그러나 두산그룹이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를 미래 먹거리로 삼으면서 두산퓨얼셀을 두산중공업 품에 안긴 셈이다. 두산중공업도 국내 최초 액화수소플랜트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드는 그린수소 생산, 수소터빈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주 비중을 전체의 6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만 ▲김포열병합발전소(3600억원 규모) ▲폴란드 폐자원에너지화 플랜트(2200억원) ▲네팔 수력발전(4000억원) ▲창원 수소액화플랜트(1200억원)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잇달아 수주했다.
또 두산중공업·두산퓨얼셀 등 계열사 전문 인력을 모아 수소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해 수소시장 선점에 나섰다. ▲수소 생산 ▲유통(저장·운반) ▲활용(발전·모빌리티) 등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시장을 찾고 비즈니스 실행 계획을 수립한다는 목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축적된 역량을 모아서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것이며, 추가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전략적 파트너를 찾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단기간에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도 공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산밥캣이 지난해 북미 시장에 출시한 콤팩트 트랙터. /두산밥캣 제공
◇ 여전한 수익성 우려… 두산밥캣 ‘캐시카우’ 역할 할까
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이 알짜 기업을 모두 매각하고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1998년부터 사옥으로 쓰던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매각가 8000억원) 매각을 시작으로 ㈜두산 유압기 사업부인 모트롤BG와 동박 생산업체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 (50,800원 ▼ 400 -0.78%))를 각각 4530억원, 6986억원에 팔았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클럽모우CC 골프장도 1850억원에 매각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그룹의 ‘캐시카우’였던 두산인프라코어 사업부문을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착기 등 건설기계, 관련 엔진 등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업 부문’과 두산그룹 계열사 지분관리 및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 부문’으로 나뉜다. 사업부문은 현대중공업지주 컨소시엄이 인수하고, 투자부문은 두산중공업으로 흡수합병됐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빈자리는 건설기계 장비 등을 생산·판매하는 두산밥캣이 채울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은 2007년 인수 초반 실적이 좋지 않아 고전했지만, 2010년 이후 연간 영업이익 4000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비율 역시 71%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엔 영업이익 1713억원을 거두는 등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산밥캣 지분이 두산중공업으로 넘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그룹 계열사들도 올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그룹 지주사인 ㈜두산은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03.6% 늘어난 398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순이익은 4023억원으로, 2019년 이후 다섯 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두산중공업도 전년 동기 대비 558% 증가한 3721억원의 영업이익을 보였다. 순이익은 2481억원으로, 11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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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원전에 울고 웃는 두산중공업
등록 2021.06.23
국내에선 원전 못 만드는데...SMR에 체코發 원전 기대감에 주가 뛰어
안전성·친환경 ‘두 마리 토끼’ 잡는 SMR, 한국·미국 등 개발 박차
국내 유일의 원전 제조기술 갖춘 두산중공업, SMR 특수 누릴까
[FETV=김현호 기자]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국내 원전 건설은 불투명한 상태지만 두산중공업이 ‘원전’ 수요를 누리고 있다. 차세대 원전으로 평가되는 소형모듈원자로(SMR)로 주가가 대폭 오르며 ‘두슬라(두산중공업+테슬라)’라는 별칭이 생긴 이후 체코에서도 원전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것이다. 정부는 두산중공업 컨소시엄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한 점을 내세우며 수주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태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문제 의식은 유효하지만 ‘탄소중립’을 선언한 세계 각국은 SMR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이 뛰어나고 규모가 축소된 만큼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게 매력 포인트다. 원전은 이같은 강점 때문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원전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알아 주는 톱클라스다. 두산중공업이 ‘SMR’ 특수를 잔뜩 기대하는 것도 이같은 원전 기술력 때문이다.
분당 두산타워
▲ 분당 두산타워
◆체코發 8조짜리 프로젝트에...두산重, 주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22일, 2만67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전날 보다 3.7% 상승한 수치다.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8조원 규모에 달하는 체코 원전에 대한 수주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체코 정부는 2040년까지 1000MW급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며 현재 한국은 미국, 프랑스와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수주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문승욱 장관이 지난 18일, 체고 안드레이 바비쉬 총리 등을 만난 자리에서 “현재 진행 중인 다수의 해외원전 건설 공기가 지연되고 있지만 한국이 건설한 UAE 원전은 계획된 예산과 공기를 준수했다”며 “체코 원전사업에서도 적정 예산과 적시 시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에 바뷔시 총리는 “한국은 안보리스크가 없는 등 한국의 입찰 참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체코 원전기업 사절단을 구성해 한국을 방문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업체로 지난 1987년 한빛 3, 4호기부터 원자로 핵심설비 주계약자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한국전력공사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는 등 원전기술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으로 국내 원전의 신규 건설은 불투명한 상태지만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2040년까지 267GW 규모의 신규원전이 건설될 예정이라 원전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형원전 기대감에 52주 신고가=두산중공업은 원전 기대감이 높아진 이달 초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호재를 누렸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원전사업 공동참여를 포함해 해외원전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사측은 지난 4일, 주가가 한 달 만에 152% 오른 3만2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세웠다.
양국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 SMR 기술협력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은 가압기와 노심 및 핵연료 등 원자로를 구성하는 주요기기들을 일체화해 제조된다. 외부 충격에도 방사능 누출 우려를 줄여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또 모듈형이라 경제성이 높고 규모가 줄어든 만큼 수량도 조정할 수 있어 전력수요에 맞출 수 있고 건설비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SMR은 전기출력 300MW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며 공장제작, 현장조립이 가능한 원전으로 수소생산, 해수담수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며 “투자 리스크가 적고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흐름과 맞물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 빌게이츠의 테라파워 등 원자력발전 분야의 세계적 트렌드로 급부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SMR은 미국의 원자력발전 전문회사인 뉴스케일(NuScale)이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원을 받으며 소형모듈원전을 개발 중인 뉴스케일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SMR 최초의 설계인증을 받으며 2025년 착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뉴스케일과 지난 2019년, 최소 12억 달러에 달하는 원자로 모듈 및 기타 기기 공급 계약을 맺으며 SMR 개발의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SMR은 게임 체인저가 될까=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중이다.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은 이미 탄소중립을 법제화했고 유럽과 일본, 미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국가는 기후위기의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 나서고 있는데 SMR이 새로운 선택지로 급부상 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을 비롯한 러시아, 중국, 아르헨티나 등 세계 각국은 이미 소형원전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도 1997년부터 ‘일체형 가압경수로형’의 소형원전인 스마트(SMART)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지난 2012년, 원자력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연구원은 “일체형 가압경수로형은 안전성 향상과 함께 모듈 형태로 설계 및 제작이 가능해 건설 공기를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2030년부터 상용화가 예측되고 있는 SMR은 뉴스케일을 비롯해 수 십여개 기업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이 완료된다고 해도 이를 원전으로 실제 구현할 수 있는 기업은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소수에 불과하다. SMR 수요가 크게 확대된다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SMR 시제품 제작에 들어간 뉴스케일의 특수가 예상되는데 제조사인 두산중공업도 이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SMR과 대형원전은 크기 차이만 있을 뿐 기본 제조 메커니즘은 다르지 않아 기술력에 있어 큰 차이는 없기 때문에 뉴스케일 등 발주사의 설계가 완료되면 회사는 SMR을 곧바로 제조할 수 있다”며 “SMR이 상용화 된다면 향후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돼 회사 입장에서도 이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fetv.co.kr